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 루나, ‘배우 루나’의 색깔을 찾아서 (인터뷰)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에프엑스 루나,뮤지컬 리베카

뮤지컬 ‘레베카’에서 ‘나(I)’ 역을 맡은 걸그룹 f(x) 루나.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연습 벌레’라고 불릴 만큼 항상 실수 없이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걸그룹 에프엑스[f(x)] 루나. 2009년 가요계에 데뷔한 그는 한 순간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덕분에 실험적인 노래와 콘셉트를 앞세운 에프엑스도 성공을 거뒀고, 뮤지컬 배우로도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2010년 ‘금발이 너무해’로 뮤지컬 무대를 밟은 그는 ‘인더 하이츠'(2015)를 거쳐 지난 8월 10일부터 ‘레베카’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네 번째 공연되는 작품인 데다 대작이어서 루나의 책임감은 막중했으나 타고난 끈기와 성실함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라는 그는 “배우 루나의 색깔을 찾고 싶다”고 새 목표를 세웠다.

10. ‘레베카’를 시작한 지 한달 째인데, 적응됐나요?
루나 : 아직도 많이 떨려요. 언제쯤 여유롭게 할 수 있을지 매회 노려보고 있습니다.(웃음) 공연 시작하고 맨덜리 저택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무척 떨리고, 댄버스 부인을 만나면 그땐 또 다른 떨림이 시작돼요.

10.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요?
루나 : 공개 오디션을 봤어요. 어찌나 떨리던지요.(웃음)

10. f(x)로 숱하게 무대에 올랐을텐데도 떨렸나 봅니다.
루나 : ‘내가 어떻게 합격했지?’ 싶을 정도예요. 심사하는 분도 ‘왜 이렇게 의기소침해 있느냐’고 물었죠.(웃음) 그런데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 ‘나(I)’란 인물과 비슷했다고 해요. 지나치게 긴장했던 게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됐죠.

10. 출연하고 싶었던 작품이었으니 감회가 새롭겠어요.
루나 : 공연을 올리면 한시름 놓는다고 하는데 ‘레베카’는 하루도 그렇지 않아요. 체력 관리를 못하거나 마인드 컨트롤이 안 돼 있으면 공연 자체가 무너져요. 완성도 높은 2시간의 공연을 위해 1분 1초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10.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루나 : 우선 식단부터 건강한 음식으로 먹으려고 해요. 공연 시작 전엔 두 시간 정도 금식을 하고요. 요조숙녀처럼 보이기 위해서 식단은 저칼로리, 소량만 먹고 운동을 많이 해요.

에프엑스 루나,뮤지컬 리베카

뮤지컬 ‘레베카’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f(x) 루나.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가장 힘든 점은 뭡니까.
루나 : 저를 버리는 작업이 힘들었어요. ‘나’는 막심이란 남자를 만나서 단단하게 사랑을 이뤄내며 여성으로 거듭나는 인물이에요. ‘소녀’라는 단어가 저에겐 고민이었죠. 자칫 f(x) 루나처럼 보일까 봐요. 난관에 부딪혔고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도 고민했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어려웠지만 그 작업을 정성화 선배가 많이 도와줬어요. 지금도 공연 들어가기 전에 캐릭터 분석부터 대사까지 다시 맞춰주죠.

10. 루나가 생각한 ‘나’는 어떤 인물인가요?
루나 : 의기소침한 면도 있지만 솔직하고 밝고 당찬 소녀라고 생각해요. 홀로 살아가다 막심을 만나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생겨 힘을 내죠. 맨덜리 저택에 들어가서 댄버스 부인을 만나 레베카란 인물을 알고, 저택의 어두운 분위기에 눌려 살아가지만 소심한 성격은 아닙니다. 막심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당당하고 용기 있는 여성으로 거듭나죠.

10.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혹은 자신 있는 장면은 무엇입니까.
루나 : 1막 3장일 겁니다. ‘행복을 병 속에 담는 법’이란 곡을 부를 때예요. 가장 좋아하는 넘버(뮤지컬 삽입곡)죠. 막심과 와인 한 잔을 마시며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상황이에요. ‘당신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을 봤다’는 내용인데, 가장 설레고 잘 표현할 수 있어요.

