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려원 “목표는 단 하나, 믿고 보는 배우” (인터뷰)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뮤지컬 '이블데드'에서 애니/셀리 역을 맡은 배우 김려원 / 사진제공=(주)쇼보트

뮤지컬 '이블데드'에서 애니 역을 맡은 배우 김려원 / 사진제공=(주)쇼보트

뮤지컬 ‘이블데드’에서 애니 역을 맡은 배우 김려원 / 사진제공=(주)쇼보트

지난 6월 24일 개막한 뮤지컬 ‘이블데드'(연출 임철형)는 좀비와 호러, 코미디를 하나로 모았다. 동명의 미국 영화가 원작이다.  등장인물의 개성이 뚜렷해 배우들의 열연이 빛을 발한다. 그중에서도 셀리와 애니를 동시에 연기하는 김려원은 더 돋보인다. 1막에서는 자유롭지만 어딘가 조금은 모자란 셀리로, 2막에서는 엉뚱하지만 당당한 매력이 있는 애니로 무대를 휘젓는다. 장기 공연으로는 2014년 뮤지컬 ‘셜록홈즈2’를 통해 데뷔한 그도 1인 2역에 끌렸다. 정반대의 역할을 소화하며 무대 뒤에서 그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이지만 그래서 더 즐겁단다. 데뷔 4년 차,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고 있는 김려원의 목표는 단 하나,  그저 오랫동안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10. ‘이블데드’를 시작한지 한 달이 넘었는데 공연이 만족스러운가요? 
김려원 : 벌써 전체 공연 일정의 3분의 1이 지나갔다고 생각하니까 놀라워요. 오는 9월 17일까지니까 아직은 해야 할 날이 더 많긴 하지만 끝을 생각하면 벌써 아쉬워요. 어떻게 하면 애니와 셀리를 더 매력적으로 표현할까 계속 고민하죠.

10. 이 작품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요?
김려원 : 지난 2월 오디션을 봤고 운 좋게 발탁됐어요. ‘이블데드’에는 오디션을 통해 뽑힌 배우들이 유독 많아요. 연습은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고요.

10. 출연하고 싶은 작품이 있으면 찾아서 오디션을 보는군요.
김려원 : 오디션 분위기가 무섭긴 하지만 당시 주변에서 ‘이블데드’의 오디션을 본다고 하길래 아주 우연히 보러갔어요. 원작은 못 봤지만 처음부터 애니와 셀리 역에 도전했죠.

10. 애니와 셀리 역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김려원 : 1인 2역이라는 매력도 있었고, 가능성이 더 높은 쪽을 택한 거죠. 저에 대한 주변의 평가를 주의 깊게 듣는 편인데, 그걸 참고해서 좀 더 경쟁력 있는 역할을 선택했어요. 여성스럽고 차분한 성격의 린다보다는 자유분방한 셀리와 엉뚱한 애니가 더 저의 이미지와 맞다고 생각했죠. 그동안에도 새침하고 센 인물의 제안을 많이 받았거든요.(웃음)

10. 영화 ‘이블데드’를 봤나요?
김려원 : 사실 공포 장르를 온전하게 즐기지 못 해요.(웃음) 연습을 하면서도 못보다가 공연을 시작한 뒤 배우들과 같이 봤는데 무서워서 바닥을 굴렀어요. 하하.

10. ‘이블데드’의 어떤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하나요?
김려원 : 처음엔 대놓고 이른바 ‘B급 정서’라고 홍보를 하는 게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극은 계속 웃기면서 당황스럽게 흘러가는데, 그게 또 이 작품의 매력이죠.

10. 무엇보다 배우에게 1인 2역은 도전하고 싶은 영역일 것 같아요.
김려원 : 원작에서는 1인 2역이 아니에요. 뮤지컬에서만 그런 건데, 무대 뒤에서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빨리 옷을 갈아입고 나와야 하거든요.(웃음) 처음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관객들이 1인 2역이라는 걸 모를 때가 가장 짜릿하죠. 커튼콜 때 ‘왜 셀리는 안나와?’라고 묻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10. 애니와 셀리를 어떻게 분리했나요?
김려원 : 셀리보다 특징이 크지 않은 애니에게 접근하는 게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연출은 두 인물이 완전히 반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걸음걸이부터 내면의 모습까지 다 달랐으면 한다고요. 다만 지나치게 과장되면 주변 인물과 색깔이 맞지 않을 수 있으니, 그런 점도 고민을 많이 했죠. 셀리는 스캇과 더불어 애쉬나 다른 인물을 정상으로 보이게 만드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넘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았고, 애니는 마지막까지 극을 잘 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진중한 면도 필요했어요.

