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바다’ 최성재 “늦은 데뷔? 시작할 수 있어 감사하죠”(인터뷰)

[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최성재 / 사진제공=팬스타즈컴퍼니

배우 최성재 / 사진제공=팬스타즈컴퍼니

검은색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최성재가 인터뷰 장소에 들어왔다. 인사를 꾸벅 하고는 흰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수수한 건 첫 인상뿐 아니었다. 카페에도 최근에야 처음 가봤다고 했다. “좀 놀게 생겼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면서도 사실은 ‘집돌이’라고 했다. 집엔 텔레비전과 침대가 있어서 대본에 집중하기 힘들다고 털어놓는 모습은 마치 시험을 앞둔 고등학생 같았다. KBS2 아침드라마 ‘그 여자의 바다’에서 사랑에 상처 받고 오열하는 김선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2014년, 서른한 살에 데뷔했다. 요즘 데뷔하는 배우들에 비하면 다소 늦은 나이다. 연기에 꿈은 있었지만 생계를 위해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연습생 생활도 4년 동안 했다. 그래도 조바심을 느낀 적은 없단다. 20대엔 그 때에만 경험할 수 있는 일을 했으니 후회하지 않는단다. 이 긍정적인 남자는 자신의 기사에 달린 악플까지 입으로 읊었다. 연기력을 꼬집는 댓글이었다. 그러더니 “더 잘 해야죠”라며 입을 앙다물었다.

배우로서 그리는 원대한 꿈이 있을까. 최성재는 고개를 저었다. 인지도나 작품 속 비중 등을 떠나 오래도록 연기하는 배우가 될 거라며 눈을 반짝였다. ‘그 여자의 바다’와 tvN ‘써클’ 촬영을 병행하며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달리는 건 그냥 그게 좋아서란다. 천천히 이륙해 멀리 비행할 최성재의 이야기다.

10. 그 여자의 바다’를 촬영 중인데 어머님들의 사랑을 받을 것 같다.
최성재: 촬영 중에 식사를 하러 갔는데 어떤 손님이 밥을 사줬다. 나에게 이런 일이!(웃음) 평소에는 집 밖을 돌아다니는 스타일이 아닌 데다 카페라는 곳에도 최근에서야 처음 가봤다. 주변의 반응을 느낄 새가 없었는데 가끔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놀란다.

10. 첫 주연작이다. 캐스팅이 확정된 후 기분이 어땠나.
최성재: 오디션을 보고 합격통지를 받았다. 40회부터 출연하는 인물이라 이렇게 큰 역할인지 생각도 못 했다.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만 했는데, 대사가 많은 거다. 촬영 중인 지금도 감사하다.

10. 극 중 김선우는 계속 상처만 받는 인물이다. 연기를 하다 보면 우울해지지 않을까.
최성재: 눈물이 많아졌다.(웃음) 평소에 눈물이 없다. 고등학생 때 이후로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는데 우는 신이 너무 많다. 카메라 앞에서 감정을 제대로 살리지 못할까봐 매일 대본을 끼고 산다. 다양한 감정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다 보니 요즘은 가만히 있어도 울컥한다. 거울 속 내 눈을 보고 갑자기 눈물이 난 적도 있다.

10. 상대배우 오승아와 호흡은 어떤가.
최성재: 처음엔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여자랑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성격이라 걱정을 많이 했다. 40회부터 합류했는데 오승아 씨가 허물없이 대해준 덕분에 편안하게 촬영했다.

10. 주변에 여사친(여자사람친구)이 있나?
최성재: 딱 한 명 있다. ‘꽝숙이’ 임화영. 고등학생 때 입시준비를 같이 했다. 임화영은 나한테 남자고, 난 임화영에게 여자다.(웃음) ‘그 여자의 바다’ 대본을 받았을 때도 먼저 나서서 도와줬다. 임화영 외엔 여자인 친구가 없다. 여자 형제도 없다.

