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앤 나이스’ 개그맨 김완기 “난 야구계 블랙리스트 1호”(인터뷰)

[텐아시아=황영진 기자]
'미스앤 나이스' 진행자 개그맨 김완기

KBS N 스포츠 ‘아이 러브 베이스볼’에서 ‘미스앤 나이스’ 코너를 진행하는 개그맨 김완기. /사진제공=김완기

개그맨 김완기는 KBS N 스포츠 ‘아이 러브 베이스볼’의 인기 코너 ‘미스앤나이스’ 진행자다. ‘미스앤나이스’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멋진 경기 장면과 실수 장면을 편집해서 김완기의 재미있고 뛰어난 입담으로 야구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코너다.

한화이글스 경기 땐 “아이고 공 굴려가 유~~ 얼른 잡아유~~~~”라고 목청을 길게 뺀다. 롯데자이언츠에겐  “와 그라노? 공 단디 잡아라. 몬 잡으면 확 마~”라며 목청을 높인다. “으따, 공 못 잡으면 참 거시기 해요잉.  거시기를 해야 내가 거시기를 하재.” 이건 기아타이거즈 선수들에게 보내는 멘트다.

하지만 실수를 저지른 선수에게 김완기의 ‘송곳 멘트’는 재미난 입담 수준을 넘어 뼈아픈 지적이다. 땅볼을 잡지 못한 선수에게는 “아이고 저 선수 알까기 하네요”라고 하고, 뜬공을 잡지 못해 실수한 선수에게는 “오늘 경기 끝나고 나머지 훈련 확정”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주루사를 당한 선수에게는 “저 선수 사자성어로 엉망진창이네요”라며 돌직구를 날린다.

김완기가 텐아시아와 만나 평소 야구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2014년부터 이 코너를 진행해온 고충을 털어놓았다.

“선수들의 실수를 이용해서 웃음을 만들다 보니 선수들에게 미안하죠.  자기가 실수하는 거, 솔직히 말해서 보기 싫은데 그걸 가지고 장난스럽게 이야기 하니까 얼마나 제가 밉겠어요? 실제로 야구 선수들이 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어떤 선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배트 들고 찾아온다고 했다니까요, 하하하!”

김완기는 “나는 야구선수들에게 기피 대상 1호이자 ‘야구계의 블랙리스트’ 1호”라고 했다. 몇 년 전에는 한 프로팀 감독이 “미스앤나이스에 출연하는 선수들은 무조건 경기 끝난 뒤 연습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했다.

남들에겐 쉬워 보일지 몰라도 그는 2014년 3월 처음 ‘미스앤나이스’를 맡은 후  야구 시즌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았을 만큼 분투했다. 그는 “지난 4년간 여름 휴가나 명절날 가족과 함께 한 적이 없다. 정말 열심히 했다”며  “미스앤나이스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라고 털어놓았다.

개그맨 최초 캐스터를 꿈꾸는 김완기

개그맨 최초로 야구 캐스터가 되고 싶다는 김완기./사진제공=김완기

그는 15년 차 개그맨이다. 그의 방송 역사엔 사연이 많고 슬픔의 연속이다.  2003년 KBS ‘폭소클럽’으로 데뷔했지만 폭소클럽이 막을 내리면서 처음으로 시련을 겪었다.  2004년 MBC 공채 14기에 뽑혀 방송생활을 이어 갔지만 MBC ‘코미디의 길’이 폐지되면서 두 번째 시련이 왔다. 다시 한 번 더 도전해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개그를 했지만  이번에도 프로그램이 폐지되면서 세 번째 시련을 맞았다.

현재 그는 코미디 무대에 서지 못하고 있다. 대신 KBS N 스포츠 ‘아이러브베이스볼’, 티브로드의 ‘우리 친구 아이가’와 ‘원곡동 반상회’, MBC 라디오 ’싱글벙글 쇼‘에 고정 출연 중이다. 그는 또 한 번의 도전을 준비 중이다. 개그맨 최초로 야구 캐스터가 되는 것이다.

“야구 중계를 하면서 팬들에게 웃음도 드리고 싶어요. ‘개그맨+캐스터=개스터’가 새로운 도전이자 목표입니다.”

인터뷰를 하던 그는 한 야구 선수에게 공개 편지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박석민 선수, 요즘 너무 진지합니다. 웃음기가 쫙 빠졌어요. 다시 개그 본능으로 돌아와 주세요”라며 지난해 ‘미스앤나이스’ 고정 출연자였던 박 선수에게 요청했다.

한 평이 되지 않는 작은 스튜디오에서 하루에 야구 경기를 다섯 개나 보며 자신에게 주어진 방송시간 3분에 모든 걸 쏟아붓고 있는 김완기. 그는 야구선수들에겐 블랙리스트 이지만 시청자들에게는 화이트 리스트다.  야구를 사랑하는 그는 정말로 선수들이 실수하는 걸 좋아할까. 대답이 돌직구다.

“선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실수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저도 먹고 살아야죠, 하하하.”

황영진 기자 gagjingag@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