배우 김려원 / 사진제공=(주)쇼보트

배우 김려원 / 사진제공=(주)쇼보트

10. 뭐가 가장 힘든가요?
김려원 : 가발을 바꿔 쓰는 게 정말 힘들어요. 사실 애니는 가발을 쓰고 싶지 않았는데, 셀리로 1부에서 먼저 가발 망을 써야 하기 때문에 그 뒤에도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른 가발을 쓰는 수밖에 없었죠. 애니로 변신하면서 의상과 분장팀이 정말 많이 도와줘요. 덕분에 지금은 속도가 좀 빨라졌어요.

10. 연습부터 혹독했다고 들었어요.
김려원 : 연습을 하면서 모든 배우들이 이 작품에 빠져든 것 같아요. 공연 초반에는 목소리를 크게 내려다보니 목이 아팠거든요. 서서히 적응하면서 불편한 점들도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10. 평소 목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김려원 : 타고나길 튼튼해요. 그런데 한 번 성대 결절이 온 뒤로는 쉽게 안 좋아지더라고요. 다른 분들은 안 좋은 줄 모르겠다고 해도 스스로는 알잖아요. 병원도 자주 갑니다. 사실 공연을 하는 배우들은 이비인후과를 내 집처럼 다녀요.(웃음) 물도 자주 마시고, 요즘 같은 여름에는 에어컨에 민감하죠. 술도 되도록 마시지 않고 늘 관리합니다. 한 번은 급성 후두염에 걸렸는데 그때 충격받았어요. 몸이 힘든 건 둘째 치고 온 신경이 목에만 가서 정신적으로도 힘들더라고요.

10. 관객과 약속이니 피할 수 없는 숙명이겠죠.
김려원 : 물도 잠들기 직전엔 마시지 않고요. 공연을 마치고 집에 가면 배가 고프거든요. 먹고 바로 잘 수가 없어서 앉아서 졸다가 새벽 2시를 넘기기도 해요. 그런데 이 모든 건 받아들여야죠. 오늘 공연을 처음 보는 관객인데 안 좋은 기억으로 남으면 어떡해요. 그게 더 스트레스이고 속상합니다.

10. 최근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캐스팅됐어요. 극 중 조제는 애니·셀리와는 180도 다른데요(웃음).
김려원 : 처음으로 하는 연극이에요. 이 작품도 오디션을 봤죠. 연습을 막 시작했는데 춤과 노래가 없고 게다가 차분한 성격의 역할이라 체력 부담은 없어요. 오히려 정반대의 두 작품을 오가며 신나게 스트레스를 풀고, 또 위로받고 있어요.

10. 어떻게 뮤지컬 배우가 됐나요?
김려원 : 고3 때 알고 지내던 작곡가가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보여줬어요. 그때부터 뮤지컬에 푹 빠지게 됐죠. 그 작품이 뮤지컬 배우로 성장하는 코러스걸의 이야기잖아요. 그래서인지 더 몰입했고, 무대 위 배우들이 정말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이틀 정도 공연하는 음악극 축제에 서다가 한 달 이상 공연한 건 2014년 뮤지컬 ‘셜록홈즈’가 처음이었어요. 그 작품을 데뷔작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10. ‘브로드웨이 42번가’ 속 여주인공처럼 실제 뮤지컬 배우로 살아가는 느낌은 어때요?
김려원 : 배우들끼리는 그래요, ‘빛 좋은 개살구’라고요.(웃음) 다른 게 아니라 무대 위에선 화려하고 멋지지만 내려오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배우들이 많아요. 또 늘 불안하고요. 작품 하나를 성공적으로 끝내도 마냥 행복하게 쉴 수가 없거든요. 다음 작품을 바로 시작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죠. 불러주는 배우가 되기 전까지는 오디션에도 익숙해져야 하고, 늘 평가받는 입장이라는 것도 받아들여야죠.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사실 속상할 때가 많아요. ‘거절’이란 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잖아요. 선배들은 그마저도 즐겨야 한다고, 그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해요. 긍정적인 성격이라 잘 넘기지만, 그래도 마음이 조금 힘들 땐 그림을 그리면서 치유받아요.

10. ‘이블데드’를 마치면 바로 새로운 공연을 시작하니 이번엔 불안이 덜 하겠군요.
김려원 : 일하는 게 좋아요. 쉬지 못해도 목 상태만 잘 따라와 준다면 잠을 안자도 될 것 같습니다.(웃음) 지금은 애니, 셀리를 어떻게 하면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연극 속 조제란 인물 분석도 하고 있어요. 큰 성공을 바라기보다 지금처럼 계속 무대에 설 수 있는 배우로 살고 싶습니다. 지금이 정말 좋아요.

10. 목표가 있다면요?
김려원 : 오랫동안 무대에 설 수 있으면 그걸로 됐어요. 나이가 들어도 ‘김려원은 어떤 역할을 해도 괜찮아’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