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영화] ‘빅토리아&압둘’, 130년 전 우정이 지금의 우리에게

[텐아시아=현지민 기자] 거대한 제작비 투입,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모으는 톱스타들의 출연만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별★영화]는 작지만 다양한 별의별 영화를 소개한다. 마음 속 별이 될 작품을 지금 여기에서 만날지도 모른다. [편집자주]

영화 '빅토리아 & 압둘' 스틸컷

영화 ‘빅토리아&압둘’ 스틸컷

1887년 빅토리아 여왕의 재위 50주년을 기념해 인도 청년 압둘은 모후르 주화를 전달하기 위해 영국에 불려간다. 타고난 위트와 특유의 현명함으로 빅토리아 여왕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두 사람은 신분을 뛰어 넘어 특별한 우정을 나눈다. 영화 ‘빅토리아&압둘’의 시작이다.

‘빅토리아&압둘’은 빅토리아 여왕(주디 덴치)과 그의 시종이었다가 스승이 된 인도 청년 압둘(알리 파잘)의 우정을 담은 실화다. 빅토리아 여왕의 서거와 동시에 왕실은 두 사람의 친밀함을 엿볼 수 있는 기록을 모두 소멸했다. 하지만 2010년 압둘의 지인으로부터 그의 숨겨진 일기가 공개됐고, 123년 만에 역사상 가장 특별한 우정이 세상에 밝혀졌다.

81세의 나이. 많은 사람들의 통치자이자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던 빅토리아 여왕은 자신의 눈을 순수하게 바라보는 압둘의 모습에 매료됐다. 인도의 여황제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인도를 방문할 수 없던 빅토리아 여왕은 압둘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고 그와 가까워진다. 나아가 압둘은 빅토리아 여왕에게 우르두어를 가르쳐주며 그의 문쉬(스승)가 된다.

영화 '빅토리아 & 압둘' 스틸컷

영화 ‘빅토리아&압둘’ 스틸컷

극이 실화이긴 하지만 ‘신분을 뛰어 넘은 사랑 혹은 우정’은 다소 진부한 소재다. 그럼에도 극이 감동적인 건 우리가 몰랐던 빅토리아 여왕의 이면이 2017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 때문이다.

빅토리아 여왕은 19세기 대영제국의 전성기를 이끈, 64년 간 재위한 인물이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였던 그가 왕실 사람들의 질투를 받는 압둘을 감싸는 모습은 고집스럽기보다 애틋하다. 지켜야 할 사람은 많았지만 정작 자신을 지켜줄 이가 없던 그가 “너무 외롭다”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먹먹하다.

화려한 고독. 삶은 풍요로워졌지만 깊어진 공허함을 토로하는 현대사회 사람들에게 화두를 던진다. 빅토리아 여왕의 확고한 믿음과 책임감, 여기에 신분과 나이·종교의 차이를 존중하는 관용 역시 이 시대에 필요한 미덕을 보여준다.

영화 '빅토리아 & 압둘' 스틸컷

영화 ‘빅토리아&압둘’ 스틸컷

빅토리아 여왕의 성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주디 덴치의 연기는 극의 감동을 배가한다. 주름이 가득한 얼굴에도 총명하게 빛나는 눈빛은 불과 18세에 지켜야 할 국민이 생긴 한 인물의 강인함과 자존심, 혜안, 유머, 내면의 외로움과 연약함을 보여준다. 얼굴을 가득 메운 주름을 타고 뜨겁게 흐르는 눈물 한 줄기는 여운을 남긴다.

흐름은 잔잔하지만 의외의 웃음 포인트와 볼거리가 배치돼 단조로움을 피한다. 잊을 만하면 소소한 에피소드를 던지며 관객들을 웃긴다. 간혹 압둘과 함께 영국에 간 친구 모하메드(아딜 악타르)의 돌직구나 압둘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왕실 사람들의 뒷담화 등이 그렇다.

인도를 시작으로 영국까지 펼쳐지는 공간 변화와 각 장소마다 특색이 묻어나는 건축물, 자연 경관 등은 그 자체로 압도적이다. 극 전반에 자리 잡은 화려한 영국 왕실과 인도풍의 디자인이 결합된 묘한 분위기의 배경 역시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오는 25일 개봉. 12세 관람가.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