10. 여배우와 호흡이 어색하겠다. ‘그 여자의 바다에서 오승아와 데이트를 즐기던데.
최성재: 잔디밭에서 손을 잡고 걸은 게 끝이다. 두 캐릭터가 행복했던 순간이 딱 한 회 정도 있었다. 달달한 장면이 조금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사건들을 이끄는 데 집중했다.

배우 최성재 / 사진제공=팬스타즈컴퍼니

배우 최성재 / 사진제공=팬스타즈컴퍼니

10. 시대극이라 다소 촌스럽게 분장한다. 패션에 관심이 있나?
최성재: (현재 입고 있는 티셔츠를 자랑하며) 이렇게 입는다. 옷에 관심이 없다. 지금 입고 있는 바지, 검은색 티셔츠와 똑같은 게 5벌 정도 있다. 멋 부리는 것을 못 한다.

10. 의외다. 잘 놀 것 같은 이미지인데.
최성재: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 대학생 때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클럽에 간 적은 있지만 금세 집에 가곤 했다. 집돌이다.

10. ‘그 여자의 바다가 방영되던 중 tvN ‘써클에도 출연했다. 색이 다른 연기를 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최성재: ‘그 여자의 바다’를 일주일 중 6일 촬영했다. 남는 하루에 ‘써클’을 찍었다. 상황은 즐거웠다.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나. 단지 긴 호흡의 ‘그 여자의 바다’를 촬영하다 보니 어떤 대본을 읽어도 김선우 캐릭터의 느낌이 나는 것 같아서 걱정했다. ‘써클’ 현장에서 민성욱 형이 꼼꼼하게 가르쳐줘서 연기하는 데 크게 어려움을 느끼진 않았다.

10. 서른한 살에 tvN ‘갑동이로 데뷔했다. 늦지 않았나. 
최성재: 그 전에는 단역으로 작품에 출연했다. ‘갑동이’ 때는 처음으로 대사를 받았다. 하지만 나이 때문에 불안함을 느낀 적은 없다. 이 나이에도 뭔가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10. 고등학교 3학년 때 연기의 매력을 느끼고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던데 졸업 후 꽤 긴 시간을 인내할 수 있었던 힘은?

최성재: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가정을 책임져야 했다. 때문에 안 해본 알바가 없다. 발렛파킹 일을 약 11년 정도 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버텼다. 내가 오디션이나 미팅을 가야 하면 언제든지 일을 조정하며 병행할 수 있었다. 가장이었기 때문에 수입이 없으면 꿈도 마음껏 꿀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좋은 사람들 덕분에 계속해서 연기를 할 수 있던 거다. 아직도 쉬는 날이 생기면 일하던 데 가서 사람들을 만난다. 일손이 딸리면 일을 돕기도 하고.

10. 20대에 할 수 있는 연기가 있다. 못해본 게 많아서 아쉽지 않나.
최성재: 그 말은 바로 ‘30대에 할 수 있는 연기가 있다’는 것 아닐까. 지금이 좋다. 20대에 겪었던 모든 경험들이 감사하고 소중하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거다.

10. 해보고 싶은 연기는?
최성재: SBS ‘피고인’에서 엄기준 선배가 연기한 차민호, OCN ‘나쁜 녀석들’에서 박해진 선배가 연기한 이정문. 연기를 정말 잘한다. 그런 연기력을 갖추고 싶다는 말로 해석해 달라.(웃음) MBC ‘쇼핑왕 루이’에서 서인국 씨가 연기한 루이 역할도 탐나지만 나랑 잘 어울리려나.

10. 10년 후 어떤 배우가 돼 있을까.
최성재: 10년 뒤에도 내가 계속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건 누군가가 꾸준히 찾아준다는 의미겠지? 그거면 된다.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어야 한다거나 이른바 ‘인생작’을 만나야 한다는 원대한 꿈은 없다. 연기를 다듬으며 실력을 쌓아서 꾸준히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된다면 좋겠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결과도 따라올 거라고 믿는다. 지금은 ‘그 여자의 바다’ 모니터를 하는 것도 민망하다. 아직은 부끄럽고 창피하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