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스타] 호기심 덩어리, 이창섭 (인터뷰)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이창섭,인터뷰

뮤지컬 ‘나폴레옹’에서 루시앙 역을 맡아 열연 중인 그룹 비투비의 이창섭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그룹 비투비(BTOB)의 이창섭이 연이어 뮤지컬을 선택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부터 5월까지는 ‘꽃보다 남자 더 뮤지컬(The Musical)’에서 츠카사 역을 맡아 장난기 넘치고 철없는 인물을 연기했다. 지난 7월부터는 ‘나폴레옹’ 속 루시앙으로 정반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극 중 인물로 무대 위에 서 있는 게 참으로 신기하고 행복하다는 이창섭. “뮤지컬은 갑자기 나타난 호기심 덩어리”라며 눈을 반짝인다.

10. ‘나폴레옹’ 공연은 잘 하고 있나?
이창섭 : 잘 하고 있는 것 같다.(웃음) 만족스럽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 중이다. 우선 큰 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10. 전작인 ‘꽃보다 남자’에 비하면 ‘나폴레옹’은 어떻게 다른가?
이창섭 : 옷으로 비유를 하자면 ‘꽃보다 남자’는 자유로운 캐주얼이고 ‘나폴레옹’은 진중한 느낌의 정장이다.

10. 이번엔 선배들과 연기 호흡을 맞추는데.
이창섭 : 배울 게 정말 많다. 선배들이 조언을 많이 해줘서 귀담아 듣고, 무대 뒤에서 선배들의 공연을 보며 감탄한다.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10.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끼나?
이창섭 : 루시앙을 연기하면서 매 순간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그때의 감정을 스스로 정돈해가는 중인 것 같다.

10.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이어서 공부도 필요했을 것 같은데.
이창섭 : 역사 공부를 했다. 그 시대 사람들의 습관, 자세, 인사하는 법 등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비운의 캐릭터인 루시앙을 강렬하고 복합적인 인물로 만들어가는 게 험난했다. 1막 때 루시앙의 존재감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1막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불태운다.

10. 루시앙은 어떤 인물인가?
이창섭 : 불꽃같은 캐릭터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형과는 다른 인물이지만 장렬하게 전사한다. 나와는 다르다.

10. 자신의 실제 성격과 다르다는 뜻인가?
이창섭 : 루시앙이란 배역을 처음 받았을 땐 개구지고 재미있는 성향이 강했다. 신기하게도 이 역할을 맡으면서 성격도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진지하고 정의로운 캐릭터라 그런지 연기하는 동안에도 진중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조금은 동화되고 있는 것 같다.

10. 캐릭터에 영향을 많이 받는가보다.
이창섭 : 정신적으로 미치는 게 큰 것 같다. ‘꽃보다 남자’는 유쾌하고 활발한 극이지만 ‘나폴레옹’은 첫 연습부터 무거웠다. 극중 캐릭터의 영향을 받으며 물드는 것 같다. 연기에 완전히 몰입해서 끝까지 가보고 싶기도 하다.

이창섭,인터뷰

그룹 비투비의 이창섭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뮤지컬에 잇달아 도전하면서 힘들지 않나?
이창섭 : 힘들다기보다 고민의 연속이라고 해야 할까. 행복하게 공연을 하고 있지만 오늘은 어떻게 더 많은 관객들에게 루시앙이란 인물을 잘 보여줄 수 있을까란 생각을 매일 한다. 공연 전에 전체 극을 세세하게 훑어보고, 그 안의 감정을 생각하는 것 같다.

10. 1200석의 대극장이라 부담이 더 크지 않나?
이창섭 : 비투비로 콘서트를 많이 했기 때문에 대극장이라서 떨리는 건 없다. 오히려 관객이 많으면 많을수록 자신감은 더 커진다. 적은 수의 사람들이 선명하게 보고 있을 때가 더 떨린다.

10. 같은 역할을 맡은 다른 세 명의 배우(백형훈·진태화·B.A.P 대현)가 있다. 자신만의 차별화는?
이창섭 : 네 명 모두 다르다. 각기 다른 배우들의 모습을 보면서 연습을 허투루 한 게 아니란 걸 느꼈다. 캐릭터는 연기하는 이들의 삶에서 나오는 것 같다. 같이 연습하고 같은 걸 하자고 해도 결국 색깔은 다르다.

10. 세 명(임태경·마이클 리·한지상)의 나폴레옹은 어떤가?
이창섭 : 바라보고 연기를 하고 있으면 셋 모두 내게 정확하게 감정을 준다. 워낙 베테랑 선배들이라 그런지 정확하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해줘서 내 안의 감정도 끓어오른다. 모두 내게 맞춰주는 느낌이 들어서 감사하다. 공연이 막을 내리기 전에 나도 어떤 감정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돼 있으면 좋겠다.

10. 유독 감정이 격해지는 장면이 있나?
이창섭 : ‘나폴레옹’을 하면서 눈물이 많아졌다. 나폴레옹에게 칼을 겨누는 장면에선 매번 울컥한다.

