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이 세계를 만들어가는 이들의 굳은 의지

 
 
 
tvN <나인> 12회 캡처

tvN <나인> 12회 캡처

tvN <나인 : 아홉번의 시간 여행> 12회 4월 22일(월) 오후 11시
다섯 줄 요약
과거로 돌아간 선우(이진욱)는 정우(서우진)를 설득하려 하지만, 이미 최진철(정동환)의 계략에 휘말려 선우를 믿지 못하게 된 정우는 선우를 위험에 빠뜨린다. 쫓기던 선우는 정우에게 연락해 어떻게든 자수를 하게끔 이야기하지만, 결국 칼에 맞는다. 현재로 돌아온 선우는 칼에 맞은 채로 병원에 실려가고, 조금씩 생겨나는 기억에 혼란스러운 정우(전노민)는 드디어 자수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기억해 낸다.  최진철은 과거에 남겨둔 사진에서 현재 선우의 얼굴을 보고 놀라워한다.
 
리뷰
<나인>이 그려내는 사건의 흐름에는 언제나 돌발 변수가 작용한다. 선우(이진욱)의 대사 ‘뜻대로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부분에서도 드러나듯 <나인>의 세계에서 예측 가능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는 이야기의 시작은 주인공 선우의 시점이지만, 이야기의 갈등이 생성되고 확장되는 것은 선우 혼자만의 힘으로는 구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선우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서사들이 튀어나오며 이야기를 흔든다. 그리고 이는 13회를 통해 선우가 대사로 이야기 하듯 ‘인물들의 의지’로 설명된다. 모든 캐릭터들이 의지를 갖게 되면서 드라마의 큰 서사는 뒤틀리기 시작하고, 결국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서사라면 충분히 예측 가능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각 캐릭터들이 자신의 의지를 갖고 움직이며 서사의 축을 흔들게 되고, 당연히 드라마를 보던 습관대로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보는 시청자들은 이 서사가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밖에 없게 된다. 각 캐릭터의 입장에선 당연한 의지와 행동들이 주인공의 이해관계와 엇갈리게 되면서, <나인>은 모든 경우의 수와 캐릭터의 의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읽어낼 수 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선우가 간과했던 관여 인물들의  ‘경우의 수’가 튀어 나오듯, 시청자들 역시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생각하는 ‘의지’를 포함해야만 해석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처음부터 물 흘러가듯 이야기가 흘러가도록 둔 것이 아니라 각 부분마다 공학적으로 짜 들어간 듯한 이야기의 구조에는 작가가 담고자 한 메시지가 드라마 속의 이야기들을 통해 고스란히 녹아있다. 전반부가 판타지와 팩트 사이에서 고민하던 선우의 모습이었다면 중반부는 이 두 가지가 뒤엉키며 하나의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이었고, 13부부터 돌입한 듯 한 후반부는 이 세계를 만들어가는 인물들의 ‘의지’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을 드러냈다. 향을 가진 선우의 의지뿐만 아니라, 그 사건을 둘러싼 모든 인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의지’가 결국 <나인>을 여기까지 끌고 오게 한 원동력인 셈이다.
<나인>이 좋은 드라마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과 별개로 이 이야기가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이처럼 자칫 빠지기 쉬운 ‘주인공 서사’의 함정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각 인물들의 관점에서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각 인물들이 오롯이 살아 자신들을 위한 의지를 만들어 가는 만큼 <나인>은 그야말로 인물들이 살아 숨쉬는 또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나인>은 이야기의 결말이 아니라, 이 세계가 어떠한 방식과 룰을 가지고 움직일 것인지가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그 첫 단추를 판타지, 팩트, 그리고 의지로 끼웠다. <나인>이 보여줄 다음의 이야기는 단순히 이어지는 에피소드가 아니라 이 세계의 가장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할 ‘룰’이다. 13회 엔딩에서 이어질 민영(조윤희)의 대사 한 마디가 그토록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수다 포인트
– 도대체 <나인>의 장르가 정확히 뭔가요? 판타지? 스릴러? 느와르? 아니면 멜로? 액션?
– 완벽해 보이던 <나인> 속 옥의 티, 1992년의 잠수교는 저런 모습이 아닙니다…
– 뇌종양에서 겨우 구해놨더니 ‘칼빵’ 맞고 돌아온 선우… 영훈이 명줄이 줄어드는 소리가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