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맨, 강남스타일보다 더 웃겨야 했다”

9개월 만의 신곡 ‘젠틀맨’으로 돌아온 싸이는 아직 여유가 있어 보였다. 12일 자정 ‘젠틀맨’이 공개된 이후 곡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이어졌고, 호평보다는 혹평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젠틀맨’은 하나의 완성된 노래라기보다는 ‘강남스타일’의 히트공식을 부풀린 ‘그냥 클럽음악’으로 들렸다. 13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단독콘서트 ‘해프닝’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가진 싸이는 이러한 세간의 논란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자진상납 하듯이“그러하다”고먼저 대답했다. 또한 “가수보다는 코미디언, 원히트원더가 아니냐”는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난 대중가수이자 대중상품이고, 대중이 이름을 붙여주는 대중의 물건”이라며 “코미디언으로 알아줘도 감사한 일이고 원히트원더여도 상관없다. 난 할 일을 할 뿐”이라고 영리하게 답했다. 싸이는 기자회견을 하는 내내 ‘곡에 대해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공연을 통해 직접 보여주고 싶어 미치겠다’는 눈치였다.

‘젠틀맨’은 ‘강남스타일’에 비해 반복되는 어구가 훨씬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곡의 전개는 다소 산만한 감이 있으며 기존 싸이의 곡들에 비해 응집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싸이는 “곡에 대해서 호불호가 굉장히 갈린다”며 “그런 댓글을 봤다. ‘그냥 클럽 음악이네’라고 하시는데 맞다. 장르가 그냥 클럽 음악”이라고 말했다. 이어 “‘젠틀맨’이 너무 계산적이지다 않느냐, 노림수가 있지 않냐, 예전 스타일을 것 하면 되지 않느냐는 우려 실망 섞인 글들 봤다”며 “하지만 내가 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라고 대답했다.

싸이 측은 두 곡의 신곡 후보 중 세계의 기대에 부응할만한 ‘센 곡’이 아닌 ‘쌈마이’ 티가 팍팍 나는 ‘젠틀맨’을 택했다. 싸이도 처음에는 멋진 곡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싸이는 “‘마더 파더 젠틀맨이 뭐야’라고 실망할 수도 있다. ‘알랑가몰라’라는 가사도 싼 티 나는 것 알고 있다”라며 “세계적, 국민적 관심이 커질수록 나다운 것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초심을 잃지 않고 싼 티 나는 곡으로 하게 됐다”고 서슴없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싸이가 미국에서 인기를 얻는데 디딤돌 역할을 한 스쿠터 브라운도 참여했다. 싸이는 “스쿠터 브라운이 ‘강남스타일’ 식의 가사를 유지해달라고 부탁했다. 양현석은 더 웃겨야 한다는 일념으로 뮤직비디오 편집에 임했다”고 말했다.

제목을 ‘젠틀맨’으로 지은 이유는 세계 공용어이기 때문. 싸이는 “‘강남스타일’의 스타일이란 단어는 우연히도 전 세계 어디서나 공통적으로 쓰는 단어였다. 그런 단어를 찾다가 ‘젠틀맨’이란 제목을 붙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마더 파더 젠틀맨’이라는 가사에 대해 싸이는 “이게 ‘엄마 아빠 신사’냐, 엄마 아빠에게 보여줄 만한 신사냐, 아니면 욕(Mother fucker)이냐고 질문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들으시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가사에 대해서는 “스쿠터 브라운이 ‘강남스타일’을 따라할 때 ‘사나이’라는 가사를 한국 사람보다 잘한다”며 “알랑가몰라, 말이야 등 한국말 중에 외국인이 발음하기 쉬운, 싱얼롱(singalong)하기 좋은 가사를 찾느라 머리를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강남스타일’은 노래와 춤, 그리고 뮤직비디오가 동시에 사랑받았다. 이번 ‘젠틀맨’에서도 춤이 관건. ‘젠틀맨’에서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히트곡 ‘아브라카다브라’의 ‘시건방춤’을 그대로 응용했다. 싸이는 “브아걸의 ‘시건방춤’이 맞다. 그것을 내 몸에 맞게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싸이는 굳이 새로운 창작물이 아니더라도 국내 댄스를 해외에 가지고 나가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새 것을 만들지 왜 있던 것을 하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처럼 ‘포인트 춤’이 많은 음악시장도 드물다. ‘말춤’도 포인트 춤이었다”며 “앞으로 회오리춤, 엉거주춤 등 국내 댄스가요 역사의 많은 포인트 춤들을 외국에 널리 알리는 작업을 하고 싶고, 그래서 원주인들이 조금이나마 외국시장에서 재조명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젠틀맨’은 ‘강남스타일’에 이어 언타이틀 출신의 작곡가 유건형과 싸이가 함께 만들었다. 유건형과는 2006년 이후부터 음악적 협업을 이어오고 있는 음악적 파트너. 싸이는 자신의 음악을 만드는 지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내가 만들고 싶은 노래는 대중이 원하는 노래”라며 “나는 좋게 말하면 대중의 기호를 잡으려 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대중의 눈치를 많이 보는 작곡가”라고 말했다.

싸이는 자신이 ‘원히트원더’로 불리는 것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는 “난 한국에서 12년 동안 활동을 했고 수많은 곡 중에 한 곡이 외국에서 사랑받은 것이다”며 “그런 나에게 원히트원더라고 부르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번 곡에 대해서도 “해외 진출 전까지 수많은 인터뷰에서 말했던 것처럼 나의 신곡 발표는 콘서트 레퍼토리 보강 차원이다. ‘젠틀맨’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싸이는 ‘젠틀맨’으로 다시 해외의 문을 두드린다. 그는 “작년에 개인 한 명이 감당하기 어려운 너무나 많은 커다란 일들이 펼쳐졌다. 우리 국민들의 지지는 너무나 큰 힘이었다”며 “‘젠틀맨’이 ‘강남스타일’의 뒤를 이어서 또 다른 일보전진이 될지, 후퇴가 될 지는 한 달 후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이진혁 eleve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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