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중, “분홍색 아이템, 왜 꼭 여자여야만 하죠?”(인터뷰①)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tvN 토일드라마 '명불허전'에 최연경으로 출연한 배우 김아중 / 사진제공=킹엔터테인먼트

tvN 토일드라마 ‘명불허전’에 최연경으로 출연한 배우 김아중. / 사진제공=킹엔터테인먼트

30대의 김아중은 더 멋있다. 겁을 덜어내고 소신과 주관이 뚜렷한 배우로 성장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잘 해내는 사람은 어디서든 빛난다. 최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명불허전’에서 흉부외과 의사 최연경을 연기한 김아중이 그랬다. 차가운 표정을 한 채로 시대를 거스르는 사랑을 하게 된 최연경을 김아중은 훌륭하게 표현했다. ‘김연경이라서 최연경이 가능했다’라는 찬사를 받는 이유다.

30대가 되니 일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졌다는 김아중은 더 화려한 것을 바라지 않았다. 배우로서 녹슬지 않기를, 나아가 여배우가 처한 환경의 개선까지도 바라는 그릇 넓은 배우가 돼 있었다.

10. 극중 허임이 분홍색 앞치마와 칫솔을 쓰고 최연경이 하늘색 물건을 썼던 건 누구의 아이디어였나.  
김아중: 내가 제안했다. 분홍색 소품은 어느 현장이라도 스태프들이 의례적으로 여배우에게 가져다 주는데 ‘왜 분홍은 꼭 여자야’라는 의문이 들어 바꿔봤다.(웃음) 허임(김남길)이 섬세한 면이 많은 캐릭터인 데 비해 최연경은 터프한 면이 많아서 바꿔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10. 연기할 때 대본에 정해진 대로 충실하게 따르는 편인가, 융통성 있게 하는 편인가?
김아중: 작품마다 다르다. 드라마 ‘펀치’를 할 때는 충실하게 따랐던 반면 배우들끼리 자연스럽게 애드리브를 하는 것이 더 좋은 경우에는 연출에 대해 여러 가지 제안도 한다. ‘명불허전’ 때는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유연하게 임했다. 엔딩 신을 찍을 때도 감독님과 작가님, 김남길 선배랑 같이 아이디어를 냈다.

10. 엔딩 신에 어떤 아이디어를 냈나?
김아중: 허임이 동막개(문가영)와 함께 현대로 넘어온 후 최연경을 찾아와 재회를 하게 된 것은 대본에 이미 써 있었다. 이때 최연경이 의료 봉사를 좀 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10. 김남길과의 멜로 호흡이 굉장히 잘 맞았다는 평을 듣고 있는데.
김아중: 정말 잘 맞아서 2회 때부터 다른 배우들이 ‘벌써 멜로야?’라고 할 정도였다.(웃음) 사고 친 허임을 최연경이 병원에서 치료해주는 장면일 뿐이었는데 분위기는 멜로였다. 또 선배가 연기할 때 최연경을 진짜로 아껴주고 사랑해준다는 느낌을 받아서 더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 나 스스로도 작품이 끝나고 나서 ‘좀 더 사랑해줄 걸’ 하는 아쉬움을 남기기 싫어서 작품을 할 때 다 사랑해주는 편이다. 연애랑 연기랑 비슷한 것 같다.

10. 연애할 때 후회 없이 사랑하는 편인가?
김아중: 연애할 때 남김없이 사랑해주면 이별 후에도 툭툭 털면서 일어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연기도 그렇게 해야 아쉬움이 안 남는다. 그래서 대본에 있는 것 보다 더 솔직하게 허임을 사랑해주려고 노력했다.

배우 김아중 / 사진제공=킹엔터테인먼트

배우 김아중 / 사진제공=킹엔터테인먼트

10. ‘명불허전’에서 맡은 최연경 캐릭터와 실제 성격은 얼마나 닮았나?
김아중: 닮은 부분이 많다. 최연경처럼 나도 사람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줄여가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데뷔한 지 14년이 되고 보니까 이런 심리적 거리감이 본능적으로 생기는 것 같다.

10.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여배우의 역할과 한계에 대해 소신 있게 얘기하는 걸 봤다. 여성으로서 캐릭터를 맡을 때 ‘김아중이 하면 뭔가 다르다’란 느낌을 받는 것도 그 때문일까?
김아중: 되도록이면 여성이 소모적으로 쓰이지 않았으면 한다. 여성 캐릭터를 연기할 때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연기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또 아직까지도 여배우가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의 폭이 넓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한 캐릭터를 맡았을 때 최대한 입체적으로 표현해내려고 촬영 현장에서 감독님, 작가님과 많이 상의하는 편이다.

10. 여성 캐릭터가 소모적으로만 쓰인다면 ‘민폐녀’가 되기 때문인가? 
김아중: 여성 캐릭터들이 ‘민폐녀’가 되는 것은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감정에 치우치도록 그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비극이 초래된다. 만약 비극이 반복되지 않고 성장을 보여준다면 민폐녀가 되지 않는다. 이 반복되는 쳇바퀴에 내 캐릭터가 빠지지 않도록 상의를 많이 한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