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3〉1위 ㅣ 악당 알드리치 킬리언의 근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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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슈퍼히어로 곁엔 항상 매력적인 악당이 있다. 더 강력하게, 더 악랄하게, 역대 최대의 적이란 거창한 타이틀과 함께 매번 새로운 악당이 슈퍼히어로를 괴롭힌다. 어설픈 설정과 약해 빠져 보이는 무기로는 대중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없는 일. 더욱이 선과 악이란 단순한 잣대 속에 캐릭터를 밀어 넣는 일은 더더욱 멍청한 일이다. 슈퍼히어로를 만들어내는 것만큼 매력적인 악당을 그려내는 게 더 어려워 보인다. 그런 점에서 <아이언맨3>의 악당 알드리치 킬리언(가이 피어스)은 전편의 악당에 비해 더 교묘해진 사악함과 더 강력해진 파워로 아이언맨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또 기존 히어로물에서 봐왔던 무시무시했던 악당들이 떠오른다. 알드리치 킬리언을 보면서 연상되는 악당의 근원을 찾아가본다.

정말 악당스러운 비주얼 – <메멘토>(2000) 레나드 쉘비

<메멘토>의 주인공 레나드 쉘비가 남긴 인상은 강렬했다. 레나드 쉘비는 영화 속에서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 채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이들을 찾아 헤매야 했다. 어찌 보면 희생양에 가까웠달까. 그러나 복수를 감행하는 그의 잔인한 눈빛과 온몸을 휘감은 타투는 무척 ‘악당’스러웠다. <메멘토>의 레나드 쉘비를 맡았던 가이 피어스가 <아이언맨3>에선 악당 종결자 알드리치 킬리언 역을 맡았다. 그의 강렬한 눈빛과 가슴팍에 자리한 타투에서 <메멘토>의 이미지가 오버랩되는 것은 우연일까?

“아이 윌비 백!” 끈질긴 집념 – <터미네이터> 시리즈 T-1000, T-X

터미네이터는 용광로 속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채 “아이 윌비 백!”을 외쳤다. 하지만 악당으로 등장한 T-1000과 T-X는 오고 간다는 말도 없이 줄기차게 ‘백’했다. 온갖 무기를 사용해 공격에 성공해도 이내 뒤쫓아 오는 그들의 모습은 좀비를 떠오르게 한다. 가히 집념의 화신이라 부를 만하다. <터미네이터> 속 악당들의 ‘정신력’까지 카피한 것일까? 또 불구덩이 속에서 온몸이 녹아내리는 데도 붉은 눈을 번득이며 다가오는 알드리치 킬리언의 모습은 <터미네이터>의 오마쥬일지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뜨거운 불맛 – <판타스틱4: 실버 서퍼의 위협>(2007) 자니 스톰

슈퍼히어로 영화 <판타스틱> 시리즈에는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자니 스톰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의 능력은 물·바람 등과 같은 천적에는 약한 모습을 보이지만, 알드리치 킬리언에겐 그런 것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 듯하다. 인간의 유전자를 새롭게 재생시키는 바이러스인 익스트리미스 덕분에 <아이언맨3> 속  악당들은 인체의 활성화를 통해 발생시킨 고온의 열을 무기로 사용한다. 그 때문에 무적일 것 같았던 아이언맨도 결국 기계이기에 열에 약한 단점을 드러내게 된다. 심지어 불을 내뿜기까지 하는 데 어떻게 당해내지?

돈·명예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순수 악 – <다크나이트>(2009) 조커

고전 영화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악당들의 목표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돈이든 명예든 혹은 세계정복이든 무엇인가가 하나씩 꼭 있다. 그런데 요즘 악당들은 다르다. <다크나이트> 속 조커가 그 대표주자다. 극악무도한 행동을 하면서도 “재밌자나!”하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 고전적 선악구분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쌓아놓은 돈에 불을 붙일 때 눈을 희번덕거리며 웃는 조커의 모습은 알드리치 킬리언이 표방하는 ‘순수 악’의 교본일지도 모른다. 전쟁을 일으키려하고 세계경제까지 장악하려 하지만 그게 과연 그의 진정한 목표일까? 분노와 공허함이 공존하는 그의 눈빛에서 그러한 증거를 찾기란 쉽지 않다.

도마뱀 꼬리와 같은 뛰어난 재생능력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 리자드 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는 천재 과학자지만 자신의 능력을 악한 곳에 사용한 리자드 맨이 등장한다. 능력을 악용한 것도 그렇지만 그 동기마저 비슷한 점이 있다. 리자드 맨에겐 태어날 때부터 없었던 한 쪽 팔의 복구가 그 목적이었다면, 알드리치 킬리언은 절뚝이는 자신의 다리가 그 동기였다. 리자드 맨은 뛰어난 재생능력을 얻었지만 자신을 통제할 능력을 잃었다. 그러나 알드리치 킬리언은 더 업그레이드 된 능력에 이성의 끈까지 붙들었다.

글.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편집.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