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100퍼센트] 내가 봤어, <무한도전> 진짜 잘 했어

[강명석의 100퍼센트] 내가 봤어, <무한도전> 진짜 잘 했어
2011년 MBC 은 1월 1일에 시작해 12월 31일에 끝난다. 이 365일 동안 의 멤버들은 ‘타인의 삶’을 살았고, ‘무한상사’의 직원으로 근무했으며,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로 음원차트를 휩쓸거나 조정선수가 되어 ‘Grand Final’을 경험하기도 했다. 올해 마지막 에피소드인 ‘나름 가수다’는 첫 에피소드였던 ‘연말정산 뒤끝공제’를 되새김질하며 시작됐고, ‘나름 가수다’에 소개된 유재석의 노래들은 이 1년을 보내는 방식을 보여준다. 유재석은 뮤지션이 아니지만 1년이 지나 ‘말하는 대로’와 ‘압구정 날라리’ 같은 히트곡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일을 6년 하니 은 멤버들이 부른 노래로 연말 공연을 할 수 있다.

파격과 안정을 넘어 만들어낸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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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와 정형돈이 서로 정말 어색한 사이라는 것을 공개했던 그 때, 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시대를 열었다. 다시 2년 뒤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에서 박명수와 노홍철이 돈가방을 놓고 싸울 때, 그들은 시민들 사이를 헤집으며 ‘추격예능’이라는 장르를 창조했다. 다시 3년 뒤, 박명수와 정준하는 ‘무한상사’의 상황극 속에서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는 ‘꼬리잡기’로, 다시 ‘TV 전쟁’ 같은 또 다른 형식의 추격전으로 변화했다. 6년이 지나면서 멤버들의 관계는 깊어졌고, 장르를 다루는 방식은 능수능란해졌다. 다만, 파격 대신 익숙함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1년에 한 번은 ‘조정특집’ 같은 장기 스포츠 프로젝트를 하고, 2년마다 한 번씩은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같은 가요제가 열린다. 매해 연말에는 달력을 만들고, 연말 공연을 한다. 멤버들이 의 달력 구매자에게 직접 배달하는 ‘무한 익스프레스’는 이 1년의 일상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을 만들거나 보면서 1년을 지내고, 달력을 찍거나 사면서 내년을 준비한다. 바로 다음 회를 예상할 수 없었던 쇼가 사진전을 통해 팬이 천천히 1년을 되돌아볼 수 있는 안정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예능 프로그램이 파격이 쌓이고 쌓여 역사가 됐다. 그 사이 유재석은 뿐만 아니라 SBS 의 ‘런닝맨’에서도 열심히 뛰게 됐다. 리얼버라이어티 쇼가 한풀 꺾인 뒤에는 MBC 의 ‘나는 가수다’ 같은 리얼리티 쇼가 등장했다. 멤버들은 더 바빠지고, 경쟁자들은 의 노하우를 배웠으며, 시대는 변했다. 6년 된 쇼의 고군분투.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와 ‘명수는 12살’은 의 현재다.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는 과거보다 더 큰 규모로 열렸고, ‘명수는 12살’은 박명수의 개인사를 끌어들였다. 크기와 깊이는 역사에서 나온다. 장난처럼 시작했던 에피소드가 어느덧 2년마다 한 번씩 가요제가 됐고, 멤버들은 물론 시청자까지 박명수의 캐릭터에 대해 알게 되면서 그의 어린 시절까지 불러왔다.

