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숙 “엄마도 연기의 한 장르…가장 어려운 역할이죠”(인터뷰)

[텐아시아=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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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엄마’로 불리는 배우 김해숙./사진제공=쇼박스

‘엄마’라는 단어만큼 가슴 뭉클해지는 단어가 있을까. 누군가는 그 이름만 불러도 눈시울이 붉어질 테고 누군가는 미소를 지을 것이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따뜻한 품을 가진 엄마는 이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배우 김해숙은 그런 엄마의 모습들을 표현하며 ‘국민 엄마’로 불리고 있다. 데뷔 43년 차에 접어든 김해숙을 만났다.

“국민 엄마라는 타이틀은 정말 영광이죠. 한 가정의 엄마도 힘든데 이 나라의 많은 분들이 저를 엄마로 생각해주신다는 게 얼마나 영광스럽겠어요. 거기에 따르는 책임감이 있죠. 사실 젊었을 때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었는데 언제부턴가 엄마도 장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엄마도 연기의 한 장르인데 왜 몰랐을까’ 했죠. 엄마라는 단어를 표현하는 데 수많은 감정이 필요하잖아요.”

김해숙은 오랜 시간 엄마를 연기해왔지만 여전히 철저하게 고민하고 연구한다. 한 사람이 그리는 다양한 엄마가 시청자에게 혹시나 똑같이 비춰질까 캐릭터 분석에 열을 올리는 것.

“사실 제가 아무리 변신한다고 해도 엄마 역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점이 참 힘들었죠. 그런데 조금씩의 변화와 차별점을 주는 게 제가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여전히 두렵고 힘들긴 하죠. 혹여나 시청자들이 똑같이 볼까봐요. 사실 엄마가 쉬운 것 같은데 가장 어려워요. 실제 제가 엄마인데도 말이죠.”

김해숙은 최근 개봉한 영화 ‘희생부활자’에서 역시 엄마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일찍 남편을 잃고 아들 진홍(김래원)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명숙이라는 인물이다. 하지만 진홍의 전셋돈을 전해주러 가던 길, 오토바이 강도 사건으로 목숨을 잃고 7년 후 희생부활자(RV)가 되어 돌아온다. 하지만 그가 칼날로 지목한 인물은 바로 아들 진홍이었다.

“설정에 충격 받았어요. 죽었다가 살아 돌아온 것도 모자라 아들을 죽이려고 하잖아요. 하지만 영화를 찍으면서 생각했어요. 결국 엄마구나. 하지만 정말 섬뜩한 모습에서는 ‘조금은 다른 엄마로 표현됐구나’라는  생각에 안심했죠. 사실 촬영하는 동안 1년 전에 돌아가신 저희 엄마가 참 많이 생각났어요. 제가 ‘국민 엄마’지만 국민 엄마에게도 엄마는 있잖아요. 엄마라는 두 글자가 주는 따뜻함이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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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희생부할자’에서도 엄마 역을 연기한 김해숙. /사진제공=쇼박스

데뷔 43년차. 김해숙은 많은 후배 배우들의 존경을 받는 대표 배우다. 여전히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연기만이 그의 낙이었다.

“어느 날 일만 한 것 같아서 마음 놓고 쉬어봤어요. 딱 두 달까지 좋더라고요. 그 이상은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그 때 잠깐 우울증이 왔어요. 무기력증도 생겼죠. 그동안 제가 잘하고 좋았던 건 결국 연기였고 좋아하는 장소는 현장이었죠. 그래서 생각했어요. ‘나는 일을 해야 되나보다’ 하고요. 일을 하면서 내가 ‘살아있고 행복하구나’를 느낀거죠. 어떤 때는 좋은 캐릭터가 있으면 그 때부터 즐겁다니까요?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해요.”

김해숙은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자랑할 게 있다면 긍정적인 성격”이라며 좋은 성격을 강조했다. 그리고 긍정적인 성격은 곧 배우가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덕목을 갖춰야 좋은 배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사람이어야 희노애락을 정당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본적인 사람이 되어야지 남의 사람이 돼서 연기하고 표현할 수 있는 거죠. 본인이 비뚤어져 있는데 어떻게 남이 될 수 있겠어요. 저는 성격이 좋아서 남이 되기 편한 것 같아요. 하하.(웃음)”

오래도록 배우 생활을 했는데도 김해숙은 여전히 연기에 목 말라 있었다. 사실 아이돌 못지않게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도 그랬다.

“건강하게 이대로 제가 하고 싶은 연기에만 매진하고 싶어요. 드라마와 영화도 많이 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네요. 그게 제 소박한 꿈입니다.”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