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이초희, 막연함이 열정으로 “항상 궁금했으면…”

이초희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이초희.

이경규의 두 번째 제작 작품으로 유명한 영화 <전국노래자랑>에는 다양한 사연이 등장한다. 김인권과 류현경 부부를 중심으로 오현경 김환희, 김수미 오광록, 유연석 이초희 등이 짝을 이뤘다. 각기 다른 이야기와 노래로 웃음과 눈물 그리고 설렘을 안겼다. 그 중 유연석과 이초희는 풋풋한 사랑을 담당하며 싱그러움을 스크린에 가득 뿌렸다. 개봉 전에는 이경규, 김인권 등에 좀 더 초점이 맞춰졌던 것도 사실. 하지만 유연석 이초희는 영화 속 어떤 인물들보다 눈길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신인 이초희의 풋풋함과 극 중 역할이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배우 1막 – 연기학원에 스스로 문을 두드린 소심했던 어린 소녀 이초희.

대구에서 태어난 한 소녀.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 전국 팔도를 이사 다녔다. 그리고 열살이 되던 해에 서울에 올라왔다. 잦은 이사 때문이었을까. 친구도 많지 않았고, 자연스레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 됐다. 친구들 앞에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연기학원’ 전단지를 보고, 스스로 문을 두드렸다.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소녀, 이초희는 이렇게 연기 인생 1막을 열었다.

Q. 이름이 예쁘다.
이초희 : 주춧돌 초(礎), 빛날 희(熙)다. 보석이란 뜻도 있고, 혼자 빛나지 말고 주춧돌처럼 뭔가 받쳐주면서 같이 빛나라는 뜻도 된다. 부모님께서 직접 지어주셨다.

Q. 대구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10세 때 서울에 올라왔다.
이초희 : 대구에서 태어난 뒤 10세 때 서울 올라오기 전까지 많이 이사를 다녔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팔도 사투리를 쓴다. (웃음)

Q. 언제부터 연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나.
이초희 : 서울 올라오자마자, 그러니까 10세 때 부모님께 연기 학원을 보내달라고 했다. 물론 연기를 하고 싶다거나 재능이 있어 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단순히 좀 더 외향적인 성격을 갖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하다 보니 즐겁고, 재밌고, 행복하더라.

에 출연한 이초희.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이초희.

Q. 10세 소녀가, 그것도 타의가 아닌 자의로 연기 학원을 보내달라고 했다고?
이초희 : 다들 이상해 하긴 하죠. 하하. 근데 그때도 많은 고민이 있었겠죠. 소심한 성격 때문에 웅변학원을 다닐까 아니면 그냥 놀이터에서 친구들에게 무작정 말을 걸어볼까, 여러 방법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우연히 연기 학원 전단지를 봤고, 뭔가 다른 모습으로 성격을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나마 쉽게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지 않았을까.

Q. 처음 연기학원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이초희 : 까마득한 일이지만 제가 기억하기론 처음 연기학원에 갔을 때 친구들과 그룹을 이뤄 무대 위에 즉흥극 같은 것을 올려야만 했다. 그때 스스럼없이 말을 잘 했던 것 같다. 저한테는 굉장히 이상한 일이었다. 이초희는 말을 참 못했던 친구인데 무대에선 말을 잘하니까 다른 사람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친구들과 어울려서 뭔가를 하고, 촬영장에 나가는 게 즐겁더라. 보조 출연할 때 10시간을 기다려도 행복했다. 그땐 그게 전부였다. 그리고 연기를 그만 두고 났더니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심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재능은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일은 재빨리 찾은 것 같다.

Q. 보조출연도 했었다고? 어떤 작품인지 말해줄 수 있나.
이초희 : 참 그게… 당시 어린이 드라마도 하긴 했다. 물론 주연을 했거나 비중 있는 역할을 한 건 아니지만. 여하튼 엄마한테 물어보기도 했는데 엄마조차 기억을 못하더라. 저 역시 마찬가지다. 분명 뭔가 하긴 했는데. 하하. 그땐 뭘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가고 오고 하지 않았을까.

Q. 그렇게 연기가 좋았던 한 소녀. 그런데 잠깐 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나. 그리고 대학교에 가서야 다시 연기를 시작했다. 부모님도 딸이 계속해서 연기할거라 생각지도 않았을 것 같은데.
이초희 : 대학교 갈 때까진 보통의 10대처럼 보내기로 약속하고 연기를 그만뒀다. 그래서 ‘다시 연기 할래’란 말은 꺼내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중학교 때부터 ‘대학가서 다시 연기 하겠다’고 하긴 했는데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 같다. 그런데 계속 진지하니까 아무래도 약간의 트러블은 있었다. 결국엔 아빠가 져주셨다.

이초희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이초희.

배우 2막 – <파수꾼>을 만난 이초희, <전국노래자랑>까지 가는 길

남들과 같은 10대를 보낸 이초희는 자신의 뜻대로 서울예술대학에 진학했다. 연기의 길에 한발짝 다가선 셈이다. 그리고 그녀는 영화 <파수꾼>을 통해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제법 이름을 알렸다. 대중들에겐 ‘이제훈의 발견’이 더욱 압도적이었지만. 이초희도 <파수꾼> 이후 여러 제의를 받았지만 그녀의 선택은 학교였다.

