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 “매번 +1만큼씩 성장해간다”

주원, “매번 +1만큼씩 성장해간다”

무심한 듯 툭툭 내뱉는 말투가 투박하지만 꾸밈 없다. 연기자 데뷔 4년차면 적당히 스스로를 포장하는 ‘잘 빠진 듯 매끄럽고 공식적인’ 인터뷰 기술을 익혔을 법도 한데 이 남자, 우연히 동네 골목길에서 마주치면 술 한잔 사주고픈 남동생처럼 가감없고 담백하다. 벌써 네 번째 드라마인 MBC <7급 공무원>을 마친 주원(26)은 “연기에서도, 사람을 얻은 면에서도 +1만큼 성장한 것 같다”며 웃음짓는다. 촬영이 끝난 아쉬움과 헛헛함을 뒤로 하고 바로 오는 5월 영화 <온리 유> 촬영에 돌입한다는 그를 짧은 휴식을 틈타 만나보았다.

Q. <7급 공무원>이 초반에 비해 후반에 긴장도가 떨어지면서 마지막이 아쉽게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있다.

주원 : 시청률이 초반보다 떨어지면서 끝난 건 아쉬울 수 있겠지만 다른 부분은 그렇지 않다. 배우들끼리 무척 행복하게 촬영하고 현장에서도 늘 많이 웃고 실실거리면서 다녔던 기억이 있다. 작품 때문에 감독님과 처음 만났을 때 “넌 대본도 보지 말고 그냥 놀아라”라고 하셨었다. 극중 한길로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자유분방하고 어린애같은 모습이 남아 있어 대본을 열심히 판다고 되는 게 아니다 싶어 자유롭게 접근하려 했다. 국정원 요원이라는 직업이 그 사람의 성격을 바꾸지는 않을 것 같아서.

Q. 실제로는 열 살 이상 차이나는 여주인공 최강희와의 호흡이 척척 맞았다

주원 : 강희 누나가 많이 만들어줬던 것 같다. 누나나 나나 굉장히 낯가림이 많은 성격이라 ‘둘 중 한 명이 좀더 적극적이었다면 빨리 친해졌을 텐데…’하는 아쉬움은 있다. 강희 누나가 오히려 나보다 사고 방식이나 상상력이 순수해서 부럽고 본받고 싶은 마음이 컸다. 예를 들어 야외 촬영 때 날씨가 좋으면 그대로 누워 서로 얼굴 찌그러뜨리며 졸기도 하고…. 파트너를 떠나 인간으로서 서로 진실된 모습을 많이 봤다.

Q. 달달한 로맨스 장면도 수월하게 찍었겠다.

주원 : 한편으로는 서로 부끄러워하면서도 얘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다. 키스신도 입술을 어느 정도로 움직일까를 서로 의논해가면서 결정했을 정도다. 그건 서로에 대한 배려였던 것 같다. 강희 누나 자체가 굉장히 귀여운 면이 있는데 실제 촬영 때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예쁘게 나오는 장면이 많았다. 누나가 이불 속에 들어오는 장면 같은 신에서는 순수함이 많이 느껴졌다.

Q. 최강희가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중 가장 호흡이 잘 맞았던 배우인가

주원 : 사실 그렇다. 이전 배우들에게는 미안한 면이 있지만.(웃음) 뭐랄까, (진)세연이, 유이, 유진 누나도 다 좋았는데 이번처럼 확 느낌이 온 적이 없었다. <제빵왕 김탁구> 때는 너무 신인이라 정신이 없었고 유이랑 할 때(<오작교 형제들>)는 서로 자기 거 열심히 하기에 바빴고 <각시탈> 때 세연이랑은 마주칠 일이 별로 없었다. 이번엔 강희 누나와 거의 모든 신을 함께 했다. 아침에 만나 눈이 마주치자마자 인사도 없이 대사를 주고 받는 수준이었다. 슛 들어가기 전 서른 번 넘게 서로 대사를 하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고쳐가다보니 나중엔 감독님과 카메라 감독님도 놀라시더라.

주원, “매번 +1만큼씩 성장해간다”

Q. 극중에서는 질투심이 많은 캐릭터였는데 실제로도 그런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있는 걸 봤을 때는 어떤가.

주원 : 굉장히 꽁해서 오랜 시간 삐쳐 있는 편이다. 촬영장에서도 그랬다. 강희 누나가 찬성이랑 촬영하고 있으면 내가 안 나오는 신인데도 계속 지켜봤다. 작품을 할 때마다 내 파트너에 대한 집착은 있었던 것 같고, 실제 사랑할 때도 그럴 것 같다. <오작교 형제들>에 ‘사랑은 쿨할 수가 없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무척 공감한다.

