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애의 모든 것>, 몰아치는 감정에도 경기는 미지근하네

11SBS <내 연애의 모든 것> 4회 2013년 4월 17일(수) 오후 10시

다섯줄 요약

노민영(이민정)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그간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사과를 하려고 하지만 실망스러운 정치인들의 모습에 화를 참지 못하고 또 다시 사고를 치고 만다.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김수영(신하균)은 노민영에게 사랑의 감정을 고백하기에 이른다. 한편 여당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노민영 의원을 경계하는 한편 김수영 의원에 대한 불신을 높여가게 되는데, 두 사람의 감정이 치 닫으면서 동시에 송준하(박희순)와 안희선(한채아)의 감정 또한 휘몰아치게 된다.

리뷰

3회를 기점으로 주인공들의 감정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0:0의 지지부진한 게임을 펼치다가 연속 안타와 함께 말루 홈런으로 급격한 반전을 이루는 야구게임을 보는 듯하다. 김수영의 감정의 깊이는 노민영이 국회에 몰고 오는 스캔들의 농도에 정비례하여 깊어지고, 이들을 둘러싼 또 다른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 또한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송준하와 안희선의 캐럭터는 이들 주인공의 관계에 상대적 타자로서 역할을 한다거나, 극의 볼륨감을 부여할 정도로 입체적이진 못하다. 송준하는 노민영의 죽은 언니 남편의 동생(!)이면서 동시에 같은 학교 선배이자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노민영의 곁을 지키며 김수영의 접근을 경계하지만 근심과 애정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흔한 로코물의 남자 서브 주인공 역할이지만 극 중 송준하는 크게 매력적으로 어필 되지는 못하는 듯하다. 이는 배우 박희순의 연기와 매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극 자체가 지닌 느슨함 때문으로 보인다.

로코물의 성패를 좌우하는 지점은 에피소드들의 boom up만큼 각 인물들이 가진 탄력과 개성의 밀도이며, 이들 꼭지점들이 이루는 도형의 극적 조화이다. <내 연애 의 모든 것>은 극을 이루는 모서리가 왠지 불안정하며 후물거려 상황극으로 연명하는 수준에 가깝다.

안희선 또한 노민영과 김수영의 감정을 물결치게 하는 간접적 인물로서 뚜렷한 개성이 없다. 주인공의 감정을 적절히 제어하며 극을 추인하는 인물과 계기가 없다 보니 상황과 순간적인 감정의 몰입으로만 극이 진행되어 버린다. 인물들의 갈등상황은 제시되지 않고 말이라는 텍스트로 직접 표현되어 버려 시청자들에게 인위적으로 주입된다(“마치 로미오와 줄리엣 같어!”)

정치와 사랑, 아이러니와 재미라는 대칭이 무너지면서 <내 연애의 모든 것>이 집중하는 부분은 모든 인물이 실은 같은 당파의 사람이라는 ‘캐릭터 동화론’이다. 극 중 모든 인물들은 같은 학교와 가족, 또는 친인척으로 얽혀있는데 이는 첨예한 캐릭터들의 대립과 갈등을 원천적으로 방해하며 심급의 파생점들을 봉쇄하는 바리케이드로서의 역할을 한다. 결국은 만날 수 없고, 사랑해서는 안되며, 정치적 화합 또한 불가한 듯 보이지만, 그들은 본회의가 끝난 후 여의도의 어느 술집에서 서로 대학시절을 회상하며 술잔을 기울일 것이다.

90년대 유명한 법정 영화들에서 보이는 Brotherhood(우린 같은 하버드 로스쿨 출신이며 한 때 애틋한 감정도 있었지만 지금은 으르렁거리는 변호인과 검사일 뿐이야!)는, 그러나 그들이 치열하게 일하고 사랑하는 본 무대에서 조차 절제를 모른 채 칩입하여 흔한 로코물의 클리세가 되어 버린다. 되려 각자 인물들이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는 순간 의지하게 되는 완충망으로 작용하여 손쉬운 스토리텔링으로 전락한다. 감정의 깊이와 표현은 더욱 명료해진 반면, 대립과 긴장의 실타래를 회가 거듭되면서 촘촘히 엮지 못한 채 상황으로 밀어붙이게 되어 인물들의 개연성과 배경이 뿌리를 잃고 단순한 악세서리로 치부되는 느낌이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이 본격적인 극의 중심부로 돌진하면서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바로, 설정의 연쇄성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보단, 지금이라도 캐릭터들이 가진 변곡점들을 적절히 제어하여 상황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모든 축구선수가 공격수로 뛰는 경기가 있는 반면, 모두가 수비로서의 역할에 머무는 경기가 있는데, <내 연애의 모든 것>은 후자의 미지근한 경기에 가깝다. 하프타임 이후의 탄력적인 경기를 기대해 본다.

수다포인트

-제 1야당 대표가 소수당인 노민영 의원을 불러놓고 질책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노민영 의원은 옆에서 고개를 숙인 채 계시더라고요? 이게 말이 되는 장면인가요?

-(1보)김수영 의원, 국회에서 낙서하는 장면, 네티즌 눈총

-마지막, 소녀시대 티파니의 주제가로 시청률 변화를 꾀하는 제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