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유산>이 아니라 백년의 고난?

어제 뭐 봤어?

MBC <백년의 유산> 32회 2013년 4월 21일 오후 9시 50분

다섯 줄 요약

간통으로 오해를 받은 채원(유진)의 모습을 본 설주(차화연)는 세윤(이정진)에게 절대 둘의 관계를 허락할 수 없음을 선포하고, 세윤은 철규(최원영)와 함께 있는 채원을 구해낸다. 채원의 집으로 찾아가 넉살 좋게 인사를 마친 세윤을 가족들은 마음에 들어하지만, 효동(정보석)과 춘희(전인화)는 설주의 아들이라는 사실에 걱정부터 앞선다. 한편 춘희와 설주는 비밀을 간직한 고아원의 원장 수녀님의 임종을 지키는 자리에서 다시 마주친다.

리뷰

전형적인 코드의 반복이 다시 시작됐다. 잠시나마 로맨티스트로 변신했던 철규는 다시금 끝을 알 수 없는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극의 주변부로 물러났고, 설주는 방회장(박원숙)이 물러났던 ‘악녀’의 자리를 꿰차며 채원 괴롭히기에 나섰다. 이쯤 되면 드라마의 제목이 <백년의 유산>이 아니라 <백년의 고난>이 되는 게 맞는가 아닐 정도로 인물들의 ‘채원’ 괴롭히기에는 끝이 없어 보인다. 간간히 드러나는 국수집의 ‘가업’에 대한 거룩한 이미지는 정말 찰나에 지나지 않고, 채원 수난기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간간히 반격의 순간조차 없는 채원의 ‘고난’은 그저 맹목적으로 보인다. 마치 밟히기 위해 탄생한 캐릭터처럼, 채원의 무기력함은 보는 사람들조차 축축 늘어지도록 만들고 있다.

정신을 차린 세윤이 저돌적으로 채원을 향해 돌진하고는 있지만, 이 방식 또한 전형적인 드라마의 공식에 지나지 않아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그토록 주저하고 있었던 것이 이유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세윤의 저돌적인 태도는 마치 늘어진 극을 ‘키스씬’ 한 방으로 만회하려는 듯 보일 만큼 급격하다. 반면 여전히 수동적인 채원의 캐릭터는 철규의 방식에 이어 세윤의 방식에 휘둘리고 있을 뿐이다. 다만 이들의 사이에 도사리고 있을 ‘출생의 비밀’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이어질 설주의 발악이 다시금 <백년의 유산> 초창기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방회장은 설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대사에서 드러나듯, 방회장과 철규, 홍주와 주리(윤아정)에 이어 채원의 고난기는 설주에게로 바통 터치됐다.

자기 반복적인 이야기의 구조와 진행, 심지어 채널을 돌리지 않고 보는 이들 조차 ‘드라마가 정말 희한하다’라고 할 정도인 <백년의 유산>이 주말극 시청률 1,2위를 다투고 있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다만 이 악몽이 하루 빨리 끝나 ‘채원’의 고난이 끝나기 만을 바라게 될 뿐이다. 아, 더불어 시청자들의 악몽도.

수다 포인트

– 맞선 포기하고 만취해 쳐들어온 기옥, 나이 육십에 도전을 받은 강쌤. 과연 이들의 하룻밤은 어떻게?
– 수줍은 표정을 하고 나타난 홍주, 공포를 느끼는 건 철규만이 아닌듯.
– 오늘 주리 출연 씬은 단 한 장면… 이렇게 병원에서 존재감을 잃어가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