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6’ 행주 “지기 싫으니 이겨야 했다” (인터뷰)

[텐아시아=손예지 기자]
Mnet '쇼미더머니6' 최종 우승 래퍼 행주 / 사진제공=Mnet, 아메바컬쳐

Mnet ‘쇼미더머니6’에서 최종 우승한  래퍼 행주. / 사진 제공=Mnet, 아메바컬쳐

“‘여기서 꼭 우승해야지’ 이런 마음은 없었어요. 대신 ‘언제 탈락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모든 경연에 임했어요. 지기 싫으니까 이겨야 했죠.”

리듬파워 행주는 Mnet ‘쇼미더머니6’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당초 이번 시즌에는 참가할 생각이 없었다. 리듬파워 멤버 지구인과 보이비를 응원하러 갔는데 그들이 1차 예선에서 탈락했다. 행주는 홧김에 현장에서 지원서를 써냈다. 2년 전 시즌4에서 1차 예선 탈락의 슬픔을 맛봤던 그이기에 두려움도 있었다. 그래도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랩을 했다. 심사위원 지코가 그에게 합격 목걸이를 건넸다. 행주가 쓴 반전드라마의 시작이다.

2차 예선, 1대1 디스 배틀, 싸이퍼 미션… 행주는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했다. 그러나 행주는 “잔머리 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신 “그 순간 가장 멋있는 것을 좇았을 뿐”이라며 웃었다. 그렇게 행주가 ‘쇼미더머니6’의 주인공이 됐다.

10. ‘쇼미더머니6’가 끝난 뒤 어떻게 지냈나?
행주: 행복하게, 바쁘게 지내고 있다.(웃음) 프로그램이 끝난 직후 며칠은 휴식이 의무인 것처럼 쉬었다. ‘쇼미더머니6’를 하면서 거의 반 년 동안 잠을 못 잤다. 쉬는 방법을 까먹었다. 그래서 억지로 자려고 노력했다.(웃음)

10. 빠듯한 스케줄로 악명 높은 프로그램이라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을 텐데.
행주: 보통 1~2주에 한 곡씩 미션 곡을 써야 했다. 거의 모든 미션을 준비하면서 밤을 샜다. 몸은 정말 피곤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예상보단 덜했다. 꽤 재미있게 임했다.

10. 다른 서바이벌 참가자들은 엄청난 정신적인 압박감을 토로하던데.
행주: ‘쇼미더머니6’도 미리 겁을 먹고 시작했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별 것 아니었다.(웃음)

10. 1차 예선 현장에서 참가 신청서를 내기 전까지는 출연할 생각이 없었나?
행주: 주위에서 ‘쇼미더머니6’에 지원해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사전 참가 신청을 받는 마지막 날까지 많이 고민했다. 그러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 이야기를 풀기에 ‘쇼미더머니6’에 출연하는 것보다 솔로 앨범을 내는 게 맞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10. 생각을 바꾼 계기는?
행주: (리듬파워) 보이비와 지구인의 탈락이다. 예선 첫째 날 두 친구가 당연히 합격할 줄 알고 축하해 주러 갔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나왔다. 2년 전 내가 ‘쇼미더머니4’ 1차 예선에서 탈락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날 밤 한숨도 못 잤다. 주변에서 현장 지원이라는 게 있다고 알려줬다. 다음날 예선 장소를 찾아가 지원서를 냈다. 그때까지 생각해뒀던 플랜을 모조리 바꾸는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반드시 출연해야 했다.

10. 1차 예선에서 당당히 합격했다. 보이비와 지구인의 반응은 어땠나?
행주: 나는 합격했지만 보이비와 지구인은 탈락했으니 슬펐을 수도 있는데 너무 기뻐해줬다. 그날 저녁에 자축 파티를 열었다. 보이비와 지구인이 반반씩 계산했다.(웃음)

10. ‘이번엔 붙겠다’는 자신이 있었나?
행주: 확신했다. 떨지도 않았다. 준비가 안 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당장 눈앞에 있는 것을 뛰어넘기 위해 그 순간 몰입했다. 그 마음이 ‘쇼미더머니6’에 임하는 내내 이어졌다.

10. ‘반전드라마의 주인공’이라는 표현에 대한 생각은?
행주: 나에게는 ‘쇼미더머니6’의 모든 순간이 극복하는 과정이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걸 해내야 했다. 나는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나를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팀 배틀도, 디스 배틀도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멋있고 강한 상대를 골랐다. 쉬운 라운드가 하나도 없었다. 덕분에 갑작스럽게 뛰어든 ‘쇼미더머니6’라는 판에서 행주의 캐릭터가 생겼다.