10. 막심과 입맞춤 장면이 굉장히 많던데요.(웃음)
루나 :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많아요. 하하. 특히 엄기준은 “연습 때부터 해야 된다”며 실감 나게 해서 기절할 뻔했어요.(웃음) 그땐 많이 친해진 상태도 아니어서 어색했는데, 요즘은 공연할 때 대충 하면 ‘오늘 컨디션이 안 좋은가?’라고 생각해요.

10. 막심을 네 명의 배우(엄기준·민영기·송창의·정성화)가 연기해요. 상대 배우에 따라 연기와 감정도 조금씩 달라지겠죠.
루나 : 영향을 많이 받아요. 그날 정해놓은 감정의 선은 있지만 연기하는 상대에 따라 다 다르니까요. 어떤 배우에겐 더 애교를 부리고 또 어떤 배우에겐 여성스럽고 수줍은 모습을 보여주죠.

10. 댄버스 부인도 세 명이나 됩니다.
루나 : 옥주현 앞에서는 비명이 절로 나와요. 정말 무서워요. 신영숙과도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몸이 덜덜 떨리고요. 김선영과 할 때는 그렇게 눈물이 나요. 모두 다른 느낌이고 매회 연기를 배워요. 언니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은 만큼 저 역시 좋은 호흡을 드리고 싶어요.

10. 배우 이지혜, 김금나와 ‘나’ 역할을 맡았습니다. 어떤 배우들은 영향을 받을까 봐 안 보기도 하던데요.
루나 : 저는 연습부터 공연 때도 다 챙겨볼 정도로 같은 역을 맡은 배우들을 좋아해요. 모두 저보다 경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배울 점 이 있습니다. 모방하기보단 다양한 것을 보면서 연기의 방향을 잡죠. 클래식 창법으로 공연을 한 건 처음이라 이지혜 언니에게 많이 배웠어요.

10. ‘나’란 역은 무대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아 대사를 외우는 것도 쉽지 않았죠?
루나 : 연습 기간이 좀 짧았어요. 처음에는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어렵더군요. 먼저 대사를 외워야 한다는 압박감에 힘들었지만 빨리 습득했습니다. 선배들에게 의지를 많이 했고요. 노래도 맞춰보고 운동도 함께하면서요. 저의 ‘인생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아요.(웃음)

10. 가수 출신이기 때문에 창법에 대한 고민은 없었습니까.
루나 : 어머니와 언니 등 집에 클래식 전공자들이 있어서 성악은 어렸을 때부터 접했지만 뮤지컬을 꼭 클래식 창법으로 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싶기도 했어요. 사실 그래서 김문정 음악감독에게 “‘나’ 역할이 소설이나 영화 속 어디에도 청아한 목소리로 표현된 적이 없는데 꼭 그렇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었어요. “원래 갖고 있는 목소리로 표현하되 부담스럽지 않게 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어떻게 들려드릴까 고민했고 지금도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입니다. ‘레베카’가 네 번 째 공연되고 있는 작품이라 저의 창법이 어색하고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관객들도 있어요. 그런 점들을 보완하려 노력하고 있죠.

10. 얼굴에서 즐겁다는 것이 전해져요.
루나 : 뭔가 성취하는 기분이 들어서 워낙 연습하는 걸 좋아해요. 게다가 연습하는 만큼 늘잖아요. 사실 이 작품은 더디게 늘긴 하지만 처음으로 장기간 공연하는 작품이고 저의 한계에 부딪히기도 해서 매일 새롭고 즐거워요.

