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의 고민…“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

솔직함은 상대를 설득시키는 최상의 무기가 된다. 때론 지나친 솔직함이 불리하게 작용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정직한 태도는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결정적 작용을 하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권상우는 최상의 무기를 가진 이다. 그와 마주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솔직하고 소탈한 태도에 매료되고 만다. 스스로를 포장하는데 능수능란한 연예계에서 그의 솔직함은 때론 당혹스러울 때도 있지만, 결국 그것은 상대의 마음의 빗장을 열게 만든다.20%가 넘는 시청률 속에 지난 2일 종영한 SBS 드라마 <야왕>(극본 이희명 연출 조영광)으로 국내 무대로 돌아온 권상우는 자신의 현 위치와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에 대해 고민 중이었다.

<야왕>은 사랑했던 여인을 위해 호스트 생활을 하면서까지 뒷바라지를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다. 자신과 둘 사이 낳은 딸을 배신하고 욕망의 길을 걷게 되는 여인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가는 남자를 연기했던 권상우. 오랜만에 국내 복귀작인 만큼 의욕에 불타있었지만, 드라마가 욕망의 여인, 주다해(수애)의 기이한 행보에 보다 집중하게 되면서 남자의 이야기는 중반부부터 길을 잃고 말았다. 권상우는 그 점이 못내 아쉬운 듯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냈다. 하지만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하류와 <야왕>에 대한 서운한 마음이 아니라 그가 2013년 현 시점에 가지고 있는 고민과 냉철한 자기분석이었다.

Q. 우여곡절 끝 드라마가 끝이 났다. 지금의 기분은 어떤가.

권상우 : 많은 이야기 듣고 오셨겠지만, 이야기만큼 그렇지는 않았다. 현장의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좋았다. 스태프들도 좋았고 감독님도 친절하셨다. 그러나 나로서는 때 목욕을 하러 목욕탕에 갔다 미처 안 밀고 나온 느낌이 든달까. 사실 시청률을 잡았으니 이런 내 고민이 어쩌면 행복한 고민일 수도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성공했다고도 보고. 그 안에서 아쉬운 점을 찾는다면 중반부터 ‘내가 없어도 이 드라마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배우들은 아무리 힘든 대사라도 재미있으면 금방 외우게 되는데 (하류의 경우) 정보 전달을 위한 대사만 있다 보니 사람의 마음을 밀어내게 되더라.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다 그랬던 것 같다.

 

Q. 그래도 이번 드라마로 연기적인 면에서 칭찬을 많이 들은 것도 사실 아닌가. 하류의 복수는 어떻게 해석하고 접근했나.

권상우 : 복수에 불타는 남자라는 점에서 드라마 <돈의 화신>과도 비교가 많이 됐지만, 하류와 다해는 초반부터 애증의 관계로 출발했던 만큼 단순한 복수가 아닌 그런 쪽으로 더 풀어가고 싶었다. 그런데 드라마는 내 바람대로는 흘러가지 않고 주다해의 악행으로만 범벅이 되니 갈 길을 잃어버리게 된 것 같았다. 나는 이 드라마가 사랑 이야기라서 선택했다. 복수 역시도 사랑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는 하류의 복수들은 마음을 아프게 했다.

Q. 엔딩은 꽤 마음에 들었다고.

권상우 : 그렇다. 마지막 신을 보고 좋았다. 그 장면에서 위안받은 것도 있다. 안방에서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만들고 끝낼 수 있었다면 나로서는 최선이다.

 

Q. 수애와의 첫 호흡은 어땠나.

권상우 : 현장에서 장난을 많이 치는 편이다. 현장은 늘 힘이 드니까. 그런데 수애 씨와는 중반부터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남녀주인공이 이렇게 안 만나는 드라마 처음이었다(웃음).

