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라디오] 람슈타인, 독일맥주의 맛

요즘도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고등학교 제2외국어 첫 시간마다 선생님들은 해당 외국어로 된 노래를 부르면 실기 점수에 반영하겠다고 말씀하셨고, 독어 클래스에서는 항상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가 해보겠습니다. Ich liebe dich so wie du mich am Abend und am Morgen… 사랑해선 안 될 게 너무 많아.’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의 도입부를 장식하는 이 독일어가 ‘그대를 사랑해’라는 뜻의 베토벤 가곡이라는 걸 알게 된 건 훨씬 후의 일이지만 어쨌든 영어로 된 팝 하나 외우기도 쉽지 않은 세상에 독어로 된 노래라는 건 딱 이 정도 분량이면 족했습니다. 그래서입니다. 영화 를 보며 ‘Du hast’라는 강렬한 독일어 외침에 흠칫 놀랐던 건. ‘Du Du hast Du hast mich’가 반복되는 독어 후크는 마치 중세 흑마법사의 주문처럼 음산하게 귀를 파고들었고, 직설적인 기타 리프에 매캐한 연기를 끼얹은 듯한 사운드와 함께 어우러져 어딘가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이 노래를 부른 팀이 영화 도입부에서 불쇼를 펼치던 기괴한 밴드 람슈타인이란 걸 알게 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최근 발매된 그들의 베스트 앨범에 수록된 신곡 ‘Mein Land’의 뮤직비디오는 충격적입니다. 비치 보이스를 연상시키는 복장으로 해변에 나타난 그들은, 역시 ‘Surfing USA’를 불러야 마땅할 것 같은 해맑은 미소와 퍼포먼스로 예전에 비해 건조하지만 여전히 강렬한 메탈 사운드와 보컬 틸 린데만의 굵직한 독어 발음을 들려줍니다. 이 엄청난 부조화라니. 하지만 뜬금없지는 않습니다. 성조기가 펄럭이고 다분히 미국적인 해변 파티가 우스꽝스럽게 펼쳐지는 비디오 안에 ‘나의 나라(Mein Land)’라는 외침을 독어로 박아 넣는 그들의 태도는, 마치 록과 메탈의 본고장인 미국 혹은 영어권에 대한 확실한 독립 선언처럼 느껴집니다. 그러고 보니 이 곡이 수록된 베스트 앨범의 제목, < Made in Germany >로군요.

글. 위당숙 기자 e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