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피노키오: 당나귀 섬의 비밀〉| 오랜만이야, 피노키오

영화 속 장면

< 피노키오: 당나귀 섬의 비밀> 영화 속 장면

피노키오가 돌아왔다. 4년간 300명이 넘는 아티스트들의 공동작업을 통해 제작됐다. 이탈리아 애니메이션의 거장 엔조 달로가 감독을 맡았고, 셰계적 삽화가 로렌조 마토티와 유럽 최고 작곡가 루치오 달라가 영상과 음악을 채워 넣었다. <피노키오: 당나귀 섬의 비밀>는 원작에 가장 충실한 작품을 표방한다. 하지만 종전의 대표작이 쌓은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그만큼 대중의 기억 속에 자리한 피노키오의 이미지가 너무도 강했기 때문이다.

 

관람지수 10

좋은 재료로 만든 조금 아쉬운 ‘메인디쉬’  6점

 

< 피노키오: 당나귀 섬의 비밀> 영화 속 장면

< 피노키오: 당나귀 섬의 비밀> 영화 속 장면

 

탄생 130주년을 맞은 피노키오는 성경과 코란 다음으로 전세계 사람들에게 많이 읽힌 서적 중 하나이다. 명실공히 ‘고전명작동화‘라 불릴만하다. 애니메이션 버전으로는 ‘월트 디즈니’가 1940년도에 내놓은 작품이 가장 유명하다. 디즈니 버전은 원작의 내러티브에서 벗어나 새로운 캐릭터들을 도입했다. 반면에 <피노키오: 당나귀 섬의 비밀>는 ‘사람이 되길 원하는 피노키오‘와 ’목수 제페토의 진한 부성애’에 집중한다. 교훈적인 내용보다는 자아를 찾는 여행 혹은 내면 성장기에 방점을 둔 것이다. 공언한 것에 비해 성과는 미진하다. 피노키오가 각종 유혹에 느끼는 갈등을 가볍게 다룬 탓에 오히려 ‘착한 행동’의 당위성만 강조한 꼴이 됐다.

 

그럼에도 서정적이고 화려한 영상미는 <피노키오: 당나귀 섬의 비밀>의 강점이다. 삽화가 로렌조 마토티가 창조해낸 ‘피노키오 세계’는 최근 애니메이션 영화들 사이에 불고 있는 3D열풍과는 거리가 멀다. 되는 데로 붓질한 듯한 투박한 배경과 독특한 그림체는 무리하게 공간감을 부여하지 않아도 관객을 끌어들이는 매력이다. 그러나 당나귀 섬에서의 장면은 색다른 화려함이 돋보이지만 묘하게 음울한 구석이 있고, 섬을 탈출한 피노키오의 꿈을 형상화한 장면은 그로테스크한 감성까지 느껴진다. 카를로 콜로디의 원작(1880년)에 충실하면서 다소 어두웠던 요소들을 모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그 자체만 놓고 보자면 상상력을 자극하는 참신한 이미지임에는 틀림없지만, 주 관객층이 될 아이들에게까지 어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귀를 즐겁게 하는 뛰어난 음악들도 빼놓을 수가 없다. 작곡가 루치오 달라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영상에 선율을 얹었다. 세계적 오페라 가수들이 불렀던 명곡 카루소(CARUSO)로 유명한 그는 <제페토쏭> <피노키오쏭> <기드온쏭> 등 영화에 삽입된 다수의 곡들을 작곡했다. 심지어 원작에선 거인어부 역의 더빙을 직접 맡으며 작품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극 중 바다괴물의 뱃속에서의 재회할 때 흐르는 <제페토쏭>의 서정적인 멜로디는 디즈니 버전에서의 <When You Wish Upon A Star>와 같은 명곡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 아름다운 음악은 제페토가 피노키오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대목에 이르러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맛깔 나는 더빙도 한몫했다. 최근 예능·영화·드라마 등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대세배우들이 더빙에 나섰다. 35년차 베테랑 성우 출신인 장광이 제페토를 맡았고 생기발랄한 아이돌 조권이 피노키오를, 허당 악당 기드온은 MBC <일밤> ‘아빠! 어디가?’로 인기를 얻은 배우 성동일이 맡았다. 조권이 분한 피노키오의 더빙은 엔조 달로 감독이 “완벽하게 소화해냈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다른 출연진들의 더빙은 높았던 싱크로율에 비해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음악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던 만큼 영화를 보며 ‘더빙 전의 음악’이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아들’이기에 <피노키오: 당나귀 섬의 비밀>는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세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을 가진다. “아이들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고, 모든 사람들을 위한 영화다”라는 엔조 달로 감독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돌아온 피노키오가 그러한 대중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훌륭한 이야기와 감각적인 영상, 그리고 감동적인 음악까지 한데 모았지만 그 결과물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판단의 관객의 몫이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