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리뷰] ‘미옥’, 여성누아르를 가장한 멜로치정극

[텐아시아=박슬기 기자]
/사진=영화 '미옥' 포스터

/사진=영화 ‘미옥’ 포스터

어떻게 된 것일까. 배우 김혜수를 전면에 내세운 ‘미옥’(감독 이안규)은 여성 누아르를 가장한 멜로치정극이었다. 김혜수가 조직의 보스 혹은 조직을 배신한 강력한 캐릭터를 가진 인물로 출연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그는 그저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 여인이자 엄마이다. 원제인 ‘소중한 여인’을 살렸다면 오히려 영화와 잘 맞아떨어졌을 수도 있겠다.

‘미옥’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2인자 나현정(김혜수)과 그녀를 위해 조직의 해결사가 된 임상훈(이선균),  출세를 눈앞에 두고 이들에게 덜미를 잡힌 최대식(이희준)까지, 벼랑 끝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은 세 사람의 물고 물리는 전쟁을 그린 누아르다.

이처럼 영화를 설명하는 글만 본다면 세 사람의 관계는 치열하고 무자비할 것 같은 긴장감이 맴돈다. 하지만 영화 속 세 사람의 관계는 설득력이 떨어지고 끈끈하지 못하다. 현정을 향한 상훈의 사랑이 이들 관계의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그리고 영화 속 큰 줄기는 상훈의 외사랑이 된다. 이는 곧 인물들의 선과 악을 불분명하게 만든다.

영화가 여성 누아르를 가장했다고 하는 이유는 현정이 중심이 되어 끌고 가는 영화가 아니어서다. 상훈이 현정을 갖기 위해 김 회장(최무성)을 배신하고 사랑을 갈구하면서 ‘미옥’의 모든 사건이 벌어진다. 상훈이 영화의 중심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현정은 이 과정에서 가슴 아픈 모성애를 보여줄 뿐이다.

특히 현정이 자신이 고용한 여성을 이용해 기업적 성매매를 하게 하는 모습, 여성이 철저한 도구가 되어 이용당하고 현정을 향한 무자비하고 적나라한 대사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이런 장면들이 여성 누아르의 모습일 수가 있을까, 영화에 꼭 필요 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90분 러닝타임의 ‘미옥’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하지만 짜릿한 긴장감보다는 앞뒤 없이 툭툭 잘라낸 듯 허술한 느낌을 풍긴다. 김혜수, 이선균, 이희준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열연에도 영화는 그만한 힘을 갖지 못한다.

‘미옥’은 세련됨을 가장한 촌스러운 영화다. 김혜수의 화려한 패션과 액션이 관전 포인트이기는 하나 1990년대 누아르에서나 볼법한 대사들과 인물 설정은 과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듯하다.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