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훈, 홍길동부터 줄리안 마쉬까지 (인터뷰)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로 돌아온 배우 김석훈 / 사진제공=미스틱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로 돌아온 배우 김석훈 / 사진제공=샘컴퍼니

SBS 드라마 ‘홍길동'(1998)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 김석훈은 SBS 드라마 ‘토마토'(1999)를 통해 인기 배우로 떠올랐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빈틈 없어 보이는 분위기여서 주로 바른 역할을 맡았다. 작품을 선택할 때 ‘이해할 수 있느냐’를 가장 먼저 확인하는 그는 연기하는 인물의 말과 행동을 납득해야 표현할 수 있단다. 그런 까닭으로 ‘왕과 나'(2003) 이후 14년 만에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연출 박인선)를 선택했다. 극중 줄리안 마쉬 역을 맡은 김석훈은 페기 소여를 스타로 만드는 연출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철저한 인물 분석까지 마친 그는 오는 5일부터 줄리안으로 관객 앞에 선다.

10. ‘브로드웨이 42번가’의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떨리지 않나요?
김석훈 : 일주일 전부터는 연습실이 아닌 실제 공연하는 극장에 가서 합니다. 두 가지 감정이에요. 하나는 14년 만에 하는 뮤지컬이라 무척 떨려요. 또 다른 하나는 무대를 좋아해서 그런지 조명을 받으면 힘이 나요. 오랜만에 하는데도 ‘어디 한번 해볼까’ 그런 마음이 들죠.

10. 14년 동안 뮤지컬을 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김석훈 : 기회가 없었습니다. 공연을 본다면 연극보다 뮤지컬을 더 많이 볼 정도로 좋아하는 장르예요.  연극은 정기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뮤지컬은 마음 먹기까지가 쉽지 않더라고요.

10. 전작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한 것과 달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여주인공이 이끄는 작품인데요. 
김석훈 : 비중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 작품은 관객의 시선에 따라 모든 역할이 주인공이 될 수 있어요. 작품을 선택할 때 ‘이해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장 먼저 생각해요. KBS1 ‘징비록'(2015)에서 이순신 역을 제안받았을 때는 굉장히 망설였어요. 그의 고민과 시대적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반면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줄리안 마쉬는 이해하기 쉬웠어요. 주변에 연출가도 많고, 현장에서 직접 봤으니까요. 연출가들이 얼마나 힘들고 다급한지는 극중 상황과 비슷하게 주연 배우의 출연이 불발됐을 때 연출의 얼굴을 본 적도 있어요. 낯이 완전히 흙빛이에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10. 작품을 선택할 때 ‘캐릭터의 이해’가 가장 중요하군요.
김석훈 : 연기하는 인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해요. 이해가 돼야 표현이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연기 수업에서도 “사람을 많이 알아야 한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죠. 그것과 같은 맥락이에요. 진짜 좋은 배우들은 여러 폭의 사람들을 이해하죠.

10. 작품과 배역의 여운이 오래가겠어요.
김석훈 : 지나치게 빠져들지 않기 때문에 작품이 끝난 뒤 많이 힘들지는 않아요. 물론 캐릭터를 이해하는 건 필요하지만, 빠지느냐는 또 다른 문제거든요. 캐릭터를 이성적으로 이해하되 감성적으로 너무 빠지면 안 된다는 주의예요.

김석훈 / 사진제공=미스틱엔터테인먼트

김석훈 / 사진제공=샘컴퍼니

10.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매력은 뭔가요?
김석훈 : 즐거움이에요. 탄산음료 같은 시원함이 있어요. 앙상블까지 모든 배우들이 무대에 올랐을 때, 제가 봐도 가장 볼만하거든요. 힘이 넘치고 화려하죠. 그게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매력입니다.

10. 그간 줄리안 마쉬를 연기한 배우들과 다른 점이 있나요?
김석훈 : 유인촌, 남경주, 지난해에는 송일국까지 다양한 배우들이 거쳐갔죠. 저는 쇼 코미디는 처음이라 감은 아예 없어요. 어떤 작품이든 시작 전에 인물에 대한 분석을 하는데, 줄리안 마쉬도 꽤 탐구했어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뉴욕을 배경으로 해요. 나라마다 사람의 성격이 다르듯 ‘줄리안 마쉬는 어떤 아이일까’라는 질문부터 시작했어요. ‘줄리안’이란 이름의 어원에 대해 공부해보니, 이탈리아 사람일 가능성이 높더라고요. 이탈리아는 대한민국과 매우 비슷한 습성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걸걸한 연출가들과 비슷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성보다는 감성으로 접근하고 열정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죠. 원작의 영어 대본까지 가지고 다니면서 분석하고 있어요. 하하.

