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작 미리보기] ‘채비’, 눈물보단 따뜻한 웃음으로

[텐아시아=이은진 기자]
영화 '채비' 메인 포스터

영화 ‘채비’ 메인 포스터/사진제공=오퍼스 픽쳐스

지적장애 아들을 둔 시한부 어머니의 이야기. 설정만 봐서는 눈물 콧물 쏙 뺄 슬픈 영화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영화 ‘채비'(감독 조영준)는 이별을 준비하는 모자(母子)의 모습을 마냥 슬프고 가슴 아프게 표현하지 않았다. 눈물보다는 따뜻한 웃음을 선사한다.

‘채비’는 30년 내공의 프로급 사고뭉치 인규(김성규)를 24시간 돌보는 잔소리꾼 엄마 애순 씨(고두심)가 이별의 순간을 앞두고 홀로 남을 아들을 위해 특별한 체크 리스트를 채워가는 과정을 담은 휴먼 드라마다.

아침 6시, 애순은 아들 인규를 깨워 단장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인규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어 엄마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일곱 살 같은 서른 살이다. 애순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인규의 곁을 떠나지 않고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며 살뜰하게 돌본다.

그러던 어느 날 몸의 이상을 느낀 애순은 병원에서 뇌종양 진단을 받는다. 하루아침에 시한부 인생이 된 애순은 절망에 빠지지만 그에게는 슬픔조차 사치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자신이 떠난 뒤 혼자 남을 인규를 위해 특별한 계획을 세운다.

영화 '채비' 고두심/사진제공=오퍼스 픽쳐스

영화 ‘채비’ 고두심/사진제공=오퍼스 픽쳐스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두 주연배우 고두심과 김성균의 열연이다. 먼저 여러 작품을 통해 시대의 어머니를 연기하며 ‘국민 엄마’ 호칭을 얻은 고두심은 애순을 통해 이전까지와는 조금 다른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잔인한 현실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더 나은 현실을 위해 억척스럽게 노력하는 애순의 감정선을 보다 현실적으로 표현하며 존재감을 발휘한다.

인규 역의 김성균은 자칫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어려운 연기를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했다. 특히 겉모습은 어른이지만 아이의 순수함을 갖고 있는 캐릭터의 작은 표정부터 행동 하나까지 신경 써서 연기했다. 또 애순이 계획한 홀로서기 수업이 시작되고 난 후부터 조금씩 성장해가는 인규의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내 극에 몰입도를 더했다.

12세 관람가.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