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뷰티풀 크리처스>, 독보적인 신(新)마녀 판타지를 꿈꾸다

“몇 달째 그녀의 꿈을 꾼다.” 에단(엘든 이렌리치)의 말과 함께 영화는 관객을 새로운 판타지세계로 초대한다. 때 지난 영화가 철자 틀린 간판을 내건 채 상영되고, 그 흔한 스타벅스 하나 없는 ‘개틀린’. 촌동네 일상에 권태를 느끼던 그의 삶에 전학생 리나(앨리스 엔글레르트)가 찾아왔다. 그런데 그냥 ‘전학생’이 아니었다. 리나는 오랜 저주로 인해 마녀가 될 운명을 타고 난 소녀였다. 그녀는 16세 생일이 되면 ‘선과 악’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데, ‘악’을 택한 잔혹한 마녀 엄마 세라핀(엠마 톰슨)의 계속되는 방해로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리나는 사랑하는 이들의 도움과 희생으로 캐스터(마법주문을 외우는 자)의 개념을 바꿔놓으며 사랑을 되찾게 된다.

관람지수 10

‘선’도 ‘악’도 아니라면? 마녀를 전면에 내세운 신(新)마녀 판타지 – 6점

영화의 원작은 캐미 가르시아&마거릿 스톨의 동명 소설이다. 2009년 출간과 동시에 아마존 올해의 ‘Teen Book 1위’를 기록했고,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대표 영화 사이트 IMDB가 선정한 ‘올해의 기대작’에 이름을 올렸다. ‘해리포터’는 이미 다 자라서 어른이 되었고, ‘반지 원정대’의 전쟁은 종언을 고한 요즈음, 열여섯 생일이 되면 빛과 어둠 중에 자신의 운명을 선택해야만 하는 소녀의 성장기와 강력한 능력을 지닌 마녀들의 대결이라는 소재는 판타지 마니아들의 흥미를 자극하기엔 충분해 보인다. 그럼에도 영화 <뷰티풀 크리처스>는 2%로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매력적인 소재에도 원작의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불친절’해서랄까. 흥행에 성공한 판타지 대작들처럼, 후속편 제작을 고려해서라도 세계관 형성에 조금 더 공을 들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연기파 배우들을 대거 투입했음에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지 못한 건, 그들이 ‘맘껏 기량을 뽐낼’ 판을 짜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메이컨 역의 제레미 아이언스, 엠마 역의 비올라 데이비스, 세라핀 역의 엠마 톰슨 등이 분전했지만 그들은 ‘마녀세계’의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단순한 구성이지만 러닝타임을 맞추기 위해 부러 늘려놓은 듯한 스토리도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에피소드들 간의 성긴 짜임은 되레 극적인 긴장감이나 이완이 부재한 연출력을 드러나게 했다.

그럼에도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 것만은 칭찬할 만하다. <뷰티풀 크리처스>는 원작에 충실한 ‘로케이션 헌팅’으로, 그들이 사는 세상 ‘개틀린’을 사실적으로 구현해냈다. 스펙터클한 특수효과도 영화의 백미다. 메이컨이 리나를 보호하기 위해 집에 걸어놓은 주문 때문에 시간의 틈새에 갇힌 에단의 시퀀스나 리나와 리들리(에미 로섬)의 팽팽한 신경전을 그린 맹렬한 속도로 회전하는 식탁 시퀀스는 할리우드 베테랑 스태프들이 총출동 했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인다.

“사랑을 위해 못할게 없지”라는 에단의 말은 <뷰티풀 크리처스>의 메시지를 압축한다. ‘사랑’은 보편적이다 못해 진부해진 소재일지도 모르지만 리나와 에단의 사랑에는 사춘기로 성장통을 겪는 10대들의 풋풋한 ‘무언가’가 담겨있다. “Jerk!”(멍청이)라고 서로를 호칭하고 다소 갈팡질팡하는 듯한 그들의 연기도 어찌 보면 ‘그 나이 때이기에 가능한’ 어리숙한 달달함이 녹아있는 듯하다. 16살 생일에 선과 악을 선택해야 하는 리나의 운명은 사춘기를 넘어서는 기점을 표상하기도 한다. 그리고 리나는 사춘기를 넘어 또 다른 ‘어른’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新마녀 판타지’를 표방하며 출사표를 던진 <뷰티풀 크리처스>, 기존의 강자들을 몰아내고 ‘판타지 세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편집.홍지유 jiyou@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