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진 “‘품위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인터뷰)

[텐아시아=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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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희진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에서 인터뷰를 갖기에 앞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조준원 기자wizard333@

“‘품위있는 그녀’는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에요. ‘인생작품’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첫 단추를 잘 꿸 수 있어서 좋습니다.”

오는 19일 종영을 앞두고 있는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극본 백미경, 연출 김윤철, 이하 ‘품위녀’)에서 열연한 배우 이희진의 말이다. 그는 극중 ‘강남 부심’이 뼛속까지 깊은 김효주 역을 맡았다. 띠동갑 연하인 내연남과 남편의 호텔에서 불륜을 저지르는 대담한 인물이다.

“다들 제가 애 둘 있는 엄마에, 심지어 바람 피는 역할을 연기할 줄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의외라고요. 하지만 저는 제 나이에 맞는 역을 하고 싶었어요. 실제 제 나이에는 이미 애 둘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니까 엄마 역을 맞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거죠. 불륜을 저지르는 게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조금은 멋있게 엄마 역할을 소화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1997년 베이비복스로 데뷔한 이희진은 2010년 SBS 드라마 ‘괜찮아, 아빠딸’로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드라마 ‘최고의 사랑’ ‘마의’ ‘특수사건 전담반TEN2’ ‘몬스타’ ‘메디컬 탑팀’ ‘황금무지개’ ‘닥터 프로스트’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그는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연기하며 연기스펙트럼을 넓혔다. 하지만 ‘품위녀’는 쉽지 않았다.

“‘품위녀’가 사전제작이라서 많이 힘들었어요.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도 없고 제 연기를 모니터 할 수 없었으니까요.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죠. 대본이 미리 나와 있던 터라 한 장소에서 찍을 수 있는 신을 한꺼번에 찍었어요. 1회 찍다가 5회 찍다가 이런 식으로. 그래서 캐릭터 상황에 대한 몰입도가 많이 떨어졌죠. 그런데 김윤철 감독이 저에게 많은 시간을 주면서 다양한 김효주를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제가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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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희진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에서 인터뷰 갖기에 앞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다./사진=조준원 기자wizard333@

극 중 김효주는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공허한 그야말로 ‘속빈 강정’ 같은 인물이었다. 이희진은 김효주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다. 대신 연기에는 힘을 뺐다. 가장 품이 많이 들고 노력을 많이 기울인 작품이었다.

“굉장히 예민했던 작품이었어요. 대사도 현실감이 강했기 때문에 진짜 강남 사모인 것처럼 말을 해야 됐죠. 전형적인 부자 연기는 오히려 극을 망친다고 생각해서 힘을 많이 빼려고 했어요. 특히 공허한 마음을 남자로 푸는 김효주의 공허한 마음을 잘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많이 안타깝고 마음이 갔어요. 효주는 참 애착이 가는 캐릭터예요.”

비록 분량은 작았지만 존재감만큼은 분명했다. 한 인물도 허투루 쓰지 않은 백미경 작가의 필력과 디테일한 연출의 끝을 보여준 김윤철 감독의 힘도 컸다. 이희진은 두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 작품을 하고 왜 많은 배우들이 김윤철 감독과 백미경 작가의 작품에 출연하려고 하는지 알았어요. ‘품위녀’는 어쩌면 논란의 소지를 많이 안고 있는 드라마인데 두 분은 결코 ‘막장 드라마’로 만들지 않았죠. 지나가는 신도 그냥 찍고 넘기는 법이 없죠. 연기하는 내내 정말 많이 배우고 깨달았어요. 이 작품을 계기로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저한테는 터닝포인트가 됐습니다. ‘품위녀’를 시작으로 제 나이대에 맞게 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