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조제…’, 이별의 순간은 결코 다르지 않다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포스터 이정화·서영주(왼쪽부터), 최우리·백성현, 문진아·김찬호 / 사진제공=벨라뮤즈㈜, CJ문화재단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포스터. 이정화·서영주(왼쪽부터), 최우리·백성현, 문진아·김찬호 / 사진제공=벨라뮤즈㈜, CJ문화재단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고 다리가 불편한 여자 쿠미코(문진아)가 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며, 할머니가 끄는 유모차 안이 그가 바라보는 세상의 전부다. 우연히 쿠미코를 만나 때묻지 않은 순수한 모습에 마음을 빼앗긴 대학생 츠네오(서영주)도 있다. 아르바이트와 시청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열심히 사는 청년이다.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연출 김명환)이 지난달 8일 CJ아지트 대학로에서 막을 올렸다. 동명 일본 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쿠미코와 츠네오가 사랑을 키워가고 끝내 이별하는 과정을 물 흐르듯 담아냈다. 국내에는 2004년 개봉된 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 사건 중심이 아니라 감정을 따라흐르기에 약 200석 규모 소극장 공연의 매력이 돋보인다.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공연 장면 / 사진제공=벨라뮤즈㈜, CJ문화재단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공연 장면 / 사진제공=벨라뮤즈㈜, CJ문화재단

무대는 크게 츠네오의 아르바이트 현장과 조제의 집으로 나뉜다. 길거리, 바다, 동물원, 수족관 등을 오가면서도 특별한 무대 전환 없이 이뤄진다. 대신 무대에 설치한 공간을 작은 소품 하나까지 세심하게 뒀고, 그때그때 바뀌는 영상이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휴식 없이 이어지는 100분 간의 공연 동안 오롯이 극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다. 영화 속 OST를 주요 부분에 사용해 감흥을 더했다.

무대로 옮겨진 ‘조제’는 원작의 담담한 구성을 해치지 않았다. 다만 지나치게 평온한 탓에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지점은 한국식 코믹으로 메꿨다. 웃음이 터지는 장면은 권진우(김대곤), 사이토(박슬마로), 다나카(류경환) 등이 책임진다. 극과 동떨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시원하게 웃을 수 있다.

모든 게 귀찮다는 듯 심드렁하다가도 세상 전부가 신기한 듯 눈을 반짝이는 쿠미코, 문진아는 그간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머더 발라드’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자신만의 세상 안에서 조제, 호랑이, 물고기를 사랑하는 쿠미코를 과하지 않게 표현해 끝내 마지막에는 관객을 울린다. 쿠미코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하며 또 이별하는 츠네오, 서영주는 서서히 ‘끝’으로 향하는 과정의 흐름을 하나하나 잘 살렸다.

‘조제’는 지난 3월 공연된 뮤지컬 ‘판'(연출 변정주)에 이어 CJ문화재단이 제작 지원에 나선 두 번째 작품이다. 첫 번째가 창작 뮤지컬이었던 만큼 일본 원작 소설을 다루는 게 의아했으나, CJ문화재단은 당초 의도대로 연극 장르의 매력을 제대로 살렸다. 영화 속 잔잔함이 무대 위로 고스란히 구현돼 바로 옆에서 살아 숨 쉬는 느낌이다. 극이 끝나도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것만 같으니 말이다.

오는 29일까지 CJ아지트 대학로.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