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고> 김용화 감독 “우리도 할 수 있다” 불가능을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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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입체 3D 디지털 캐릭터는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졌다. 자본력과 기술력은 물론 국내에 국한된 시장성 등 모든 면에서 할리우드의 막강한 자본과 기술을 따라가기엔 부족한 게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혹성탈출> <라이프 오브 파이> <반지의 제왕> 등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극사실적인 캐릭터들을 보면서 놀라움과 함께 부러움을 가질 뿐이었다. 하지만 <국가대표> <미녀는 외로워> 등을 연출한 김용화 감독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 4년여 동안 노력을 쏟은 끝에 그 결과물의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바로 <미스터 고>다. 김용화 감독은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해서 못했다란 것을 보여 주자란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고 작품 출발의 계기를 설명했다.

18일 오후 경기도파주 출판 단지에 위치한 덱스터 디지털을 찾았다. 이곳이 바로 <미스터 고>의 주인공이자 국내 영화사상 최초 100% 순수 기술로 탄생된 입체 3D 디지털 캐릭터 고릴라 링링이 만들어지고 있는 곳이다. 이날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은 짧은 영상과 작업 중인 컴퓨터 화면이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김용화 감독 그리고 덱스터 디지털의 결실을 엿보기에 충분했다. 할리우드 어떤 블록버스터 영화 속 디지털 캐릭터와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입체 시스템은 최고라 자부할 수 있다”는 정성진 VFX 총괄 수퍼바이저의 자신감은 괜한 게 아니었다.

김용화 감독은 이 과정을 “감동”이라고 표현했다. 180여 명의 전문 인력들이 고릴라 링링 그리고 <미스터 고>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 그 어떤 것보다 감동적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더욱이 <미스터 고>에서 링링의 출연 분량은 절대적이다. 무려 900여 컷에 이른다.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성동일, 중국 배우 서교 등이 출연하지만 실질적인 주인공은 다름 아닌 링링이다. 김 감독에 따르면,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대중들이 놀라워했던 호랑이, 리차드 파커가 전체 150여 컷이 되지 않는다. 또 영화 속에 등장하는 동물 전체를 다 합쳐도 500컷을 넘지 않을 거라고 비교 설명했다. 김 감독의 말에 뿌듯함과 자신감이 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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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고릴라 링링을 만드는데 있어 가장 큰 난관은 온 몸에 뒤덮인 털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 단순히 수많은 털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물에 젖었을 때, 바람이 불 때 등 다양한 상황에 맞는 털의 움직임을 표현해야만 했다.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ILM, Pixar 등 극소수의 회사만이 보유하고 있다. 김용화 감독과 덱스터 디지털은 이마저도 넘어섰다. 다른 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디지털 Fur(털) 제작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했다. 이전까지 보여준 바 없기 때문에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김 감독과 정성진 수퍼바이저는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3D 촬영에서도 최고의 장비를 도입해 시각적 피로감이 없는 방식으로 입체감을 구현하고 있다고 예고했다. 눈물을 흘리는 고릴라 링링을 보면서 같이 눈물을 머금을 거라고. 영화의 주연을 맡은 성동일은 이날 “고릴라가 연기를 너무 잘해 내가 미안할 정도”라며 우회적으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비용 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VFX 비용은 600~700억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스터 고>의 VFX를 포함한 순 제작비는 불과(?) 225억 원이다. <미스터 고>의 완성도 여부에 따라 할리우드에 비교 우위를 차지할 수도 있는 셈이다.

하지만 최고의 기술력이 최고의 영화를 보장하진 않는다. 기술력을 돋보이게 만들 이야기가 중요하다. 허영만 화백의 <제7구단>에서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는 설정을 빌려온 <미스터 고>는 고릴라 링링과 그의 15세 매니저 소녀 웨이웨이가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단해 슈퍼스타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풀어낸 작품. 김 감독은 “기술이고 뭐고 감정 이입이 안 되면 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리고 만들다 보면 기술적인 부분에 함몰되는 경우가 많다. 그 점에 있어 균형감각을 잘 유지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루저’의 이야기로 감동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던 김 감독의 전작들을 볼 때 <미스터 고> 역시 그 방향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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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고>는 비단 국내 시장만을 노리는 작품이 아니다. 7월 국내 개봉 예정인 <미스터 고>는 국내 개봉을 기점으로 중국 및 동남아 지역 전역에 개봉될 예정이다. 중국 및 동남아 지역 배급은 중국의 화이브러더스가 맡았다. 화이브러더스는 <미스터 고>에 5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고, 극 중 웨이웨이 역에 서교를 추천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중국에서는 달러를 직접 외국에 송금하는 것 자체가 눈치 보이는 일로 알고 있는데 500만 달러를 과감히 한국에 송금했다는 건 굉장히 특이한 일이었다고 하더라”며 중국 측의 관심을 돌려 표현했다. 또 그는 “1만개 이상 스크린에 동시에 개봉되는 일이 있을까 했는데 이번 영화로 그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며 “3번에 걸친 중국 시사회를 통해 한국 분들보다 더 웃고, 더 큰 감정 이입을 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에 출연한 서교는 영화 <장강 7호>에서 주성치의 아들로 데뷔했다. 남자 역으로 데뷔했지만 여배우다. 중국에선 제법 유명 배우지만 한국에서의 대중적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이에 김 감독은 “지금 16세인데 20세가 되면 장쯔이를 능가하는, 대륙을 호령하는 여배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했다. 더욱이 서교는 이번 영화에서 한국어로 연기를 한다. 김 감독조차도 ‘설마’ 했지만 뛰어난 연기와 노력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냈다.

데뷔작인 <오! 브라더스>부터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까지 연이어 흥행을 맛 본 김용화 감독이 남들이 쉽게 가지 않는, 아니 어쩌면 엄두조차 내지 못한 길을 내딛은 그 속내는 무얼까. <국가대표>의 성공 이후 타성에 젖었다고. 김 감독은 “그 동안 제가 가진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좋은 시기에 안주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어릴 적 <터미네이터> <백 투 더 퓨처> <스타워즈> 등의 영화를 보면서 꿈을 꿨고, 강제규 감독의 <쉬리>를 보고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미스터 고>는 김용화 감독의 오랜 꿈이자 곧 한국 영화계의 꿈이다.

사진제공.쇼박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