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전쟁 아닌 생존 ‘덩케르크’, 이것이 실화다

[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덩케르크' 스틸컷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덩케르크’ 스틸컷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 5월. 프랑스 북부의 작은 항구도시 덩케르크에 약 40만명의 영국·프랑스·벨기에 병사가 고립됐다. 하늘에서는 항복을 종용하는 나치 독일의 ‘전단’이 떨어진다. 폭격기는 굉음과 함께 덩케르크 해안에 줄 서 있는 병사들을 아비규환에 빠뜨린다. 바다에서는 소리 없는 어뢰의 공격으로 배가 전복된다. 배가 침몰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15초다. 과연 이 병사들은 덩케르크에서 살아나갈 수 있을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사상 최대 규모의 탈출로 기록된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스크린에 옮겼다. 영화 ‘덩케르크’는 2차 대전 당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나치의 기세에 밀려 덩케르크 해변에 고립된 연합군을 영국으로 철수시킨 다이나모 작전이 배경이다. 6m에 달하는 덩케르크의 조수는 거대한 영국 구축함이 군인들을 구출하러 오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민간 선박을 포함한 약 900여척의 배가 군인들을 구출하러 왔다. 이 작전으로 약 33만명의 연합군이 덩케르크를 빠져나갈 수 있었다.

‘덩케르크’는 ‘메멘토’ ‘인썸니아’ ‘인셉션’ ‘배트맨’ 3부작, ‘인터스텔라’ 등 독특한 상상력과 정교한 연출력으로 ‘놀란 세계’를 구축해온 놀란 감독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첫 번째 영화다. 베일을 벗은 ‘덩케르크’는 수작(秀作)이었다. 그간 접했던 여타 전쟁 영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긴박감을 이끌어낸다. 마치 그곳에 있는 것 같은 놀라운 체험과 함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유발한다.

유혈이 낭자한 전투 장면도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도 없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사실적인 전개가 펼쳐진다. 대신 육지·바다·하늘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로 교차 편집해 입체감을 살렸다. 영화는 육지에서의 일주일, 바다에서의 하루, 하늘에서의 한 시간을 하나로 묶었다.

'덩케르크' 스틸컷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덩케르크’ 스틸컷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덩케르크’는 전쟁 영화가 아니다. 극적인 생존의 드라마다. 놀란 감독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인물들의 얼굴을 자주 클로즈업한다. 생존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이타심을 동시에 엿볼 수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남의 희생을 강요하는 한 병사는 “생존은 불평등하다. 생존은 공포이자 탐욕이다”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아들과 함께 덩케르크의 해안으로 선박을 몰고 가는, 어쩌면 평범한 시민은 위험한 상황에도 배를 돌리지 않고 전장의 한복판으로 병사들을 구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 생사의 경계에서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는 인간과 숭고한 희생정신을 가진 인간의 모습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놀란 감독은 ‘덩케르크’를 ‘영화적 경험의 집합체’라고 표현했다. 관객들이 보트 위에서 항해하고 스핏파이어 조정석에서 앉아 캐릭터와 함께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진력했다. 컴퓨터그래픽(CG)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놀란 감독은 리얼리즘을 극대화하기 위해 1 300여 명의 배우를 섭외했다. 실제 덩케르크 작전에 참여한 민간 선박 13척과 스핏파이어 전투기를 동원했다. ‘배트맨’ 3부작부터 ‘인셉션’ ‘인터스텔라’까지 놀란 감독과 함께 작업한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는 ‘덩케르크’에서도 음악을 통해 거대한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장엄하고 묵직한 사운드는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한다.

러닝타임 106분, 12세 이상 관람가. 오는 20일 개봉.

'덩케르크' 스틸컷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덩케르크’ 스틸컷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