[TEN 인터뷰] 고두심 “중년의 진한 로맨스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텐아시아=이은진 기자]
고두심,인터뷰

영화 ‘채비’로 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고두심.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채비'(감독 조영준)는 보는 사람에 따라 올드하다고도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의미가 있고 울림이 있는 영화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영화와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는데 다들 ‘더 화려한 것’ ‘더 감각적인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요. ‘채비는’ 어찌 보면 밋밋하고, 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어떤 영화보다 진정성 있는 착한 영화에요.”

배우 고두심이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지난 9일 개봉한 영화 ‘채비’를 통해서다. 2010년 영화 ‘그랑프리’ 이후 7년 만이다.  극 중 아들 인규(김성균)가 지적장애인인 데다 자신은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엄마 애순 역을 맡은 고두심은 이전까지와는 조금 다른 엄마의 모습을 보여줬다.

“애순은 지적 장애를 가진 아들을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나는 엄마예요. 그래서 좀 더 깊숙한 내면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연기했죠. 평범한 엄마로서 일상적인 모습보다는 조금 더 단단하고 무거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얼굴도 잡티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거의 민낯을 보여주면서 좀 더 현실감 있게 표현하려고 했죠.”

1972년 MBC 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고두심은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엄마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엄마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온 그는 ‘국민 엄마’라는 호칭을 얻었다. 고두심은 “워낙 젊었을 때부터 엄마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엄마 역할이라면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요”라면서도 ‘국민 엄마’라는 호칭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쳤다.

“‘국민 엄마’라는 호칭은 너무 과분해요. ‘국민’ 자는 앞에 안 붙여줘도 될 것 같아요. (웃음) 어깨가 무겁습니다. 겸손한 말이 아니라 나에게 그런 수식어가 붙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가수로 치면 이미자 씨나 조용필 씨한테는 ‘국민’ 자를 붙여도 좋을 것 같지만 나에게는 무겁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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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진한 로맨스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한 고두심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채비’의 고두심 이외에도 2017년 영화계에서는 ‘아이 캔 스피크’의 나문희, ‘희생부활자’의 김해숙 등 중년 여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여배우 중심의 영화가 드문 영화계에서 이들의 열연은 단순한 활약 그 이상이었다.

“최근 중-장년층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여럿 나와서 뿌듯합니다. 영화계에 중요한 한 획을 그은 느낌이에요. 중년 여배우로서 아직 건재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고 이렇게 계속 연기할 수 있다는 점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젊은 사람들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라 중-장년층의 이야기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중년의 진한 로맨스를 담은 영화에 도전하는 건 어떠냐고 묻자 그는 “좋은 작품이 있으면 도전하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진한 로맨스를 영상으로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감독님을 만나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가는 내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름다워 보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고,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 나이 먹은 사람들의 로맨스가 좀 유치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안의 감성만큼은 아직 살아있기 때문에 로맨스에도 도전해 볼 수 있죠. (웃음)”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