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케르크’, 전쟁 영화의 새로운 이정표

[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덩케르크' 스틸컷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덩케르크’ 스틸컷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덩케르크’(감독 크리스토퍼 놀란)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개봉 5일 만에 누적 관객수 150만명을 넘어섰다. ‘다크나이트’(408만명) ‘인셉션’(582만명) ‘다크나이트 라이즈’(639만명) ‘인터스텔라’(1030만명) 등 국내 관객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다시 한 번 흥행 청신호를 밝혔다.

‘덩케르크’는 놀란 감독이 처음으로 도전한 실화 소재 작품이자 전쟁 블록버스터다. 1940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 40만여명의 영국군과 연합군 중 33만여명이 민간 선박과 소함대를 통해 영국 본토로 돌아온 덩케르크 철수작전이 배경이다.

‘덩케르크’는 전쟁 영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쟁 영화라고 하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영웅심을 가진 주인공도, 유혈이 낭자한 전투 장면도, 극적인 효과를 유발하는 감정 소모도 없다. 대신 육해공을 넘나드는 입체적인 구성과 마치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현장감이 있다. 하지만 전작에서처럼 시공간을 비트는 놀란 감독 특유의 연출법은 여전했다.

‘덩케르크’에는 특정한 주인공이 없다. 메인 포스터에 등장하는 토미 역의 핀 화이트헤드는 많은 등장인물들 중 한 명이다. 대신 놀란 감독은 육지, 바다, 하늘에서 진행되는 서로 다른 길이의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로 교차시켜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풀었다. 덩케르크 해변에서 구출을 기다리는 병사들의 처절한 사투는 일주일, 그들을 구하러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들은 하루, 영국 공군이 덩케르크에 도착하기까지는 한 시간이다.

영국 본토가 눈 앞에 보이지만 병사들은 해변에 갇혀 있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전쟁 한복판으로 뛰어든 이들에게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연료는 한정돼 있고 나치 독일의 전투기는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 극 초반 각개전투를 하던 세 가지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그 순간, 놀란 감독의 저력이 드러난다.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짐머는 시계 초침 소리, 배의 엔진 소리 등을 극대화시킨 음악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덩케르크' 스틸컷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덩케르크’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덩케르크’에서 독일군의 모습은 흐릿하다. 덩케르크 해변에 갇힌 병사들은 하늘 위에서, 바다 속에서 독일군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그렇지만 적은 보이지 않는다. 독일군의 총알과 어뢰, 전투기 등이 그들을 대신한다. 극 후반에 나오는 독일군은 얼굴은 제대로 식별할 수 없다.  ‘덩케르크’가 생존 영화를 표방하는 이유다. 적과의 싸움보다는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는 덩케르크에 갇힌 병사들의 치열한 탈출과 생존에 초점을 맞추며 그간 전쟁 영화와는 결을 달리한다.

무엇보다 ‘덩케르크’는 관객들의 체험에 방점을 둔다. 놀란 감독은 “우리는 관객들이 덩케르크 해변과 문스톤 호의 갑판, 스핏파이어의 조종석을 직접 체험하게 하고 싶었다”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체험이 되길 바란다. 실제 그곳에 있었던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놀란 감독은 컴퓨터 그래픽(CG)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리얼리즘을 극대화했다. 1300여명의 배우를 섭외하고 덩케르크 작전에 참여한 민간 선박 13척과 스핏파이어 전투기를 동원했다. 전투기 조종석 안에 아이맥스(IMAX) 카메라를 설치해 파일럿이 전투 중 느끼는 상황과 감정을 관객들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실제 ‘덩케르크’의 대부분은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했다.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생동감과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놀란 감독의 영화가 개봉하면 아이맥스 상영관 예매 전쟁이 벌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덩케르크' 스틸컷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덩케르크’ 스틸컷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