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표│달려라 경표

고경표│달려라 경표
의 강백호 같은 청춘만화의 주인공을 상상했다. 뻔뻔하고 자신감 넘치며,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해 대책 없이 활달한, 그런 소년. tvN < Saturday Night Live Korea >(이하 < SNL 코리아 >)의 첫 회부터 김주혁과 함께 닭살스러운 게이 커플을, 이어 두꺼운 뿔테 안경을 낀 모범생과 빨간색 트레이닝복을 걸친 채 자격지심에 찬 백수를 연기했던 고경표의 이미지는 그랬다. 그렇지 않고서야 데뷔 1년을 갓 넘긴 신인이 베테랑 선배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화면을 장악하기가 어디 쉬운 일일까. 하지만 현재의 자신을 “아직은 배우가 아니라 코미디 연기하는 고경표”라고 정의하거나 “애매모호하지만 그나마 조금 훈남에 가까운” 외모에 대해 “그 때문에 연기 스펙트럼이 줄어들 수 있”다고 칼같이 평가하는 이 신인에게, 천연덕스러움은 본능이 아니다. “‘쟤는 원래 저런 걸 잘 하나보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사실은 한국의 앤디 샘버그란 말을 듣고 싶어서 미국 < SNL >을 다 찾아보면서 그 사람 말투나 표정을 굉장히 많이 연구했어요.”

고경표│달려라 경표
YG엔터테인먼트에서 2년간의 연습생 생활을 그만두고 군대나 갈까 하던 중 KBS 오디션에 덜컥 붙었을 정도로 운은 비교적 늘 좋은 편이었지만, 연기를 대하는 고경표의 태도는 무조건적인 자신감보다 신중한 분석과 고민에 기반한다. 그건 한 번도 그를 배신한 적 없었던 연기에 대한 나름의 사랑 방식이다. 연기는 “별다른 재능도 없고, ‘사고뭉치’라는 말만 들어왔던” 그가 처음으로 “리더쉽도 있고, 잘 한다”는 칭찬을 받았던 분야였다. 의 거친 일진 봉일태 역을 맡았을 때도 “컷! 하면 스태프들이 ‘와, 넌 진짜 얘 같다’고 박수를 쳐” 주던 기억은 그에게 연기의 재미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그래서 이 길을 걷는 고경표의 발걸음은 과감하되 성급하지 않고, 조심스럽되 주춤하지는 않는다. 발음이 정확하지도, 발성이 좋지도 않아서 “무지무지하게 까일 것” 같아 두렵지만, 배우에게 인정받는 배우가 되기 위해서 연극을 꼭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것처럼. 아직 신인이기에 겪는 온갖 시행착오도 그저 행복하게 느껴질 뿐이다. “원래 좀 애늙은이 같았는데, 이제야 사춘기가 온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반가워요. 여기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아마 계속되겠죠.” 청춘만화 제1장은 이렇게 시작됐다.

