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더 테이블’, 일상은 특별함의 연속이다

[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더 테이블' 메인 포스터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영화 ‘더 테이블’ 메인 포스터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의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순간이 있다. 반대로 나와는 다른 사고방식의 인물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위로로 다가오기도 한다. 영화 ‘더 테이블’은 각양각색 8인의 이야기를 몰래 엿듣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며 관객들에게 따뜻한 감성을 선물한다.

‘더 테이블’은 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에 하루 동안 머물다 간 네 개의 인연을 통해 사랑과 관계의 다양한 모습을 비추는 작품이다. 멀어지고 달라져버린 과거의 연인, 용기가 없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남녀, 결혼 사기를 위해 만났지만 뜻밖의 교감을 나누는 두 여인, 결혼 앞에 흔들리는 남녀의 이야기가 다채롭게 담겼다.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그리 거창하지 않다. 창석(정준원)은 스타가 된 전 여자친구 유진(정유미)에게 루머를 확인하려고 하거나 셀카를 요구하는 행동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하룻밤 만남 이후 긴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경진(정은채)과 민호(전성우)는 서로에 대한 호감을 깨닫는다. 은희(한예리)와 숙자(김혜옥)는 가짜 모녀 행세를 위해 만났지만 묘하게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진심을 나누고, 혜경(임수정)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헤어진 남자 운철(연우진)에게 여전히 마음을 표현하지만 끝내 돌아설 수밖에 없는 쓸쓸함을 보여준다.

하루라는 시간적 제한과 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이라는 공간은 외부 요소를 제외한 인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옴니버스 형태의 영화여서 한 에피소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때문에 상황 설명이 친절하게 이뤄지는 작품은 아니다. 테이블을 두고 마주앉은 두 사람의 대화와 눈빛으로 이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한다.

이들 앞에 놓이는 각기 다른 종류의 음료 역시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다. 예컨대 오전 11시부터 긴장감에 맥주를 마시는 창석에게선 옛 애인이 아니라 연예인을 마주하는 소년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경진과 민호는 쓴 커피와 달달한 초콜릿 무스케이크를 앞에 두고 포크도 들지 않는다. 시작할지 돌아설지 고민하는 남녀의 미묘함이 표현된다. 가짜를 위해 만났지만 같은 라떼를 마시는 은희와 숙자에게선 묘한 동질감이, 운철과 혜경이 남긴 식어버린 커피와 홍차에선 미련을 깨끗하게 버리지 못하는 두 인물의 속내가 드러난다.

김종관 감독 특유의 감성은 단조로울 법한 전개를 채운다. 감정의 극대화를 위해 자극을 더하진 않는다. 커피 가루가 물에 서서히 녹는 모양이나 아침에 담아둔 유리잔 속의 꽃이 서서히 시드는 과정 등이 천천히 섬세하게 표현된다. 그 자체로도 편안해지는 기분을 선사한다.

특별출연한 임수정을 포함해 중년의 김혜옥·대세배우 정유미 등 베테랑과 정준원·전성우 등 신예들이 한 자리에 모였는데도 연기력은 물론 존재감까지 넘치거나 부족함이 없다. 네 개의 에피소드가 순차적으로 전개되는 만큼 각 배우에게 할당된 대사는 많지 않지만 앞자리에 앉은 상대 배우와의 호흡만으로도 관객들을 충분히 몰입하게 한다.

이들의 지극히 일상적이고 소소하고, 어쩌면 사소한 대화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하루를 돌아보게 만든다. 누굴 만났는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되새기게 하는 것만으로도 ‘더 테이블’은 의미가 있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