10. 인물에 대한 분석을 매우 꼼꼼하게 하는 것 같아요.
김석훈 : 이번 작품도 늘 하던 대로 인물 분석을 했을 뿐이고, 완성된 작품을 보는 관객들은 그저 즐기면 될 것 같아요. 대본을 보면 이 말을 왜 하는지 이유가 있어야 하니까 배우로서 탐구를 하는거죠. 원작을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서 영어 대본도 계속 보는 거고요.

10. 가장 쉽게 이해했던 장면과 대사가 있다면요?
김석훈 :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페기 소여가 우연한 기회로 주인공을 대신하게 됐고, 15분 후면 공연을 시작합니다. 분장실에서 얼마나 떨리겠어요. 줄리안은 그녀에게 “너에게 모든 것이 달려있다”고 부담을 주죠. 그리고는 이런 말을 해요. “지금은 신출내기지만 무대에서 내려오는 순간 스타가 될거야”라고요. 20년 전에 드라마 ‘홍길동’을 찍고 있을 때였어요. 민속촌에서 촬영을 하는데 사람들이 저는 빼고 다른 배우들에게만 몰리는 거예요. 아직 방송을 시작하기 전이었거든요. 그 누구도 제 얼굴을 모르는 거죠. 시무룩해서 쭈그리고 앉아 있던 저에게 정세호 PD가 “첫 회 방송하고 나면 달라진다. 걱정하지 마. 네 인생, 변할 거야”라고 했어요. 실제로 방송을 시작하니까 사람들이 저에게 몰리더군요. 그 장면이 정확하게 기억나요. 비슷한 상황이죠?(웃음) 그러니까 이해가 잘 될 수밖에요.

10. 노래하는 모습이 낯선 배우인데, 노래와 춤 연습이 힘들지 않았나요?
김석훈 : 정말 열심히 했어요. 연습실에서 노래부르는 건 아직도 쑥스러워요. 땅을 보고 부를 정도예요.(웃음) 관객들 앞에서는 잘 할 수 있을까, 지금도 부담이 심합니다.

10. 바른 이미지를 갖고 있어요. 예능 프로그램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김석훈 : 대중에게 박힌 이미지는 쉽게 깨지지 않아요. 바른 이미지가 얼마나 좋은 건데 그걸 깨려고 하겠어요.(웃음) 예능 출연 제안을 받긴 하는데 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하하.

10. 클래식 라디오 DJ부터 시사프로그램 MC, 클래식 콘서트의 진행자까지 의외의 모습도 있어요. 
김석훈 : 그건 모두 하고 싶어서 한 거예요.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해요.(웃음) 클래식을 워낙 좋아하고, 내레이션도 하고 싶었어요. 이야기를 전달하는 ‘전달자’가 목표예요. 최근에는 나무와 숲, 초원에 관심이 생겨서 숲 해설가를 꿈꾸고 있죠.

10. 단순히 전달하는 것에 대한 흥미가 아니라 ‘무엇을’이 중요한 거죠?
김석훈 : 그렇죠. 무엇을 전달하느냐에 대한 거예요. 예를들면 무언가를 전달하려고 KTX를 탔다고 쳐요. 그러다가 내리라고 하면 걸어서라도 전달하면 되는거예요. 연기자로서 40대부터는 맡을 수 있는 역할의 범위가 줄어들어요. 상관없어요, 내리면 돼요. 걸어서 가죠 뭐.(웃음) 근데 후배들 중엔 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러다간 절벽으로 떨어져요.

10. 올 하반기는 줄리안 마쉬를 전달하겠군요.
김석훈 : 이해할 수 있고, 상상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인물을 맡았습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모든 모든 인종이 어우러지고, 축제를 하는 작품이에요. 관객들도 신나고 재미있게 ‘와우!’ 소리치며 즐기면 좋겠습니다. 오는 10월 8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합니다.(웃음)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