고경표│달려라 경표
My name is 고경표. 별 경(庚)에 자루 표(杓)를 쓴다. 뜻은 잘 모르겠고, 이름에 불이 많아서 그 불을 끄려면 자루 표 자를 꼭 써야 한다고 했단다. 신기한 게, 인디언식 이름도 ‘시끄러운 불꽃을 노래하다’이다. 몸에 열도 많고 좀 산만한 편인데, 이거랑 관련이 있을까?
1990년 6월 11일에 태어났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랩퍼 타이거JK와 생일이 같다.
네 살 위 누나가 한 명 있다. 증권회사에 다니는데 나를 잘 챙겨주고 용돈도 많이 준다. 에서 머리를 빡빡 밀고 나왔을 때는 “왜 저렇게 사납게 나왔어? 무섭다”고 그랬다. 하핫.
키가 185cm인데, 이렇게 큰 건 집안내력이다. 아버지, 어머니 다 크시고 누나도 171cm이다. 흰 우유를 즐겨 먹긴 했지만, 특별히 키 크는 음식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조개류나 개불, 굴 이런 건 못 먹어서 편식을 한다.
건국대학교 영화과 휴학 중이다. 남중, 남고를 나와서 입학할 당시 여자애들이랑 같이 학교 다니는 것에 대해 매우 큰 기대감이 있었다. 하하하. 수업은 잘 안 나갔고, 학교 성적도 안 좋은 편이었는데 친구들이랑 단편영화 찍는 건 정말 좋아했다.
그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라고, 건국대학교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작품이다. 남우주연상은 영화과 1기, 2기 선배들만 받았었는데 훌쩍 건너뛰어서 6기인 내가 받은 거라, 나름대로는 엄청 기뻤다. 소문 안 좋은 여자애를 짝사랑하던 남학생이 그녀와 잠자리를 갖고 난 뒤에 그 소문이 진짜였구나, 하고 착잡해하는 내용이었다.
학교 앞 고시원에서 1년 동안 살아본 적이 있다. 집이 인천이라 다른 애들은 밤 10시까지 놀 때 8시까지밖에 못 놀고, 아침 9시 수업이면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지옥철’을 타고 나와야 하는 게 너무 억울한 거다. 그래서 ‘학점을 잘 받을 테니 고시원을 보내달라’고 부모님께 사정해서 겨우 허락을 받았는데, 키 때문에 침대도 안 맞고 너무 고생스러웠다. 그때 이후로 집 욕심이 많아졌다.
< SNL 코리아 >에서 연기하는 걸 보고 장진 감독님이 직접적으로 칭찬을 해주신 적은 없다. 그런데 언젠가 술자리에서 한번, 아무 말 없이 내 어깨를 꽉- 길게 잡아주신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얘가 우리 회사 앱니다”라고도 하셨던 것 같다. 그때 좀 감동을 받았다.
같이 크루로 출연했던 선배들이 챙겨주시는 것도 감동적이었다. 심지어 이한위 선생님도 한참이나 어린 내 이름을 기억해주신다. 옛날에 정말 좋아했던 MBC 에서 은찬이(윤은혜) 어머니를 짝사랑하던 정육점 아저씨 이한위 선생님이!
KBS 에서 맡았던 권필용은 아이돌이라 사람들 앞에서 춤추는 걸 보여줘야 했다. 원래도 춤을 좋아하지만, 그때만큼은 “저 춤 못 춥니다. 가르쳐주시면 배우겠습니다”라고 몸을 사렸다. 그러다 보니까 충분히 할 수 있는 동작인데도 더 몸에 안 익어서 좀 힘들었다. 정말 고맙게도, 같이 촬영했던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다.
2월부터 방송될 TV조선 에서 주인공 강백호(유승호)의 친구인 송찬욱 역을 맡아 촬영 중이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학생이라 박찬욱 감독님 이름을 따서 지은 것 같다. 또래 친구들보다는 정신연령이 좀 높은 캐릭터다.
추위를 정말 못 참는데 요즘에 촬영할 땐, 와~ 장난이 아니다. 심지어 여름 회상 장면이 있으면 반소매를 입어야 한다. 하…. 기절할 것 같다. 고등학교 때만 해도 반바지랑 반소매에 패딩 점퍼 하나만 입고 다닐 정도로 추위를 안 탔는데, 지금은 패딩을 세 개나 입고 다닌다. 아무래도 부모님이랑 떨어져 살면서 체질이 바뀐 것 같다.
블로그나 SNS에서 매일 내 이름을 검색해본다. 될성부른 떡잎이다, 잘 생겼는데 망가진다, 한국의 앤디 샘버그 같다는 글들을 봤을 때 특히 기분이 좋았다. 안티가 생기는 건 굉장히 두렵다. 상처를 잘 받는 여린 성격이라서, 그런 건 없었으면 좋겠다.
같은 회사의 (류)덕환 형은 가까이 갈 엄두가 안 나는 그런 분이다. 너무 존경스러운 게, 형은 연기랑 대학생활을 병행하는데도 연예인이라서가 아니라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는 걸로 장학금을 받았단다. 그게 너무 대단한 거다. 나이 차이는 얼마 안 나지만 편하게 “형~ 형~” 이럴 수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우러러보게 되는 사람이다. 진짜 거인이다.
MBC 은 나한테 신격화돼 있다. 때 했던 황소 줄다리기부터 다 봤다. 고등학교 때는 멤버가 되는 게 꿈이기도 했다. 하하 형이 하는 홍대 막창집에도 만날 간다. 그래서 이제는 하하 형이 알아볼 정도다. “또 왔어? 서비스 줄게” 이렇게. 으하하. 재미있다.
만약 에 출연할 수 있다면 멤버들이 했던 걸 다 해보고 싶다. 망가지는 건 상관없다.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봤기 때문에. 그런데, 출연할 수 있는 위치가 되려면 적어도 앞으로 5년은 걸리지 않을까. 음…..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유일무이한 사람이 되고 싶다. 유재석 선배님처럼 안티 없는 친근한 이미지인데, 한석규나 송강호 선배님처럼 진지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 그게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