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음, “언젠간 나만의 연기를 할 날이 오겠죠”

황정음, "언젠간 나만의 연기를 할 날이 오겠죠"

솔직하다. 정말 그렇다.  연예계 데뷔 12년차면 이제 적당히 스스로를 방어하는 화법에도 익숙해졌으련만 좋고 싫음에 대한 명확한 태도를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다. 여기에 ‘안 되면 될 때까지’를 외치는 특유의 오기나 ‘잘 할 수 있다’고 자기 최면을 거는 자신감은 타고난 듯 하다. 그런 꾸밈없음은 대부분의 경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21일 종영한 SBS <돈의 화신>을 촬영하면서도 그랬다.

여주인공 복재인 역은 사실 비중이 크거나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황정음에게는 어느 때보다 행복했던 촬영으로 남아있다. 무엇보다 전작인 MBC <골든타임>을 찍으며 느꼈던 슬럼프를 작품으로 극복해야겠다는 그만의 의지가 컸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늘 외치듯 “황정음이니까”.

Q.MBC <골든타임> 촬영중에는 당시 수면제를 먹어야 잠이 들 정도로 부담을 느꼈다고 들었다. 이번 작품 촬영중에는 괜찮았나

황정음 :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스스로 힐링되는 느낌이 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늘 마지막 촬영 때는 부담감을 벗어날 수 있어 속시원하다는 마음이 컸는데 이번엔 아쉬움과 함께 뭉클한 감동이 무척 큰, 이상한 경험을 했다.

Q.<돈의 화신>을 통해 개인적으로는 슬럼프를 극복한 건가

황정음 : 뭔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는 상황을 피하기보다 오히려 부딪쳐서 극복해내야 한다는 게 일하면서 터득한 교훈이다. 전작 <골든 타임>을 끝내고 연기력에 대한 비판과 스스로 느낀 한계점때문에 힘들었고 사실 숨고 싶었다. 그렇지만 결국 일로 얻은 슬럼프는 아프더라도 부딪히면서 만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Q.작품을 대하는 자세가 전작에 비해 많이 달라진건가

황정음 : 연기자로서 많은 부분에서 한계에 부딪쳤다고 느꼈었다. 그래서인지 이번엔 특히 연기 베테랑이신 대선배님들과 함께 하면서 좀더 배워야겠다는 의지가 많이 생겼다. 이제는 뭔가 목표를 이뤄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즐기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책임감이나 부담감을 조금 내려놓고 한발짝 뒤에 서서 즐기다보니 더 자신감도 붙고 내가 잘하는 게 뭔지 알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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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뚱녀 역할이어서인지 먹는 연기가 참 많았다.

황정음 : 재인이는 아픔이 있지만 부족함 없이 자란 아이다. 마치 현실에서 진짜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하는 귀여우면서도 아버지에 대한 남모를 트라우마도 있는 복잡다단한 성격이 뚱녀라는 캐릭터 속에 잘 녹아든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사랑스러운 느낌으로 남아 있다.

Q.극중 마약에 취한 모습이나 최여진과 술주정을 부리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약간 과장된 듯한 연기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

황정음 : 촬영장에서 나를 내려놓는다는게 어떤 뜻인지 잘 몰랐는데 조금씩 깨닫고 있는 중이다.(웃음) 코믹한 연기는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Q.<돈의 화신> 초반부에는 전작 <지붕뚫고 하이킥>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앞으로도 로맨틱 코미디를 하게 된다면 <하이킥> 때의 이미지가 계속 생각날 것 같다

황정음 : <하이킥>의 잔영은 계속 내가 극복해 가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하지만 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특화시키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발랄하면서도 황정음다운 연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사실 전문직 드라마는 내게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개인적으론 고등학교 때 데뷔해 사회생활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부분도 역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좀 어려운 점이기도 하다.

Q.제작진과는 <자이언트> 이후 두 번째 호흡이다. 박상민과는 남매에서 적으로 변했지만 다시 만났고. 처음부터 확신을 가지고 참여했을 것 같다.

황정음 : 전작 <자이언트> 때 좋았던 기억이 많았다. 특히 박상민 선배는 가끔씩 천재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연기자다. 장면을 살리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고 상대 배우의 연기를 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해 개인적으로는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Q.독특한 목소리 톤에 대해서는 아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황정음 : 풀어야 할 숙제인 것 같다. 바로 고쳐지진 않겠지만 스스로 느끼기에 조금씩 나아지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입에 힘을 주는 버릇도 종종 지적받곤 했는데 지금은 많이 없어졌다. 목소리 톤도 매 작품마다 달리 평가받곤 했는데 어색한 부분이 있다면 조금씩 노력해서 바꿔가겠다.

황정음, "언젠간 나만의 연기를 할 날이 오겠죠"

Q.단점에 대한 지적에도 예전에 비해 많이 여유로워진 것 같다

황정음 : 예전에는 사실 연기에 대해 심한 지적을 받으면 속으로 반발심이 없지 않았다.(웃음) 그런데 요즘엔 ‘내가 시청자라면 어떤 부분이 거슬릴까’하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더라. 물론 인간이기 때문에 단점을 다 버리진 못하겠지만 내가 지닌 장점들과 잘 조화를 이룬다면 언젠간 나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해내지 않을까.

Q.<지붕뚫고 하이킥>에 이어 <자이언트> <내마음이 들리니> <골든타임> <돈의 화신>까지 연이어 시청률 면에서 안타 이상의 성적을 냈다. 작품을 고르는 특별한 기준이 있나

황정음 : 웃기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감’을 믿는 편이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끌리는 작품을 바로 고르는 편이다. 많이 계산하거나 욕심부리지 않고 그때 그때 내가 좋아하는 걸 찾는 게 후회없는 선택을 만드는 것 같다.

Q.다음 작품도 드라마쪽으로 보고 있다고 들었다

황정음 : 드라마 현장이 힘들다지만 난 이미 드라마 스태프들과의 끈끈한 팀워크에 중독된 것 같다.(웃음) 뭔가를 할 때 순간적으로 몰입해 집중해서 끝내는 걸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할 때마다 너무 힘들고 괴롭지만 끝나고 나면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자꾸 나를 현장으로 이끈다. ‘또 한번 싸워서 이겨봐야지’하는 오기와 함께 말이다.(웃음)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채기원 ten@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