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화, 섹시함은 나이와는 무관하다

이덕화, 섹시함은 나이와는 무관하다

생기 가득한 젊음도 좋지만, 인생을 오래도록 경험한 이들의 깊이는 또 다른 차원의 것을 완성시킨다. 노장의 주름 마디마디에서 번져 나오는 인생의 깊이는 가벼움의 속성을 지닌 젊음이 쫓으려야 쫓을 수 없는 품격을 전제하고 있으니까.

 

지난 10일 JTBC 주말드라마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이하 꽃들의 전쟁)>(극본 정하연 연출 노종찬)의 촬영이 진행되는 전라북도 부안에서 만난 이덕화는 한국나이로 어느 새 62세. 그는 이순을 넘어섰음에도 여전히 유효한 배우로서의 욕심에 대해 이야기 했고, <꽃들의 전쟁>이 일면 자신의 그런 욕심에 부합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주름진 나이에도 멜로를 소화하고 싶은 것은 비단 작품을 통해 타인의 삶을 연기하게 되는 배우들만의 소망은 아닐 것이다. 모든 욕망이 젊음 속에서 전제한다는 것은 치기어린 젊은이들의 어리석은 편견일 뿐.

이덕화, 섹시함은 나이와는 무관하다

그런 면에서 섹시라는 단어는 젊음의 동의어가 될 수 없다는사실을 새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62세 나이에 사극과 현대극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그만의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품격을 드러내는 이덕화야말로 오늘날 유행하는 더티섹시에 딱 들어맞지 않은가.

“더티~~? 에이~ 나한테 그런 말 하지마요”라며 손을 내저으며 민망해하던 이덕화는 그러나 할리우드의 59세 배우 브루스 윌리스를 언급하며 늙어간다는 것 고유의 장점을 강조했다.

 

“<태양의 눈물> 같은 영화를 봐요. 사람들은 브루스 윌리스를 싸구려 배우라고도 하는데,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어린 친구들이 전쟁 영화에서 소대장 역할하며 ‘나를 따르라!’하면 왠지 거기 따라갔다 총 맞아 죽을 것 같아요. 그런데 50대 먹은 브루스 윌리스 같은 배우가 떡하니 군대를 이끌면 안 죽을 것 같아. 문화의 차이이기도 한데, 어린 친구들과 우리 또래 배우의 멜로가 나오면 외국에선 자연스러워요. 하지만 우리로 치면 형무소 가야지. 전자발찌 감이야 그건(웃음).”

 

<꽃들의 전쟁>에서 임금 인조를 연기하는 이덕화는 꽤 나이차가 있는 여배우들과 부부로 등장한다. 후궁으로 출연하는 김현주와는 25살 차, 중전으로 출연하는 배우 고원회와는 무려 42살 차이가 난다.

 

“매우 자유분방하다는 점에서 이 사극은 틀은 깬다고 볼 수 있죠. 퓨전은 아닌데 확실히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이덕화, 섹시함은 나이와는 무관하다그러나정사신은 나이와 관계없이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많은 고민을 하게끔 만든다.

2회에 등장해 높은 수위로 화제가 된 승은상궁 이씨와의 베드신에 대해 “내 딸 나이가 29살이고 아들이 35살인데 어린 여배우와의 그런 장면이 민망하기도 하고 또 꼭 필요할까 되묻게 되는 것은 사실이오. 그러나 또 잘만 찍고 수위 조절만 잘 하다보면 그것만큼 재미난 장면은 또 어디 있을까.잘만 찍으면 말이지. 예전에<여인천하> 때는강수연과 첫 날밤을 보내는 신이 있었는데집에서 나름 세 가지 버전을 심사숙고해 고민해서 갔는데 강수연은 9개를 준비해왔더라고. 걔가 하자는 대로 했고 예쁘게 잘 나왔어. 이번에도촬영하기 전 인조가맨 정신이 아닌우울증 환자이니 만큼 이 신을 통해 제정신이 아닌 부분을 표현했으면 싶었지. 이것저것 찾다가 방마다 다 있는 붓이 보였고, 그걸 이용해봤어요.”

이야기가 무르익어가던 중 이덕화의 곁을 지키던 김현주는“이덕화 선생님과의 작업을 하기 앞서 어떤 로망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어요. 저는 리처드 기어와 위노나 라이더의 <뉴욕의 가을>을 재미있게 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나이차가 많은 인물들의 멜로는사랑이 아니라 불륜처럼 그려지고 마는게 아쉬워요. 언젠가 마지막 사랑같은 느낌의 멜로를 꼭 해보고 싶어요. 이번에 극중 인조와 얌전의 관계에 진실된 사랑이 있지는 않지만, 이덕화 선생님과의 작업이라는 점에서 멜로 관계를 떠올려 봤던 것이 사실이에요”라고 거들었다.

이덕화는 <꽃들의 전쟁>은 자신에게는 젊음이라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웃었다. 그 웃음에 함께 미소짓다젊음 역시도 나이나 세월이 아닌열정의 동의어인 것은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진. 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