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초점] 천호진이 그린 대한민국 가장의 무게

[텐아시아=현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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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천호진 / 사진=텐아시아DB

“저랬는데, 좋았었는데…”

애써 웃으며 막막한 현실을 헤쳐나갔지만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눈물짓는 천호진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재벌가로 떠나는 딸을 돌려세우지 못한 채 좌절하는 그의 가슴 절절한 부성애는 대한민국 가장의 외로운 마음을 달랬다.

지난 17일 방송된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 6회에서 서태수(천호진)의 친딸 서지안(신혜선)이 재벌가에 입성했다. 앞서 서지안의 쌍둥이 동생 서지수(서은수)가 25년 전 해성그룹의 노명희(나영희)가 잃어버린 딸로 밝혀졌다. 하지만 쌍둥이의 엄마 양미정(김혜옥)은 “누가 내딸이냐”는  노명희의 추궁에 힘들게 살아온 서지안을 떠올렸고, 그가 부잣집에 가 꿈을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서지안이 네 딸”이라고 거짓말했다.

서태수(천호진)는 서지안이 해성그룹에 가겠다고 선언했다는 사실을 듣고도 돈 때문이 아닐 거라며 옹호했다. 사실대로 밝히려 했지만 서지안은 “이렇게 사는 거 지긋지긋하다. 날 왜 데려다 키웠느냐”고 말했다. 속이 상한 서태수는 서지안의 연락도 받지 않고 소주만 병째 들이켰다.

술에 취해 길에서 눈을 떴지만 낯설지 않았다. 그곳은 서태수의 사업이 번창할 당시 살던 동네였다. 과거 서태수와 식구들은 누구보다 화목했다. 서태수는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좋았는데, 행복했는데…”라며 눈물을 보였다. 뒤늦게 집에 갔지만 서지안은 이미 떠난 뒤였다. 서지안이 탄 차를 쫓아갔지만 힘에 부처 넘어졌다.

서태수는 자신의 사업 실패 후에도 식구들을 위해 노력했다. “가장이 식구들을 못 먹여 살리면 죽어야지”라는 심정으로 거짓말까지 하며 지방에서 일용직을 이어갔다. 돈 때문에 꿈까지 포기한 서지안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 부족함 없이 사랑을 퍼줬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리감을 느끼면서도 애써 담담했다. 서지안을 향한 부성애는 여느 남녀의 가슴 시린 로맨스보다 애틋했다.

서태수 역의 천호진은 세월의 고단함을 담은 깊은 눈빛으로 인물의 희로애락을 표현했다. 고민 가득한 표정으로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사다가도 딸 앞에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딸에 대한 미안함에 오열하는 그의 열연은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천호진은 방송 전 “워낙 좋은 후배들이 많다. 내가 오히려 방해될 것 같은 느낌”이라며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의 존재감은 ‘황금빛 내 인생’을 봐야 할 하나의 이유가 됐다.

‘남자가 아니라 가장은 그저 일하는 기계’라는 우스갯소리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돈을 버느라 생긴 식구들과의 거리감, 그것에서 오는 쓸쓸함을 안고 살아간다. 천호진의 눈물은 가족을 위해 땀 흘리는 대한민국 수많은 아버지들을 위로했다.

KBS2 '황금빛 내 인생' / 사진=방송 캡처

KBS2 ‘황금빛 내 인생’ / 사진=방송 캡처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