이 전하는 세상을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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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해야할 장르의 신대륙은 점점 더 찾기 어렵고, 시청률이 30%이상을 기록하던 시절도 지났다. 그 사이 파격의 쇼는 늘 일정 수준의 화제를 모으는, 역사와 전통을 가진 ‘레전드’가 됐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 계속되고 있다. 2011년의 이 회고적인 분위기를 띄거나 타인의 삶에 대한 관심을 돌아보기 시작한 것은 단지 우연이거나 연출자 김태호 PD만의 관점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멤버들은 달력을 촬영할 때 그들의 지난 시간을 추억했고, 박명수와 정준하가 ‘짝꿍’에서 서로의 귀를 파주며 묵은 감정을 털어내는 장면은 그들이 함께한 시간이 만들어낸 것이다. 박명수는 어느새 독기어린 악마의 아들이 아니라 예능감을 되찾길 바라는 짠한 중년이 됐고, 멤버들은 ‘쩐의 전쟁’과 ‘무한 익스프레스’에서 비싼 등록금에 시달리는 대학생과 하루에 수백 건의 주문을 처리해야 하는 택배 기사의 현실과 마주한다. 처음에는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재미있는 쇼를 만들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사람도, 쇼도 나이 들었다. 신경 써야 할 것은 너무나 많고, 더 심해진 심의는 할 수 있는 것마저 못하게 하며, 어느 순간부터 쇼 바깥의 세상이 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동계 올림픽’ 특집에서 유재석은 어떻게든 뒤쳐진 길과 함께 눈길을 헤쳐 나가려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코미디가 아닌 감동 코드로 풀어낸 것은 6년째 죽을힘을 다해 정상에서 버티고 있어야 하는 이 쇼가 스스로 필요로 했던 것이기도 하다. 정형돈이 “내가 봤어, 우리 진짜 잘 탔어”라고 말한 그 감정.

그러나, 은 스스로를 위로하되 자기 연민의 늪에서 허우적거리지는 않았다.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와 ‘하나마나 행사’가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 것이었다면, ‘조정특집’은 쉼 없이 달린 그들의 몸을 다시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스스로에게 위로받을 자격을 부여했으며, ‘TV는 사랑을 싣고’부터 ‘명수는 12살’에 이르는 콩트나 상황극은 멤버들의 실제 서사를 기존의 장르에 이식,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 늘 고집불통 같은 박명수의 캐릭터와 어린 시절 함께 놀지 못했다던 그의 추억이 ‘명수는 12살’의 상황극을 가능케 했고, 시청자들은 을 통해 익숙해진 멤버들이 과거의 추억을 재현하는 동안 스스로의 추억을 회고한다. 박명수가 어두운 거리에 홀로 남겨진 모습을 보았을 때 말할 수 없는 애잔함을 느꼈다면, 박명수를 통해 유년기의 상실과 슬픔의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일 것이다. 가공된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6년간 쌓인 출연자의 실제 서사가 상황극의 캐릭터에 몰입을 일으키고, 그 6년을 지켜본 팬들은 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얻는다. 과거의 이 팬들에게 매번 새로운 세계를 경험케 했다면, 이제 예능 세계의 끝까지 가본 듯한 이 쇼는 팬들에게 세상을 보는 관점을 제공해준다.

쇼와 함께하는 인생은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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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시 이다. 이 스스로가 역사가 되는 사이 출연자와 제작진은 에 자신의 인생을 투영시켰고, 팬덤은 을 보고, 달력을 사고, 사진전에 가는 것이 일상의 일부가 됐다. 그리고, 이제 은 그 자체가 스스로의 인생을 살고 있다. 무모하게 달려든 때도 있었고, 매번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가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몸은 예전 같지 않고, 새로운 모험에 대한 기대는 줄어들었다. 꿈은 번번이 현실에 맞게 잘려나간다. 멤버들이 오직 에만 집중할 수 있거나, K-POP처럼 전 세계에 수출이라도 되지 않으면 은 끝나는 순간까지 성공만큼이나 좌절도 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인생처럼 좌절과 피로의 순간에도 살아갈 힘을 찾아야 하는 것. 그들의 의도와 별개로, 지금 은 가장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간다. 도전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도전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 그래도 살아가야 할 때 대체 쇼는, 그리고 쇼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인생은 어디로 갈까. 그리고, 그 답은 이미 유재석과 이적의 ‘말하는 대로’에 담겨있을지도 모른다. 도전은 무한히. 그런데, 인생은 영원히.

글. 강명석 기자 tw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