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초점] 1990년대는 通했다

[텐아시아=노규민 기자]
90년대는 통했다/ 사진=KBS, MBS, SBS, YG,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뮤지컬, 가요 , 예능프로그램 등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KBS, MBS, SBS, YG,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드라마, 뮤지컬, 예능, 가요 등 장르를 불문하고 ‘1990년대’가 인기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잇따르더니 창작 뮤지컬도 나왔다. 199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스타들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도 인기다. 그때 그 시절 가수들의 컴백도 이어지고 있다.

KBS2 금토드라마 ‘고백부부’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지난 10월 28일 방송된 ‘고백부부’ 6회 시청률은 5.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동시간대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중 1위를 기록했다. 첫 회 시청률 4.6%보다 0.9%포인트 올랐다.

‘고백부부’는 하루 아침에 18년 전(1999년)으로 돌아가 스무 살을 다시 살게 된 부부 마진주(장나라)와 최반도(손호준)의 과거 청산기를 그린 작품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드라마, 영화 등에서 ‘타임슬립’을 소재로한 작품이 넘쳐나면서 애초 ‘고백부부’에 대한 기대치는 높이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익숙하지만 진부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와 향수를 자극하는 연출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주,조연을 막론하고 배우들이 호연을 펼치며 몰입도를 높였다.

'고백부부' 포스터/ 사진=KBS

‘고백부부’ 포스터/ 사진=KBS

칼머리, 통바지 패션, 8.15콜라, 비디오테이프와 만화책 등 1990년대를 상징하는 소품으로 추억을 상기 시키는 것은 물론 대학축제, 나이트 클럽 부킹, 첫사랑과 재회 등의 장치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나도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매 회 끊임없이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MBC 월화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에서도 1990년대를 만날 수 있다. 이 드라마는 어린 시절부터 한동네에서 살아온 35년지기 세 여자인 ‘봉고파 3인방'(한예슬-류현경-이상희)이 진한 우정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1990년대 붐을 일으키는데 초석을 다졌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등 ‘응답하라’ 시리즈를 탄생시킨 이선혜 작가가 집필, 디테일한 배경과 상황 설정이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여기에 20세기와 21세기를 오가는 연출이 흥미를 더한다.

극 중 주요인물들이 30대 중반이기에 1990년대 학창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이야깃거리가 넘친다. 주인공 사진진(한예슬)이 어린시절 1990년대 최고 아이돌 ‘보이스 비 앰비셔스’의 열성팬이었다는 설정에서 비닐 자켓, 체인 목걸이, 길게 늘어뜨린 허리띠 등 세기말 아이돌 패션을 엿볼 수 있다. SES의 ‘아임 유어 걸’을 비롯해 그 시절 유행했던 노래와 랩을 부르는 봉고파 친구들의 모습은 추억을 곱씹게 한다. 특히당대를 살았던 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공감있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공연계에서도 관객의 추억을 소환하는 1990년대 바람이 뜨겁다. 지난달 20일에는 고(故)김광석이 1994년 발표한 대표곡 ‘서른 즈음에’를 제목으로 내건 창작 뮤지컬이 개막했다. ‘서른 즈음에’를 만든 강승원 작곡가의 곡들로 넘버를 구성한 주크박스 뮤지컬로 향수를 자극하는 곡들과 현실감 있는 스토리를 통해 꾸준히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오는 7일 공연을 시작하는 주크박스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 역시 1990년대를 추억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1988년 결성돼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동물원 멤버들의 첫 만남부터 최고 뮤지션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이 뮤지컬에서도 김광석의 노래가 등장한다. 솔로로 데뷔하기 전 동물원 멤버였던 그가 직접 불렀던 명곡들을 출연 배우들이 라이브를 통해 전할 예정이다.

'모래시계'/ 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SBS방송화면

‘모래시계’/ 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SBS방송화면

오는 12월 5일 막을 올리는 창작 뮤지컬 ‘모래시계’도 마찬가지다.  1995년 SBS에서 방송된 드라마 ‘모래시계’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모래시계’는 당시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 ‘귀가 시계’로 까지 불리며 사랑받았던 작품이다. 그 시절 텔레비전에 빠져 들어갈 정도로 몰입했던 작품이 공연을 통해 어떻게 그려질 지 궁금증을 더한다.

예능은 말할 것도 없다.1990년대를 추억하게 하는 아이템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지난주 방송된 SBS ‘판타스틱 듀오’ 시즌2 에는 1990년대 최고 인기 가수 룰라와 소찬휘가 등장, 시청률 9.1%를 기록했다. 지난 방송(8.4%)에 비해 0.7% 상승한 수치였다. ‘대세’ 이상민을 비롯해 김지현, 채리나 등 멤버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모습과 ‘넘사벽’ 가창력의 소유자 소찬휘를 추억하는 이들이 안방에 자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판타스틱 듀오’ 시즌2는 룰라, 소찬휘를 비롯해 박완규, 김조한, 강타, 터보, 박미경, 클론, 양파, 김연우, 쿨 이재훈, 김원준 등 1990년대 최고 인기를 누렸던 가수들이 특히 많이 출연하면서 시즌1을 넘어서는 인기와 화제를 이끌었다.

‘판타스틱 듀오’를 비롯해 KBS2 ‘불후의 명곡’과 MBC ‘복면가왕’ 등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1990년대 히트곡이 불려질 때면 ‘다시보기’ 서비스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계속해서 이슈가 됐다.

젝스키스/ 사진제공=YG

젝스키스/ 사진제공=YG

가요계에도 1990년대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1990년대 H.O.T와 쌍벽을 이루며 최고 아이돌로 군림했던 젝스키스는 데뷔 20주년을 맞아 18년 만에 정규앨범을 발표했다.  ‘옐로우 키스’ (팬클럽)를 포함해 지금의 10~20대 팬들에게 까지 폭넓게 사랑받고 있다. 1990년대 대표 아이돌 터보도 올 여름 새 앨범을 발표하며 식지 않는 인기를 과시했다. 특히 과거 그들을 좋아했던 팬들에게 반가움을 선사하며 사랑받았다. 지난달 말 12년 만에 컴백한 NRG 또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방송 매체 뿐만 아니라 패션계에서도 1990년대가 화제다. 타탄체크나 오버핏, 와이드팬츠, 부츠컷 등도 1990년대 유행했던 스타일이 조금씩 변형됐을 뿐, 그 시절 이른바 ‘좀 놀았던’ 사람들 사이에 유행했던 패션이다.

2017년에 불어닥친 1990년대 붐은 당시 10~20대였던 콘텐츠 소비자들이 지금은  지갑을 열 수 있는 30~40대라는 점에서 단기간의 일회성 열풍으로 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각박한 현실을 사는 그들에게 1990년대는 불가능하지만 ‘고백(GO BACK)’ 하고 싶은 ‘꿈’이기 때문이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