에프엑스 루나,뮤지컬 리베카

“배우로서의 색깔을 찾고 싶다”는 루나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가수로서 무대에 설 때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루나 : 어렸을 때부터 가수로 무대에 올랐어요. 매우 자유롭죠. 저에게 뮤지컬은 아직 숙제인 것 같습니다. 사실 가수보다 먼저 뮤지컬 배우를 꿈꿨어요. 춤과 노래 연기를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다는 매력에 끌렸죠. 꿈을 이뤘지만 계속 이뤄나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끝이 없네요.(웃음)

10. 최근엔 ‘레베카’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루나 : 감정선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에도 지나치게 밝아지는 걸 경계하고 있어요. 혹시 작품에 영향을 줄 것 같아서죠.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인데 자칫 너무 아이같아 보일까 봐 주의해요. ‘나’는 고독하게 살아오다 막심을 만나 바뀌는 인물이니까요. 그래서 무대 밖에서도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10. ‘아이돌 출신’이기 때문에 느끼는 책임감도 있겠죠?
루나 : 커요.(웃음)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로 시작했을 때도 ‘뮤지컬은 아이돌이 하지 말아야 하는 영역’이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그래서 심적으로 힘들었죠. 제가 만약 잘 못하거나 실수를 하면 ‘아이돌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와요. 제가 옥주현에게 영향을 받는 것처럼 저 역시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요. 그래서 연습도 철저하게 하고 체력관리도 잘 하고 있죠.

10. 옥주현의 존재가 든든하겠어요.
루나 : 원래 좋아하고 존경했지만 ‘레베카’를 하면서 더 느끼고 있어요. 나름대로 관리를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옥주현과 비교하면…(웃음) 사람을 대하는 법도 배우고 있어요. 공연 전 목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언니가 무대 뒤에서 소리를 지르며 사탕을 주더라고요. 말하지 않았는데 저를 보고 느낀 것 같았어요. 항상 “목 상태는 어때?”라고 묻고 마사지하는 법도 알려줘요. 모든 배우들에게 다 그래요. ‘이렇게 바다 같은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10. 뮤지컬을 하면서 연기에 대한 욕심도 커질 것 같습니다.
루나 : ‘인 더 하이츠’ 때도 그랬고 이번 작품 역시 저에겐 어려워요. 비슷한 나이대를 연기하기 때문에 욕심도 많이 나고요. 발음부터 역할에 맞는 목소리 톤, 걸음걸이 등 모든 게 풀어야 할 과제죠. 오늘보다 내일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레베카’를 끌어가는 이들이 저를 믿고 맡겨 줬기 때문에 부끄럽지 않게 더 잘 해내고 싶습니다.

10. 마지막 공연 때 루나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루나 : 저도 기대돼요.(웃음) 첫 번째 공연과 마지막 공연이 어떻게 다를까요? 대극장에도 점점 적응하면서 소리도 잡혀가고 있어요.

10. 시야가 넓어졌겠어요.
루나 : 목표가 달라졌어요. 예전엔 댄스 가수로 춤추는 게 마냥 행복했는데, 이젠 좀 더 다양한 걸 하고 싶어요. 그래서 도전하고 있고요. ‘레베카’에 출연할지도 몰랐고, 뮤지컬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몰랐던 가수였는데 이렇게 다채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고 감사해요.

10. 20대 중반이 돼 달라진 점이 있나요?
루나 : 작품을 하고 일하는 자세가 달라졌어요. ‘연습 벌레’란 말이 좋았고 그럴수록 더 치열하게 연습을 했는데, 그게 다가 아니란 걸 알았어요. 영리하게 관리하는 법을 알았죠.

10.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까?
루나 : 취미가 워낙 많아요.(웃음) 고전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고, 강아지를 키우는데 산책도 시키고 병원도 데리고 가면서 하루를 보내요. 강아지 옷과 간식도 직접 만들고요. 또 뷰티에도 관심이 많아서 새로운 제품이 나왔다고 하면 사러 가죠.

10. 20대 후반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루나 : 우선 두 달 정도 해외로 배낭여행을 다녀오고 싶어요. 거기서 버스킹 공연도 하고요.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 배우 루나라는 독특한 색깔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은 찾아가는 과정이라 좀 기다려야 하겠지만요.

10. ‘레베카’의 관객들에게 한마니 남겨주세요.
루나 : 이 작품을 하면서 정말 행복해요. 관객들의 예상을 뒤엎는 ‘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어서 오세요.(웃음)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