Q. <파수꾼>이 화제를 모으면서 출연 배우들이 성장해 갈 때 이초희는 학교로 돌아갔다. 분명 기회가 있었을 텐데 ,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 때 기회를 잡고 다시 학교를 가도 되지 않나.
이초희 : ‘학교는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갈 수 있으니까’는 지금의 생각인 것 같다. 당시엔 무대 공포증이 있었다. 학교로 가지 않고 계속 일을 하다가는 연극, 뮤지컬은 절대 못할 것 같더라. 연기할 수 있는 모든 장르는 다 하고 싶었고, 그러려면 빨리 학교로 돌아가 공연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Q. 그래도 ‘조급함’이란 게 있었을 텐데. 참 느긋하다.
이초희 : 성격자체가 조급함을 잘 못 느끼는 편인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도 제가 너무 어리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보니 조급함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 같더라. 제 딴에는 앞으로 배우로 살아갈 날이 많고, 무대 공포증이 심한데 굳이 다른 것을 해야 하나 싶었다.

Q. 그런데 학교를 휴학하고 다시 현장으로 오지 않았나. 그건 이율배반적인 것 아닌가.
이초희 : 학교를 졸업할 생각으로 돌아갔는데 무대 공포증이 괜찮아 졌더라. 뭐 저 나름대로의 생각이지만. 그래서 휴학을 하고, ‘맥도널드’ CF를 하고, <전국노래자랑>을 하게 됐다.

Q. 그렇다면 <전국노래자랑>은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이초희 : 오디션을 봤다. 제가 듣기론 어떤 분이 추천을 해 주셨고, 그로 인해 오디션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으로 알고 있다.

Q. <파수꾼> 때는 다들 신인들이고, 나이대도 비슷했다. 하지만 <전국노래자랑>은 상업영화고, 호흡을 맞춰야 하는 배우들도 그때와 전혀 다르다.
이초희 : 현장은 비슷했던 것 같다. 다만 <파수꾼>은 또래 친구들이어서 잘 놀 수 있었고, <전국노래자랑>은 선배들로부터 더 예쁨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파수꾼>에서는 서로를 응원하는 분위기였다. 반면 <전국노래자랑>에선 제가 아직까지 갖기 힘든 여유로움이 있더라. 치열하게 고민하면서도 연기할 땐 언제 고민했냐는 듯 편안하게 하더라. 굉장히 멋있더라.

Q. 직접적으로 호흡을 맞춘 유연석은 어땠나.
이초희 : 짝사랑이란 게 원래 일방적이지 않나. 그리고 상대의 평범한 행동이 타이밍 상 맞아떨어지면 괜히 오해하게 되고. 그런 부분을 현장에서 잘 잡아줬다. 연석 오빠는 친밀한 것 같으면서도 어느 정도 벽이 있는 느낌이었다. 사적으로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그래서 좀 더 뭔가 닿고 싶은 그런 느낌이 나올 수 있었다.

이초희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이초희.

Q. 영화에서 이초희가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은 유연석의 공이 큰 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나저나 지금도 벽이 있는 건 아닌가.
이초희 : 하하. 절대 아니다. 친하게 잘 지내고 있다. 그리고 말 그대로 제 능력이 그렇게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석 오빠를 비롯해 많은 분들에 의해 잘 만들어진 것 같다.

Q. 그럼 영화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존재인 류현경과는 어땠나. 소속사도 같지 않나.
이초희 : 현경 언니는 친언니 같은 느낌이 있었다. 소속사를 떠나서 일단 제 역할 자체가 현경 언니한테 속내를 떠놓는 인물이다. 그래서 유독 현경 언니가 있으면 든든함이 있었던 것 같다.

Q. 영화를 볼 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더라. 그래서 바로 자료를 찾아 봤는데 이름이 낯설더라. 평소에도 그런 소리를 듣는 편인가. 나중에 봤더니 한 CF에서의 느낌도 많더라.
이초희 : 하하.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소리를 자주 듣긴 했다. ‘우리 학교 너같이 생긴 아이가 있었어’ 등처럼. 그리고 CF가 TV에 자주 나오면서 어느 정도 익은 것도 있지 않을까 싶다. 더욱이 CF에서의 인물과 영화 속 역할의 감정선이 비슷하다. 광고에서도 짝사랑하는 역할이다. 이초희가 표현해 내는 짝사랑의 감정이다 보니 어느 정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Q. <전국노래자랑>이 이초희에게 주는 의미를 짚어본다면.
이초희 : 저한테는 기적 같은 영화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수많은 우리나라의 멋진 선배들 사이에 제가 같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저한테 좋은 선배들과 스태프, 감독님을 주셨고, 대중들에겐 이초희란 배우가 존재하고 있다란 것을 좀 더 알려줬다고 할까.

Q. 언론시사회에서 극 중 현자처럼 부모님이 족발집을 한다고 들었다. 개봉 후 족발집을 찾는 사람이 늘었나. 배달 전문이라고 했는데 배달할 때 예매권 증정하고 그러는 거 아니냐.
이초희 : 하하하. 표를 잔뜩 사서 저 몰래 그럴 수도. 그런데 장사가 더 잘되는지 어떤지는 부모님께 확인을 못하겠다. 엄마가 “가끔 입맛에 안 맞는 사람도 있을텐데 괜시리 ‘이초희네 족발집 맛없다’란 말이 나오면 엄마가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냐”고 하시더라. 그때부터 물어보지 않는다.

Q. 막연히 연기에 발을 내딛었던 어린 소녀, 이젠 어엿한 배우가 됐다. 앞으로 열어갈 배우 인생을 그려본다면.
이초희 : 지금 생각으로서는 어떤 작품이든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다음이 항상 궁금한 배우였으면 좋겠다. 실망스럽지 않은 모습을 계속 보여주다 보면 언젠가는 그런 믿음을 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