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화신>, 뺏고 빼앗긴 욕망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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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돈의 화신> 23회 2013년 4월 20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출소한 이차돈(강지환)은 조상득(이병준)의 도움을 받아 다시 검사에 임명된다. 치매에 걸렸던 복화술(김수미)은 정신이 돌아와 자신이 돈을 빌려준 청록문학회 회원들을 압박하며 차돈의 복수를 돕는다. 지세광(박상민)이 은비령(오윤아)의 연락을 받고 그녀를 정신병원에서 감호소로 옮겨주던 중, 은비령은 도망을 치고 지세광을 죽이려는 계획을 세운다. 지세광이 서울시장으로 당선되던 날, 차돈은 세광을 체포하지만, 살인과 횡령에 관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 고군분투한다.

리뷰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생전에 아버지가 즐겨 드시던 호두를 한 봉지를 아버지 산소 앞에 내려다 놓고, 자신이 목표하던 바를 이뤘고 이제 더 큰 목표를 향해 나가고자 한다고 고백하는 남자가 있다. 남자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몇 차례의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다. 그는 살인 당한 이의 충복이기도 했고, ‘친형’같은 심정으로 대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 죽음들을 뒤로하고,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니었던 것을 취하고, 자신의 욕망이 되어버린 것을 향해 쫓는 그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그에게 연인으로서 배신당한 여자가 밤새 읊조리는 것처럼 그는 ‘살인마’일까. 그로부터 부모를 잃었다고 울부짖는 한 남자가 외치는 것처럼 그는 ‘악마’일까. 누군가에게 이 남자는 ‘살인마’이자, ‘악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남자는 무엇보다 ‘야욕을 가진 이’다. 살인도 악행도 모두 이 남자의 그칠 줄 모르는 욕망 때문에 일어났다. 그가 선천적으로 살인과 악행을 즐긴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는 당황하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한다. 자신의 욕망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그가 저지른 모든 일이 다 정당화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의 행동과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태생적으로 사회적 약자였던 이의 욕망이 언제부터, 어떻게 뒤틀리게 되었는지, 그것이 궁금할 뿐이다.

여기 다른 한 남자가 있다. 자신이 그토록 잡아들이고 싶었던 이를 눈앞에 두고 “넌 범죄자, 난 심판자!”라고 말하며 쾌감을 느끼는 남자가. 남자는 이 쾌감의 본질을 꿰뚫는 데까지 오랜 시간을 보냈다. 너무나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결국 자신이 ‘범죄자’라고 지목하는 이에게 돈과 명예 모두를 빼앗겼다. 남자는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몰랐다. 단순히 돈 많은 집에서 태어났다는 것, 그 배경과 재력으로 인해 어떤 것들이 가능했었는지, 그로 인해 어떤 이의 음모에 휘말리게 되었는지, 그는 잘 몰랐다. 하지만 모든 것을 빼앗기고, 그 또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이의 입장이 되어보니 조금씩 알게 되었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어떻게든 채우려고 하는 욕망에 휘둘리며 그 욕망을 발산하는 행위가 반복되다 보니, 그는 어느새 무언가의 노예가, 누군가에게 죄인이 되어있었다. 그랬던 그가 이제 모든 걸 바로잡으려 한다. ‘정의’의 이름으로 ‘죄인’이 된 누군가를 심판하고 처단하려 한다. 지금 이 남자의 관심은 자신의 누명을 벗기고,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이가 죗값을 받는데 있다. 그러나 남자는 안다. 누구보다도 이 모든 죄악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 남자는 과연 어떤 ‘심판자’가 될까. ‘범죄자’가 된 이의 모든 것을 빼앗는 ‘심판자’가 될까? 아니면 그 ‘범죄자’의 뒤틀어진 욕망을 판단하는 ‘심판자’가 될까. 무엇이 되건, 남자는 이 심판이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뺏고 빼앗긴 욕망’을 둘러싼 대결임을 알 것이다.

수다포인트
-엔딩을 향해 가다보니 설정 상 리얼리티가 다소 떨어지는 부분들이 눈에 띄네요. 차돈과 상득의 민감한 내용의 독대가 너무 트인 공간에서 이루어진다거나, 선거 전날에 선거 유세를 전혀 하지 않는 세광의 모습이라든지, 은비령이 신분증도 없이 은행 비밀금고에 접근하는 모습이라든지, 평소보다 치밀함이 떨어지는 모습들을 보자니 좀 아쉽군요.
-드라마 제목 따라서 내용이 흘러간다지만 돈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가늠하기 점점 힘들어지네요. 복화술이 차용증을 들이밀자, 거액의 돈을 빌려갔던 국회의원, 기업 CEO, 방송국 사장까지 벌벌 떠는 것까진 좋아요. 근데 방송국 사장에게 프로그램 하나 만들어달라고 하니, 프로그램이 ‘뚝딱’하고 만들어지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요? (아직 ‘돈 맛’을 몰라 이런 얘기하는 건지도…쩝.)

글.톨리(TV리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