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 “상상도 못한 14주년, 이젠 해체 불가” (인터뷰②)

[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자신들을 '힙합 아재 그룹'이라고 소개한 에픽하이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데뷔 14주년을 맞은 에픽하이. 자신들을 ‘힙합 아재 그룹’이라고 소개한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오늘도 잔인한 세상”에다 대고 “내 꿈을 포기 못해”(‘Fly’, 정규 3집 타이틀곡)라고 외치던 에픽하이가 이제 “나를 보고 꿈꾸는 너”에게 “너의 그 꿈은 깨고 보니 악몽이 아니길”(‘개화’, 정규 9집 수록곡) 바라게 됐다.

데뷔 초의 에픽하이는 미래가 막연했다고 한다. 10년만 지나도 음악을 못 할 줄 알았다며 데뷔 14주년을 맞았은 걸 신기해 했다. 현실에 충실하며 음악을 만들었고 앨범을 내놨다. 시간과 노력이 쌓여 지금의 에픽하이가 있다. 누군가의 꿈이, 목표가, 롤 모델이 된 에픽하이다.

10. 앨범 전곡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중 가사가 없는 8번 트랙 ‘TAPE 2002年 7月 28日’의 의미는?
투컷: 인터루드(Interlude) 같은 트랙이다. 에픽하이의 역사를 다 갖고 있는 게 나다. 데뷔 전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녹음 파일들을 내가 관리하고 있다. 데뷔 전에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들을 상자에 담아놨는데 가끔 꺼내서 들어본다. ‘이 노래는 괜찮았는데’ 싶은 것들을 골라서 ‘TAPE 2002年 7月 28日’에 짧게 담았다.
타블로: 그 중 맨 마지막에 나오는 곡은 15년 전에 녹음한 것이다. 내 목소리가 너무 애 같다. 그래서 안 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결국 들어갔다.(웃음) 이 트랙에는 발표된 곡과 미공개 곡이 함께 들어가 있다. 미공개 곡 중에서 몇 곡은 추후 제대로 완성해 공개할 수도 있을 것 같다.

10. 9번 트랙 ‘어른 즈음에’는 현실적인 가사가 인상적이다.
타블로: 어느 날 친구들과 만든 단체 채팅방을 봤다. 주고받은 대화가 거의 새해 인사나 생일 축하뿐이었다. 그게 너무 슬프게 느껴졌다. 가사에 나오는 ‘김원태’는 실존 인물이다. 항상 보자고만 하고 못 보는 내 친구다.(웃음)

10. 10번 트랙 ‘개화(開花, Feat. 김종완 of 넬)’의 가사는 에픽하이가 후배들에게 전하는 말처럼 들린다.
타블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우리의 ‘Fly’를 듣고 가수를 꿈꾸게 됐다고 말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런 후배들이 몇몇 있다. 나를 보고 가수의 꿈을 갖게 된 친구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위로의 한 마디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개화’를 썼다. 지금 세상에는 수많은 연습생들이 있다. 꼭 연예계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연습생’ 단계를 거친다고 생각한다. 우리 멤버들도 아직 남편, 아빠로서는 연습생이다. 이렇게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가사에 담았다. 만일 우리 아이들이 훗날 가수가 되고 싶다고 하면 ‘개화’를 들려줄 것 같다.

10. 이번 앨범을 작업하며 무엇을 가장 신경 썼나?
투컷: 약속한 것은 아닌데 어떻게 하다 보니 트렌드를 추구하거나 실험적인 음악에 연연하지 않게 됐다. 우리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을 극대화시키는 데 집중했다.

에픽하이는 "10년 넘게 가수를 하고 있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에픽하이는 “10년 넘게 가수를 하고 있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10. 지금의 모습이 데뷔 초 상상했던 미래와 비슷한가?
미쓰라: 그때는 ‘이번 앨범이 잘 돼야 다음 앨범을 낼 수 있겠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막연하게 ‘10년 뒤에도 음악을 하고 있겠지’ 생각은 했는데 14년 동안이나 하게 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웃음)
타블로: 우리 1집 앨범 중에 ‘10년 뒤에’라는 노래가 있다. 10년 후의 나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는 내용이다. 거기서 그린 10년 후의 내 모습은 굉장히 평범했다. ‘아빠가 돼 있겠지’ 이런 글들을 썼는데 10년 이상 가수로 활동할 줄은 몰랐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굉장히 감사하다. 특별한 스케줄이 아니더라도 할 일이 있고 그럴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고맙다.

10. 오랫동안 팀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투컷: 각자 갖고 있는 욕심도, 욕심이 없는 부분도 비슷하다. 진부한 표현일 수 있지만 가족 같다. 옆에 있는 게 너무 익숙하다. 나중에 음악을 안 하더라도 우리는 함께할 것 같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
타블로: 셋이 같이 있을 때 그나마 잘되는 팀이라?(일동 웃음) 우리는 셋이 뭉쳐야 그림이 나오는 그룹이다. 해체가 불가능한 것 같다.

10. 지난 14년을 돌아봤을 때 가장 잘한 일은?
미쓰라: 에픽하이를 하자고 했을 때 한다고 했던 것이다.(웃음)
투컷: 나는 원래 객원 멤버였다. 어느 날 차 안에서 타블로가 ‘너 그냥 진짜 멤버 할래? 아니면 너만의 음악을 하는 객원 멤버로 있을래?’라고 물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멤버 할래’라고 답했다. 정말 잘한 결정이다.
타블로: 더 이상 못하겠다고 생각하다가도 또 다시 도전하고 도전한 순간들이다.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거기서 배우고 느끼고, 고칠 건 고치면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한 게 제일 잘한 일이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