10. 뮤지컬의 어떤 점이 재미있나?
이창섭 :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좋다. 공연을 시작하면 이창섭은 없고 그 캐릭터로 살 수 있으니까. 무대 위에서는 이창섭이란 존재 대신 츠카사나 루시앙이 있는 거다. 그게 가장 매력적이다.

10. 비투비 멤버들도 ‘나폴레옹’을 보러 왔나?
이창섭 : 프니엘이 가장 먼저 왔고 그 다음은 정일훈이다. “재미있다”고 했는데 그 말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잘했어”보다 더… 극이 재미있다는 건 내가 그만큼 잘 녹아들었다는 말이니까.

10. 비투비로 활동하면서 일본에서는 솔로 음반을 발표했고, 뮤지컬까지 하니 쉴 틈이 없을 텐데.
이창섭 : 올해는 한 번도 쉰 적이 없다. 휴가를 받았는데 반납하고 뮤지컬 연습을 했다. 휴가를 못 가도 일을 하고 있어서 즐겁다.

10. 뮤지컬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는 꿈은 가까워진 것 같나?
이창섭 : 모르겠다.(웃음) 받을 깜냥이 되는지 모르겠다. 그건 관객들이 판단할 몫이다. 다만 스스로 천천히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같이 공연하는 배우들에게 많은 걸 배우고 있다. 그게 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다.

10. ‘나폴레옹’에 푹 빠져있는 느낌인데.
이창섭 : 계속 생각하게 된다. 내 인생에 이렇게 진지해본 적이 있을까 싶다. 이 공연을 정말 멋있게 끝내고 싶다. ‘멋있는 배우였다’는 말을 듣는 게 목표다.

10. 현재 최대의 관심사는 연기인가?
이창섭 : 예전에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는 마냥 즐겁게 봤는데 이젠 여러 곳을 훑어본다. 장면을 곱씹기도 하고, 나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고민하기도 한다. 그런 거 보면 푹 빠져서 사는 것 같다. 그렇다고 가수 활동을 소홀히 하는 건 아니다.(웃음)

10. 다음 작품도 기대되겠다.
이창섭 : 아직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악역을 해보고 싶다.

10. 탐나는 배역도 있나?
이창섭 : 사이코 패스(psycho-path) 역할을 해보고 싶다. 무결점인, 겉으로 보기에 이상한 면이 없는 사람이 확 달라지는 모습을 연기하고 싶다. 지금은 뮤지컬이 좋고 계속 진지하게 할 계획이지만 훗날 기회가 된다면 영화에도 출연해보고 싶다. 표현의 장벽 없이 모든 걸 다 담아낼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영화 ‘다크나이트’의 히스 레저, ‘프리즌’의 한석규의 역할이 탐난다.

이창섭,인터뷰

이창섭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꼭 하고 싶은 뮤지컬 작품은?
이창섭 :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와 ‘프랑켄슈타인’의 앙리, ‘헤드윅’도 해보고 싶다.

10. 훗날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이창섭 : 무대 위에서 어떤 장면을 연기한 뒤 정적만 흘렀으면 좋겠다. 관객들이 박수도 못 칠 정도로 말이다.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10. 가수와 배우, 여러 장르에서 활동 중인데.
이창섭 : 인간 이창섭은 동네 오빠 같은 사람이다.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편의점에 앉아서 맥주를 먹는?(웃음) 가수 이창섭은 6년 차의 노련함이 매력이다. 뮤지컬 배우로서는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거다.

10. 어느덧 스물일곱. 군대에 대한 걱정은 없나?
이창섭 : 걱정은 없다. 가야 하는 것이고, 또 다녀와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을 것 같다. 가능하다면 멤버들과 동반 입대를 하고 싶고(웃음) 군악대를 가고 싶은데…하하. 지금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입대하고 싶다.

10. 배우로서의 고민은?
이창섭 : 상대 배우에게 제대로 내 감정을 전달했는지가 항상 고민이다. 선배들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니까 차근차근 가면 된다고,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나이를 먹는 게 기다려진다. 이 작품을 하고 난 뒤부터 나의 30대가 기대된다. 앞으로 어떤 노래를 부를지, 어떤 연기를 할지가 궁금하다.

10. 올해 비투비로도 활동하나?
이창섭 : ‘나폴레옹’이 끝나면 음반 준비를 한다. 멤버들의 솔로 프로젝트가 끝나면 단체 활동이 남아있다.

10. 각오는?
이창섭 : 몸과 마음 모두 멋진 배우가 됐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상대에게 느끼게 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뮤지컬은 27년 만에 처음 느끼는, 올해 갑자기 나타난 호기심 덩어리다. 호기심이 생기면 습득과 이해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진다고 한다. 매 순간 재미있고,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이 신기하다. 더 몰입해서 관객들에게도 최고의 공연을 보여드리겠다. 한층 성장한 이창섭을 기대해주세요!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