Q. 국정원 요원들에 대해 많이 공감할 수 있었겠다.

주원 : 대표적인 인물이 훈육관으로 나온 안내상 선배님 역할인데 정말로 저런 요원이 있다면 든든하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비밀스럽게 임무를 수행하는 분들이 있다고 들었다. 나중엔 주위 사람들을 살펴보며 ‘혹시 저 사람, 내 옆에 있지만 국정원 요원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Q. 한길로 역은 전형적인 캐릭터 연기였다. 캐릭터 연기를 하면서 새로 생긴 습관이 있나

주원 : 길로의 습관이나 패턴 등을 그대로 따라하게 되더라. 촬영장에서 가지고 있던 길로의 말투와 행동들이 내 걸로 체화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더 밝아지고 활기차졌다.

Q. <7급 공무원>은 서로 거짓말로 만난 남녀의 이야기다. 실제 여자친구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신을 속이고 있다면 어떨 것 같나

주원 : 장난이었다면 용서가 될 지도 모르겠지만 드라마 속 상황처럼 거짓말을 해야 한다면 난 절대 못 만날 것 같다. 국정원에 계신 여성분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서로 이름도, 직업도 숨기고 털어놓을 수 없다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주원, “매번 +1만큼씩 성장해간다”

Q. 그런 부분에서는 극중 역할인 한길로를 솔직하게 이해 못한 부분이 있었겠다.

주원 : 아니다. 내가 맡은 캐릭터는 이해 못해도 100% 공감하려고 노력한다. ‘길로는 내가 아니니 서원(최강희)이를 좋아할거야, 아니면 내가 아직 사랑을 못 해봐서 이해를 못하는 걸 수도 있어’라는 생각을 하며 공감도를 높였던 것 같다.

Q. 부상도 많이 당했다고 들었는데

주원 : <각시탈> 때 다쳤던 주먹 부분 부상이 재발했고 <7급 공무원> 촬영 중 코 부상을 당해 아직 코에 흉터가 남아 있다.

Q. 사극물과 현대물의 액션 중 어떤 게 더 본인에게 맞나.

주원 : 아직 뭐가 더 맞는진 모르겠지만 액션을 본능적으로 소화하는 느낌은 있는 것 같다. <각시탈>에서 말을 탈 때도 나중엔 말의 속도를 조절하거나 누워서 탈 수도 있게 되더라. <7급 공무원> 때도 자동차 액션 장면을 한 번에 촬영하면서 내가 액션에 대한 감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Q. 매 작품마다 역할의 변화 폭이 꽤 컸던 것 같다.

주원 : 캐릭터 변신을 위해 의도한 건 아닌데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각시탈>의 이강토처럼 무게감을 갖고 연기력을 드러낼 수 있는 역할이 있고 <7급 공무원>의 한길로처럼 캐릭터가 확실한 역할이 있는데 내 입장에서는 아직 둘 다 좋다는 생각이다. 몇 작품을 하다 보니 역할에 대해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이 생긴 것 같다.

Q. 드라마 뿐 아니라 예능이나 영화까지 넘나들면서 활동하기가 어렵진 않나

주원 :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이 크기 때문에 기대가 많은 편이다. 영화는 새로운 감독님, 배우들과 만날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1박 2일>은 형들과 함께 좋은 곳 다니며 눈 속에 풍경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우리나라가 참 아름답다는 점도 새삼 느끼고 마음의 치유가 되는 것 같다. <1박 2일>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모습을 보면 나이 차가 많은 선배들과도 쉽게 친해지는 것 같은데. 사실 그렇진 못하다. 낯가림도 있고 성격상 억지로 말을 못하는 편이라. 분명히 시간이 필요하지만 마음이 확실히 열리는 시기가 있다. 그 시간이 지나면 정말 바보처럼 그 사람의 모든 걸 좋아하는 편이다.

Q. 3년간 쉴 새 없이 활동했다. 이젠 신인이라는 꼬리표도 좀 떨어질 법 한 것 같은데 스스로 느끼기에 성장했다는 생각이 드나.

주원 : 매 작품마다 사람도 얻고 연기적인 성숙함도 조금씩 알게 된다. 이번 <7급 공무원>을 통해서는 자유로움을 얻은 것 같다. ‘이렇게 상상력을 펼쳐서 연기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지난 번 작품에 비해 +1 정도는 한 것 같다. 한 작품 한 작품씩 성장해나가면 훌륭한 연기자가 될 수 있을거란 꿈도 꾼다.

Q. 연애나 결혼에 대한 생각은 아직 없나

주원 : 난 재미없는 여자가 좋더라.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면서 서로 싸우지 않는 사람이 좋다. 중학교 시절부터 항상 결혼에 대한 꿈은 있었는데 맘 아프지만 예전에 비해 나도 많이 현실적인 사람이 된 것 같다. 가족과 가족의 만남이라는 점도 고려하게 되고(웃음) (엄)태웅이 형 보니 결혼하는 게 행복하고 안정감있는 것 같아 늘 꿈은 꾼다.

 

사진제공. 심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