Q. <야왕>을 통해 얻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없나.

권상우 : 나는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대중과 멀어져간다는 느낌이 있다고들 하시더라. 이번 드라마로 시청자들에 친숙한 이미지로 변화했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에 있는 동안 한국에서 작품을 너무나 하고 싶었고, 잘 하고 싶었다. 아무리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들 내게는 여전히 국내가 중요한 무대이다. 그러나 연기력은 모르겠다. 초반부터 내가 부족한 점이 너무 보였다. 사실 모니터 할 때마다 외모부터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Q. 다음 작품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겠다.

권상우 : 그렇다. 이제는 어떤 작품을 해야하나라는 고민을 더 하게 되는 시기이다. 사실 2,3년 전부터 ‘내 위치는 어딘가. 나는 어디에 있는 배우인가’를 놓고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시청률은 적당히 나오더라도 내 자신을 충족시킬 수 있는, 또 보는 이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Q.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신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권상우 : 연기 잘 하는 선배들도 많고 후배들도 많은데 정확히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봤을 때 연기란 대본에서 하고자하는 말을 정확히 표현해내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그 방법은 여전히 모르겠다. 난 내가 연기적으로 성숙한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족한 점이 여전히 많고,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단점이 있는 것도 안다. 그러니 내게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좋은 감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멜로, 코미디, 액션 세 장르를 다 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인 것 같다.

Q. 중국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해에는 중국 현지에서 영화를 두 편(<차이니즈 조디악>, <그림자 애인>)이나 찍었다. 그곳 환경은 어떻던가.

권상우 : 중국영화의 수준은 높다. 재키(Jackie 성룡의 영어이름)와 작업한 영화에서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을 많이 경험했다. 무인도에 세트가 있었는데 사이즈가 어마어마했다. 그건 아마 재키의 파워 때문일 것이다. 배우 한 명이 그렇게 거대한 시스템을 움직인다는 점에서 부러웠다. 아시아에 그만한 배우가 또 어디 있겠나. 그의 사무실이 여의도 MBC보다 더 크다.

 

Q. 성룡에게서 가장 부러운 점은 무엇이었나.

권상우 : 재력?(웃음). 사실 배우 외적인 것은 눈에 안 들어왔지만 배우로서 그만한 파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부러웠다.

 

Q. 성룡과의 의사소통은 어떻게 하나.

권상우 : 한국어로 한다. 한국말을 굉장히 잘 한다. 물론 나 역시도 중국말을 어느 정도 배우긴 했다. 언어는 기본이니까 외국에서 작품을 하게 되면 (외국어 공부에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스스로 생각하기에 중화권에서 권상우의 위치는 어느 정도인가.

권상우 : 나름대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일본에서도 내 팬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권상우 하면 누군지 다 아는 것 같다. 아마도 드라마가 많이 수출돼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내게 가장 중요한 곳은 한국이다. 여기서 우선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Q. 연기 외적인 분야에는 관심은 없나.
권상우 : 중국에 있을 때, 혼자 있으니까 상상을 많이 한다. 그 때 드라마나 영화 시놉시스를 쓴 적도 있다. 언젠가는 제작도 해보고 싶지만, 선입견이 있는 만큼 하더라도 비밀리에 할 것이다.

 

Q. 차기작에 들어가기 전까지 계획은.

권상우 : 가족과 보내야지. 결혼 전에 와이프(배우 손태영)와 약속한 것이 아무리 바빠도 일 년에 한두 번은 함께 여행을 가겠다고 했다. 와이프도 작품에 들어가 당장은 힘들겠지만 호주에 집이 있으니 쉬러 가고 싶다. 아무래도 여기서 한 고민들을 외국에 나가면 안하게 되니까 참 좋다.

 

Q. 결혼 생활에는 만족하나.

권상우 : 와이프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아들도 너무 예쁘다. 드라마에서 아이와 어울리는 모습들은 실제 내가 룩희(아들)에게 하는 모습 그대로다.

글.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이진혁 eleven@tenasia.co.kr

편집.홍지유 jiyou@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