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tionary] ㅇ: <아무도 모른다>

[덕tionary] ㅇ: <아무도 모른다>
[덕tionary] ㅇ: <아무도 모른다>
(誰も知らない)
a. 1988년 일본 도쿄에서 실제 일어났던 ‘스가모 아동 방치 사건’을 소재로 2004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영화.
b. 아버지 없이 어머니(YOU)와 함께 살던 네 남매가 어머니마저 집을 나간 뒤, 장남 아키라(야기라 유야)의 필사적인 보호 아래 살아가는 모습을 섣부른 가치 판단으로 목소리 높이지 않고 차분히 응시한 영화.
c. 2004년 제 5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당시 15세였던 야기라 유야가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화제가 됨. 심사위원장이었던 쿠엔틴 타란티노는 “영화제 기간 동안 수많은 영화들을 보았지만, 마지막까지 기억에 남는 건 아키라의 표정 뿐이었다”고 말함. 그 외에도 벨기에 겐트영화제 그랑프리 수상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호평을 받음.

연관어: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a. 일본의 영화감독. 1962년생. 대학 졸업 후 1987년부터 TV 다큐멘터리 연출을 시작, 1995년 에스미 마키코와 아사노 타다노부가 출연한 영화 으로 극영화 감독 데뷔. 초기엔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스스로 밝힘.
b. (1999), (2004), (2008), (2009) 등 연출하는 작품마다 국내외 영화제에서의 수상은 물론, 평단과 관객의 지지를 받는 아시아의 거장 감독.
c. 12월 22일 개봉 예정인 영화 의 감독.

[덕tionary] ㅇ: <아무도 모른다>
[덕tionary] ㅇ: <아무도 모른다>
덜컹 덜컹 흔들리는 모노레일 안, 헤진 티셔츠를 입고 때가 낀 손톱을 커다란 여행 트렁크 위에 올려 둔 소년이 있다. 어린 아이의 것이라기엔 너무 지친 얼굴을 한 이 소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가방 속에는 어떤 소중한 것이 들어있는 것일까. ‘큰 소리로 소란 피우지 않는다.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베란다에도.’ 네 살부터 열두 살, 작고 어린 네 남매가 엄마와 함께 사는 도쿄 변두리의 낡은 아파트에는 이런 규칙이 있다. 넷이지만 넷이 아니다. 어린 아이가 많으면 집을 구하기 쉽지 않은 엄마는 이삿날 장남 아키라만 이웃에 소개한다. 장난꾸러기 셋째 시게루(키무라 히에이)와 해맑게 웃는 막내 유키(시미즈 모모코)는 여행 가방에 숨겨 왔고, 조용한 둘째 쿄코(키타우라 아유)는 늦은 밤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숨어들었다. 아이들은 학교도 다니지 못한 채 철없는 엄마를 의지하며 좁은 아파트에서 자란다. 그리고 어느 날 아키라에게 동생들을 부탁하고 한 달 간 집을 비웠다 돌아온 엄마는 “크리스마스 전까지 돌아올게”란 말과 얼마의 돈을 남기고 다시 집을 나갔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다. 엄마가 사라진 게 알려지면 넷이서 함께 살 수 없음을 아는 아키라는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을 얻고, 공원에서 물을 떠 와 동생들을 돌본다. 어른의 손길이 닿지 않는 좁은 아파트에는 쓰레기 냄새가 진동하지만, 그 폐허와 절망 속에서도 아이들은 머리카락이 자라고, 키가 크고, 목소리가 변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 하지만 아무리 필사적으로 버텨도 아키라 역시 겨우 열두 살짜리 어린애다.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키우던 화초가 결국 죽어가듯이, 텅 빈 눈으로 오지 않을 엄마를 기다리던 남매들은 점차 시들어간다.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를 만들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영화 속 아이들의 그것처럼 조용하다. 그러나 그 속에는 듣는 이의 마음을 폭풍처럼 헤집는 날카롭고 아픈 이야기가 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언제나 그랬다. 이유를 알지 못하는 남편의 자살 이후 상실의 아픔을 조용히 견뎌내던 여자를 그린 데뷔작 부터 저승으로 가기 전 잠시 머무는 중간 역 림보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였냐”는 질문을 받는 이들의 얼굴을 응시한 , 서로 사랑하는 만큼 원망하는 가족의 목에 걸린 가시 같은 이질감을 세심하게 이야기한 가 그랬다. 성욕 처리를 위한 대용품으로 태어나 어느 날 마음을 갖게 된 공기인형을 통해 우리 모두가 안고 있는 끝을 알 수 없는 고독을 아름답지만 적나라하게 보여 준 역시. 둥글고 선한 얼굴에 묘하게 심술궂은 입매를 가진 그는 너무나 흔해빠져서 미처 보지 못하는 세상의 풍경과 순간을 포착해 우리 앞에 슬쩍 가져다 놓는다. 그 손길과 시선과 목소리는 너무도 조용하고 사려 깊지만 그래서 더 잔인하고 서늘하다. 삶을 집요하게 노려보는 고레에다 감독은 쉽게 희망을 말하지도, 삶을 낙관하지도 않는다. 대신 “(슈퍼맨이 나타나 구원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풍요롭고, 인생은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절실해서 오히려 차가운 눈으로 응시하는 그의 영화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등을 떠민다. 섣불리 기대하지도 쉽사리 절망하지도 마라, 그저 걸어가라, 말하는 그 손의 온기는 놀랍도록 따뜻하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SNS DRAMA] [텐아시아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EVENT] 뮤지컬, 연극, 영화등 텐아시아 독자를 위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