10. 팀 프로듀서로 지코와 딘을 고른 것도 같은 이유인가?
행주: 1차 예선에서 내게 합격 목걸이를 준 사람이 지코다. 2차 예선에서 내 특유의 느릿느릿한 랩을 짚어준 것도 지코였다.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지코라면 나를 알아주겠구나 싶었다. 사실 지코와 딘도 내가 자신들을 선택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눈에 보였다.(웃음) 나는 누구보다 그들과 잘 어울릴 자신이 있었다. 남들이 아는 행주는 내 일부이기 때문이다. 내 촉을 믿었다. 그게 탁월한 선택이 됐다.(웃음)

10. 서바이벌에서 어려운 길을 택한다는 것… 이것도 하나의 전략일까?
행주: 잔머리는 안 굴렸다.(웃음) 그냥 순간마다 제일 멋있는 걸 좇았을 뿐이다. ‘내가 제일 멋있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지, 누구랑 붙어야 하지’ 그런 생각뿐이었다.

10. 경연 중 가장 어려웠던 상대는?
행주: 다 이기겠다는 자신은 있었다. 한 명을 꼽자면 1대1 디스 배틀에서 맞붙은 자메즈다. 나만큼 정신력이 강한 래퍼다. 게다가 내 가사 외우기도 벅찬데 자메즈한테 디스를 듣고 센 척을 하려니 쉽지 않았다.(웃음)

'쇼미더머니6' 경연 곡 중 '레드 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행주 / 사진제공=Mnet, 아메바컬쳐

‘쇼미더머니6’ 경연 곡 중 ‘레드 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행주 / 사진제공=Mnet, 아메바컬쳐

10. 가장 기억에 남는 경연은?
행주: 뻔한 대답 같겠지만 ‘레드 선(Red Sun)’이다. 제일 열심히 했다. 목숨을 걸었다. 이걸 못해내면 앞서 쌓은 것들이 다 무너질 것 같았다. 경연 일주일 전에 비트를 받아서 연습을 시작했다. 사흘 간 밤을 새 도입부 가사를 겨우 썼다. 2절 가사는 세 번이나 수정했다. 가사를 외워야 하는데 경연 이틀 전에야 곡을 완성했다. 무대에 올라가 첫 구절을 뱉고 머리가 하얘졌다. 그 짧은 순간 ‘망했다’는 생각과 함께 오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래퍼들 중 첫 순서였다. 관객들이 다 내게 집중하는 게 느껴졌다. 벌거벗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입에서 다음 가사가 술술 나왔다. 머리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데 몸이 반응했다. 죽어라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웃음) 그날 경연에서 관객들이 래퍼의 이름을 연호한 게 ‘레드 선’이 유일했다. ‘쇼미더머니6’를 통틀어 관객들이 나만 바라봐준 것도, 내게 환호를 해주는 것도 처음이었다. 그때 느꼈다. 나, 성공했구나!

10. ‘레드 선’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온라인에 ‘행주가 잘생겨 보인다’는 글이 정말 많았는데.(웃음)
행주: 랩을 잘 시작한 것 같다.(일동 웃음) 원래 남성 팬들이 많았는데 ‘쇼미더머니6’를 하면서 여성 팬들이 늘었다. 나를 설명하는 해시태그에 섹시가 붙은 것도 행복하다. 계속 주입시킨 덕분인 것 같다.(웃음) 내가 랩을 잘해서 관심을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다.

10. ‘쇼미더머니6’로 인정받은 셈이다.
행주: 내가 랩을 어떻게 하는 애인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 물론 내가 갖고 있는 색깔 중 일부일 뿐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 일부마저도 확인받고 검증받는 게 쉽지 않았다. 솔로 앨범도, 리듬파워의 앨범도 내게 어떤 보상을 주지는 못했다. ‘쇼미더머니6’로 재조명받았다.

10. 최종 우승자로 호명됐을 때 눈물을 흘렸다. ‘이런 데 나와서 우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말이다.(웃음)
행주: 울고 싶지 않았다.(웃음) 수상 소감 말할 때 ‘쿨’한 게 멋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막상 닥치니 그게 안 됐다. 예능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처럼 울었다.(웃음) 그날 리듬파워 친구들이 응원하러 와줬다. 객석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상황에 더 몰입됐던 것 같다. 모든 감정이 몰려왔다. 지코와 딘에게도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고마웠다.

10. 파이널 경연 1, 2차 무대 모두 현장 투표로 결과를 뒤집었는데.
행주: 현장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 랩을 하면서 ‘쇼미더머니6’에 지원한 순간부터 예선, 디스 배틀, 팀 미션 등 모든 것들이 드라마처럼 떠올랐다. 그때 마주한 관객들의 눈빛이 기억에 남는다. 승패를 떠나 ‘나는 지금 널 응원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듯했다. 벅차올랐다.

