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 “‘범죄도시’는 최고의 인생작… 덕분에 소속사-차기작 만났어요” (인터뷰)

[텐아시아=이은진 기자]
김성규 인터뷰,범죄도시

영화 ‘범죄도시’에서 양태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성규/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한 편으로 인생이 달라졌다”라는 말을 누구보다 실감하고 있는 배우가 있다.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에서 악당 장첸(윤계상)의 왼팔 양태 역을 맡아 열연한 김성규(31)다.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강력한 존재감으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받은 그는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단지 출연작 하나를 보태는 것으로 그칠 수도 있었던 ‘범죄도시’를 최고의 인생작으로 만들었다.

10. ‘범죄도시’의 흥행을 예상했나?
김성규: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처음에는 개봉관 수도 적었고 유명하지 않은 조연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이라 걱정하고 불안한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많은 분이 애정을 가지고 도와주셨고 관객들의 입소문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10. 처음부터 양태 역으로 오디션을 봐서 ‘범죄도시’에 합류했나?
김성규: 처음에는 단역으로 오디션을 봤다. 연출부에서 조선족 캐릭터 말고도 여러 캐릭터의 대사를 줬다. 초반에는 영화의 내용도 모르고 대사를 연습했는데 옌볜 사투리 연기에 흥미가 느껴졌다. 그래서 사투리에 초점을 맞춰서 오디션을 준비해 갔다. 2차 오디션까지도 내가 양태 역을 맡게 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냥 ‘준비한 것만 열심히 하고 오자’라는 마음으로 미친놈처럼 연기했는데 감독님이 그 모습을 좋게 봐준 것 같다.

10. 극 중 양태의 대사가 많지 않다. 대사 없이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어렵지 않았나?
김성규: 시나리오에도 양태의 캐릭터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없다. 그래서 ‘양태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라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사가 없기 때문에 튀어도 안 되고 밋밋해도 안 될 것 같았다. 서 있을 때 모습, 상대를 바라보는 눈빛, 몸짓 등 여러 가지를 상상해서 만들었다. 특히 양태는 통제되지 않는 동물적인 캐릭터라고 설정하고 순간순간에 집중해서 본능적으로 연기하려고 했다.

10. 장첸 역의 윤계상, 위성락 역의 진선규와의 호흡은 어땠나?
김성규: 영화 촬영 경험도 별로 없었고 이렇게 비중이 있는 캐릭터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부담이 많았다. 낯도 많이 가리는 편이어서 촬영 들어가기 전 많이 긴장했다. 그런데 (윤)계상 형과 (진)선규 형이 먼저 다가와 줬다. 내가 긴장하지 않게 항상 ‘잘 하고 있다’고 칭찬해 줬고 선-후배가 아니라 동료로 대해 줘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경력이나 유명세, 이런 걸 다 떠나서 같은 고민을 가진 배우로서 연기한다고 생각하니 부담감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즐기게 됐다.

10. 사투리 연습은 얼마 동안 했나?
김성규: 내가 가장 나중에 캐스팅돼서 언어 트레이닝에 제일 늦게 합류했다. 촬영 한 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연습에 들어갔다. 연습하다 보니 사투리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어서 일상생활에서도 계속 썼다. 계상 형도 그렇고 선규 형도 촬영 중간 대기시간에도 계속 사투리로 중얼대면서 끊임없이 연습했다.

10. ‘범죄도시’ 촬영 중 윤계상의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했다고 들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김성규: 촬영 중간 회식 자리가 있었는데 그때 대표님이 오셨다. 함께 밥도 먹고 술도 마셨는데 계상 형이 나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그리고 다음 날 대표님한테 연락이 와서 만났는데 대화가 잘 통했다. 그렇게 인연이 계속돼서 전속 계약까지 하게 됐다.

김성규 인터뷰,범죄도시

김은희 작가의 신작 ‘킹덤’에 캐스팅 된 배우 김성규/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연기하기를 잘 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나?
김성규: ‘범죄도시’ 첫 오디션을 보고 나서 ‘내가 지금까지 연기를 해온 게 헛되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했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면서 연기 활동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오디션을 보는 동안 만큼은 그런 고민 없이 너무 즐겁고 재미있었다. ‘내가 잘 못 하고 있나’라고 자책하던 시기였는데 ‘내 연기도 그렇게 나쁘지 않구나’하는 자신감을 얻었다.

10. 반대로 연기를 괜히 시작했다 싶었던 순간은?
김성규: 연극을 하면서 집 월세가 부족하고 밥값이 없어서 돈을 빌려야 할 때 종종 ‘내가 왜 연기를 시작해서 이러고 있나?’ 후회하곤 했다. 또 20대 후반쯤 됐을 때 주변의 응원이 걱정으로 변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때 많이 힘들었다.

10. ‘범죄도시’가 큰 흥행을 거둬서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도 커졌을 것 같다.
김성규: 그런 부담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배우를 하면서 계속 안고 가야 하는 부담감이다. 배우 중에서 ‘나, 연기 잘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다들 ‘연기 어렵다’ ‘나는 언제쯤 연기를 잘 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한다. 그리고 이런 부담감 때문에라도 다음에 더 열심히 준비하게 되는 것 같다.

10. 차기작으로 김은희 작가의 ‘킹덤’에 캐스팅됐다.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김성규: ‘범죄도시’ 촬영이 끝나고 회사에서 오디션을 많이 잡아줬다. ‘킹덤’도 그중 하나였다. 오디션 전날 대사를 받고 연습해서 갔는데 처음에는 그 역할과 내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자신이 없었다. 기대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 연기를 했는데 다행히 감독님이 좋게 봐주셨다. ‘범죄도시’도 보셨다더라. (웃음) 워낙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라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기대도 많이 된다. 그러고 보니 ‘범죄도시’ 이후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 지금까지 출연작 중 최고의 인생작이다.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