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th BIFF 리뷰] 개막작 ‘유리정원’, 순수함과 욕망 사이

[텐아시아=박슬기 기자]
/사진=영화 '유리정원' 메인 포스터

/사진=영화 ‘유리정원’ 메인 포스터

“순수한 건 오염되기 쉬워요.”

‘유리정원’ 속 재연(문근영)이 이같이 말한다. 영화는 순수함과 욕망 사이에서 처절하게 망가지는 한 여인의 인생을 담는다. 하지만 이것이 행복인지, 불행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주인공 재연만이 알 수 있다. 영화는 관객에게 물음을 던진다. 자신의 욕심 앞에서, 욕망 앞에서, 성공을 위해서 평생 순수할 수 있을까.

‘유리정원’(감독 신수원)은 베스트셀러 소설에 얽힌 미스터리한 사건과 슬픈 비밀을 그린 작품이다. 홀로 숲 속의 유리정원에서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를 훔쳐보며 초록의 피가 흐르는 여인에 대한 소설을 쓰는 무명작가의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상에 밝혀지게 되는 충격적인 비밀을 다뤘다.

영화는 제목만큼이나 동화 같은 느낌을 물씬 풍긴다. 안개가 잔잔하게 깔린 푸른 숲 속 슬픈 분위기의 재연(문근영)은 관객의 시선을 단 번에 사로잡는다. 그리고 재연에게 얽힌 비밀과 사연에 궁금증을 일으킨다.

/사진=영화 '유리정원' 스틸컷

/사진=영화 ‘유리정원’ 스틸컷

태어날 때부터 한 쪽 다리를 저는 재연은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다. 기형적인 신체 때문에 늘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위축되지만 남들과 다르게 자신의 보폭을 맞춰서 걸어주는 정 교수(서태화)에게 마음을 뺏긴다. 그러면서 남모를 우월감과 안도감을 갖는다. 그러나 이는 곧 처절하게 깨진다. 정 교수가 후배 연구원과 짜고 자신의 연구 아이템을 훔쳐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재연은 어릴 적 지냈던 숲 속 유리정원으로 들어가 고립된 생활을 한다.

하지만 평온했던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나타난 무명작가 지훈(김태훈)으로 인해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지훈이 재연의 삶을 소재로 삼아 소설의 주인공으로 만든 것. 그리고 재연은 충격적인 미제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다.

이처럼 문근영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설정의 캐릭터를 안정적인 연기로 풀어냈다. 문근영이 아닌 다른 이의 재연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다. 오로지 눈빛과 표정으로 캐릭터를 풀어내기는 쉽지 않을 테지만 그는 마치 재연이 된 듯 일치된 모습을 보인다.

자신이 숲에서 태어났다고 믿는 몽환적인 모습부터 세상에 버림받고 숲으로 숨어버린 순수하면서도 여린 모습, 한 순간에 절망에 빠진 극단적인 모습까지. 문근영은 다양한 모습을 표정으로 담아냈다. 이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랜 여운을 남긴다.

‘유리정원’은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오는 25일 전국 극장 개봉.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