10. 어머니의 반응은 어땠나?
행주: 파이널 경연이 끝난 직후에는 전화를 못했다. 우실 것 같았다. 회식하고 다음 날 아침에 집에 갔는데 어머니 얼굴을 못 볼 것 같아 그냥 끌어안았다. 어머니가 굉장히 행복해 하시고 나를 자랑스러워하셨다. ‘나, 정말 잘했구나’ 생각했다.

10. ‘쇼미더머니6’ 출연을 후회한 적은 없나?
행주: 딱 한 번 있다. 세미파이널 경연을 앞두고 최면 걸렸을 때다. 최면에 걸려서 내가 알리고 싶지 않았던 개인사를 다 이야기했다. 최면에서 깨어나서 ‘나한테 왜 이러나’ 이런 생각이 들어 힘들었다. 다행히 방송에서는 대부분이 편집됐다. 제작진에 감사하다.(웃음) 그것 빼고는 다 행복했다.

10. 유독 이번 시즌 래퍼들의 사이가 돈독해 보였는데.
행주: 래퍼들의 사무실이나 연습실이 거의 한곳에 몰려 있다. 미션을 준비하면서 서로 얼굴을 자주 봤다. 작업 때문에 밤을 새우고 래퍼들을 보면 나만 졸린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돼서 힘이 났다.(일동 웃음) 함께 서바이벌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서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위안이 됐다.

10. 지금 래퍼들 사이에 ‘우원재에게 선물받기’ 챌린지가 유행이라고 한다.(최근 ‘쇼미더머니6’ 출연자들이 일본 여행을 떠난 우원재에게 선물을 요구하고 그의 반응을 SNS에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행주: 너무 재미있지 않나?(웃음) 나는 선물 필요 없다고 보냈더니 ‘삭제된 메신저 계정이다’라고 답장이 왔다.(일동 웃음) 내가 먼저 원재에게 이모티콘을 선물해볼까 생각하고 있다.

'쇼미더머니6' 최종회 행주 캡처 / 사진제공=Mnet

‘쇼미더머니6’ 최종회 행주 캡처 / 사진제공=Mnet

10. 서바이벌에서 지치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행주: ‘여기서 우승할 거야’라는 생각을 갖고 ‘쇼미더머니6’에 출연한 게 아니다. ‘언제 탈락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지기 싫다’는 마음이었다. 지기 싫어서 이겨야 했다. 물론 우승까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너네만 모르고 있다’는 생각으로 경연에 임했다. 사람들이 나를 조금씩 알아봐줄 때 희열을 느꼈다.

10. 소속사 대표 다이나믹듀오는 경쟁 상대였던 넉살의 팀 프로듀서였는데.
행주: 내 앞에서 항상 넉살 칭찬만 했다.(웃음) ‘어차피 우승은 넉살’이라고 하니까 승부욕이 더 생겼다. 하지만 누구보다 형들의 마음을 잘 안다. 내가 우승하고 나서 형들이 ‘고생했다’ ‘잘했다’고 해줬다. 감동이 더 크게 다가왔다.

10. ‘쇼미더머니6’란 어떤 의미인가?
행주: 터닝 포인트인 것은 당연하고. 음… 나는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쇼미더머니6’는 내 약한 모습은 물론 모든 것을 유일하게 만인에게 보여준 창구다. 일종의 일기장처럼 나를 전부 기록했다.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다.

10. 앞으로의 활동이 더 중요하다. ‘쇼미더머니6’ 출연 전 작업했던 솔로 앨범을 발표하나?
행주: 아니다. 전부 뒤집을 거다. ‘쇼미더머니6’를 겪으며 나란 사람 자체가 달라졌다. 새로 출발해야 한다. 이전의 것들은 이제 재미가 없다. 큰 그림을 그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냥 지금 당장 제일 멋있는 걸 하고 싶다. 지금 리듬파워의 행주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겠다.

10. 무엇이 달라졌나?
행주: ‘쇼미더머니’ 예선 탈락자에서 우승자가 됐다.(웃음) 내가 하는 랩, 실력은 변함이 없지만 나에 대한 확신이 단단해졌다.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도 달라졌다.

10.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계획도 있나?
행주: 래퍼만큼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희극인이다. 남을 웃기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일이지 않나. 리스펙트(respect)한다. 그 판에 발을 담굴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불러만 준다면 즐겁게 임하고 싶다.(웃음)

10. 출연하고 싶은 예능이 있다면?
행주: SBS ‘TV동물농장’이다. 피펜이라는 이름의 반려견을 기르고 있다. 동물을 정말 좋아해서 한번 출연해보고 싶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