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이영|감독이 기억하는 팔색조

심이영|감독이 기억하는 팔색조

배우에게 최상의 연출자란? 배우 자신조차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면을 이끌어주는 감독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 해 안방을 달구었던 화제의 드라마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을 통해오랜 무명시절을 탈출한 심이영은 운이 좋은 편이다. 보통은 무명을 거친 배우를 비로소 기억하게 만든 작품에서 소비된 이미지가 반복되기 마련인데, <넝굴당>에서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맹한 고옥 역으로 주목받은 심이영은 MBC 드라마 <백년의 유산>에서는 화려한 재벌녀 홍주를 만나게 됐다.

    “제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것은 언제나신기해요”

심이영|감독이 기억하는 팔색조

<백년의 유산>과 <오늘부터 엄마아빠>에서 보여주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소화하며 심이영은 성장하고 있다.

“홍주는 정말 의외의 역할이었어요. 신기하죠. 고옥과 홍주는 완전히 반대되는 얼굴을 가진 인물들인데… 배우로서는 변화할 수 있는 역할이 주어졌다는 점이 무한히 감사해요. 어떻게 날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내 새로운 면을 발견했을까 신기하기도 하고. 다만 처음하는 역할은 역시나 불안하고 어려운 부분은 있어요. 때문에 더 많이 고민하고 연기를 할 때도 힘이 들죠. 하지만 제가 연기해보지 못했던 다른 모습들을 봐주신다는 점에서 감사해요. 뻔한 표현이지만 감독님과 작가님들은 제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것 같은 얼굴을 가졌다고 하세요. 흔히 쓰는 팔색조의 매력이랄까요.”

그렇게 만나게 된 홍주는 심이영이 접한 역할 중 가장 에너지가 센 인물이기도 했다. 시어머니 방영자(박원숙)에게 꼬박꼬박 말대답을 하고 심지어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소리까지 지른다. 시아버지 제사를 지내라는 말에 받아치는 멘트는 더 가관이다. “며느리 입장에서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시댁의 대소사를 어찌 알아요. 피 한방울 안 섞인 남의 집 사람들
제사까지 챙기는 건 당연한 게 아니죠.”

드라마의 특성상 과잉된 설정이기는 하나, 그래서 그런 돌출된 홍주의 행동은 대본을 보면서 연기하는 심이영 본인 조차도 피식피식 웃게 만들기는 하나 그래도 홍주의 행동의원인을가장 잘 파악하고 있어야하는 사람이 바로 연기자 본인이다.

“홍주의 그런 행동 이면에는 상처가 있는 거죠.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모든 마음들이 깊은 상처 탓에 비뚤게 표현되는 거예요. 성장하면서 받은 그런 상처를결혼을 통해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 희망을 품었을텐데 결혼 역시도 정답이 되지 못하는 것을 알게됐어요. 그래서 홍주의 그런 일면 이상한 행동들 조차도 저는 다 이해할 수 있었어요.”

역할의 특성상 가장자주 마주치게 되는 선배 배우 박원숙과는 에너지의 충돌도 잦다. 심이영은 처음에는 박원숙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악을 써야하는 역할이 꽤 부담이 됐었다며 하지만 막상 만나게 된 박원숙 ‘선배’는 전혀 공포의 대상이 아니었다고도 털어놓았다.

“평소에는 얼마나 재미있는 분이신데요. 처음에는 저 역시도 감독님께 ‘무서워요’ 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오히려 그런 마음들이 저를 편안하게 해줬던 것도 같아요.”

그래서일까. 심이영은 시월드에 대한 공포는 없다고 고백하며 이야기를 지난 3월부터 출연 중인 MBC 에브리원 채널의 가상 육아버라이어티 <오늘부터 엄마아빠>로 옮겨간다.

“처음에는 정말 정신없고 힘들었어요.그런데언젠가부터 제 입에서‘재미있어요’라는 말이 나오더군요. 아이도 1,2명이 아닌 4명이나 되니까 오빠(전현무)랑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채끌려다녔었죠. 그래도 지금은 촬영을 5번 정도는 했는데, 한달이 넘다보니 익숙해지네요. 이제는 촬영 끝나고 집에 오면 ‘아, 오늘은 덕분에 많이 웃었다’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하게돼요.이게 진짜 육아는 아니지만, 배우는 점이 분명 있어요. 자신이 없었지만 과정에서 서로가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고요. 육아란, 내가 원하는대로 맞출 수는 없는 것이라는 진리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 같아요.”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

심이영|감독이 기억하는 팔색조

지난 해 국민드라마에 등장해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알리게 된 심이영은 그렇게 드라마와 각종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바쁜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동안이라고는 하나 그의 나이도 서른 넷. 조바심을 낼 법도 한데, 우리가 그녀를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시간 동안 쌓은 단단한 내공으로 그녀는 앞으로의 목표는 “그저 하루하루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며 “무엇을 하든 하루하루에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고 싶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과 잘 소통하며 지내고 싶다”는,소중한 진리이지만흔히 놓치고 마는 당연한 욕심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