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ㅣ들국화 콘서트, 종이비행기는 ‘그것만이 내 세상’을 싣고

“오늘이 열흘 째 공연이다. 목소리도 쉬고, 지쳤지만…. 나 잘 했지?”

‘행진’을 노래한 전인권이 애교 있는 말투로 농담을 던지자 객석이 따뜻해졌다. 이달 4일부터 14일까지 합정동 인터파크아트센터에서 ‘2013 들국화 10일간의 콘서트 – 다시 행진’을 치른 들국화. 그 마지막 날 공연에는 객석에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들이 왔다. 좌석이 일찌감치 매진되는 바람에 계단까지 관객들로 가득 찼다. 총 열흘간의 공연에 4,000여명의 사람들이 몰렸다.

지난해 14년 만에 재결성한 들국화는 TV와 여러 대형 무대에서 공연하며 수많은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소극장 규모에서 열린 이번 공연에서 그 감동은 배가 됐다. 들국화는 관객들과 지근거리에서 호흡했고, 노래가 가진 힘은 청중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11일 간 하루를 쉬고 무대에 오른 전인권이었지만 컨디션은 상당히 좋았다. 그의 목소리는 때때로 갈라졌지만, 고음은 선명하고 쩌렁쩌렁했다. 공연 초반 ‘사랑일 뿐이야’에서 최성원의 미성과 전인권의 포효가 교차하자 관객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 모습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았다. 중간에 연주가 조금 엇나가자 “찬권이가 틀렸다”고 말하는 전인권의 모습이 개구져 보였다.

소극장 공연답게 공연 중간에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이어졌다. 관객들은 들국화 멤버들의 주량부터 최근 즐겨 듣는 노래, 카톡 아이디까지 여러 질문을 던졌다. “선글라스를 벗어 달라”는 말이 나오자 전인권은 “손해 보는 짓은 안 한다”고 눙쳤다. 다시 태어난 소감을 묻자 전인권은 “봄이 오니 요새는 햇살이 몸으로 스며드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최성원은 “요새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음악을 즐겨듣는다”며 영화에 삽입된 노래 ‘Sixteen Going On Seventeen’을 즉석에서 노래해주기도 했다. 주찬권은 “요새 들국화 노래를 다시 연습하고 있다. 예전 곡들을 다시 들으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들국화는 히트곡 외에 1~2집에 수록된 노래들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들려줬다. ‘쉽게’, ‘내가 찾는 아이’, ‘오후만 있던 일요일’,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이 메들리로 흐르자 골수팬들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특히 최근 공연에서 보기 힘들었던 들국화 원년멤버 조덕환의 노래인 ‘축복합니다’,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풀 밴드로 연주된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를 노래하는 전인권의 목소리에서는 젊은이의 열정이 느껴졌다. ‘그것만이 내 세상’이 흐를 때에는 객석에서 종이비행기가 날아왔다.

27년만의 신곡인 ‘걷고 걷고’와 ‘노래여 잠에서 깨라’는 각각 다른 모습의 들국화였다. 느린 템포의 ‘걷고 걷고’는 ‘행진’과는 또 다르게 가슴을 마구 두드리는 곡. 들국화 특유의 서정을 간직한 또 하나의 명곡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노래여 잠에서 깨라’는 로킹한 곡으로 상당히 큰 스케일을 지녔다. 공연을 관람한 게이트 플라워즈의 보컬 박근홍은 “전성기 시절 명곡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열흘간의 공연에는 정태춘, 박은옥, 이중산, 김장훈, 정진운(2AM), 게이트 플라워즈 등 선후배 뮤지션들을 비롯해 소설가 공지영, 박민규, 배우 오광록 등이 다녀갔다. 새 소속사 ‘들국화 컴퍼니’에 둥지를 튼 들국화는 앞으로 꾸준히 공연을 통해 관객을 찾아갈 예정이다. 5월에는 새 앨범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제공. 들국화컴퍼니

글.권석정 moribe@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