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권은 조권이다 (인터뷰)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조권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조권 / 사진=텐아시아DB

가수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는 조권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그냥 당당히 맞서봐, 왜냐하면 넌 이렇게 태어났으니까(Just put your paws up, Cause you were born this way)’. 가사를 찬찬히 살펴보면 그가 느꼈을 슬픔이 보인다. 2001년 SBS ‘99%의 도전’에 나왔을 당시 조권의 나이는 14살이었다. 불특정 다수의 관심과 비난을 받아들이기에는 매우 어렸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킵 고잉(Keep Going)’이다. 이제 29살이 된 조권의 강인함이 느껴진다.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이 무심코 던진 돌에 상처를 받았던 조권이지만 이젠 아니다. 가진 재능을 마음껏 보여주며 “얘는 못 말린다. 조권은 조권이다”라는 소리를 듣겠단다. ‘깝권’이란 애칭으로 활동할 때 가장 속상했고 ‘행복’이란 단어를 떠올릴 겨를도 없이 바쁘게 지냈지만 돌아보니 그때가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조권은 2008년 2AM으로 데뷔해 2013년부터 뮤지컬 배우로 2막을 시작했다. 올해의 뮤지컬은 ‘이블데드'(연출 임철형). 지난달 24일부터 무대에 오르고 있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조권의 ‘깝’으로 제값을 하고 있다.

10. ‘이블데드’에서 활약이 대단하다. 코믹극이라 전개도 빠르고 2막에는 격한 안무도 있어서 에너지 소모가 크지 않나?
조권 : 그래서 2회 연속 공연은 못 한다.(웃음) 배우들이 가급적 하루 1회 공연으로 스케줄을 잡아달라고 했는데 오는 16일 일요일엔 2회 연속 공연이다. 걱정된다.(웃음)

10. ‘이블데드’의 출연 배경은? 
조권 : 매년 한 작품씩 하자고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2013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시작으로 매년 한 작품씩, 이번이 다섯 작품째다. 오디션을 보러 가기도 하고 제안이 들어오기도 하는데, 이번 작품은 서병구 안무감독에게 제안을 받았다. ‘네가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고 하더라. 사실 ‘이블데드’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지인들에게 물어봤더니 ‘재미있다’는 반응과 함께 ‘2009년 초연 당시 굉장히 충격적인 작품으로 꼽혔다’고 알려줬다. 이후 원작 영화를 찾아봤다. 무엇보다 극장이 대학로에 있어서 흔쾌히 선택했다.

10. 소극장 공연은 처음이다.  호기심이 있었나? 
조권 : 그간 대극장 뮤지컬을 주로 했는데 대학로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다. ‘이블데드’에 출연하기 전 한 달 정도 고민했는데 공연장이 유니플렉스란 말을 들으니 해보고 싶은 의지가 커졌다.

뮤지컬 '이블데드' 공연 중인 조권 / 사진제공=(주)쇼보트

뮤지컬 ‘이블데드’ 공연 중인 조권 / 사진제공=(주)쇼보트

10. 한 달은 꽤 긴 시간이다. 꼼꼼한 성격이 드러난다. 
조권 : 대본을 받지 못한 상태였고 좀비물에 대한 정보도 없었다. 싫어하거나 피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찾아서 보는 것도 아니다. 영화 ‘이블데드’와 2009년 초연 영상도 찾아보면서 파악했다. 사전에 공부를 하는 시간이 한 달 정도 필요했던 거였다. 단순한 좀비물이 아니라 코믹이 있고, B급 정서라는 것도 이해했다. 영화는 마니아층도 두텁고 영화 ‘스파이더맨’을 만든 감독의 첫 작품이란 것도 알았다. 스스로도 올해 어떤 작품을 할까 궁금했는데 여름에 관객들과 즐길 수 있는 ‘이블데드’를 하면 좋을 것 같아서 결정했다.

10. 연습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조권 : 올 4월부터 두 달 동안 하루도 안 쉬고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연습했다. 연습을 하면서 내가 우습게 봤구나 싶었고, ‘이블데드’에 배신 당한 기분이었다.(웃음)

10. 공연을 보니 연습이 쉽지 않았다는 건 충분히 알겠다.(웃음)
조권 : 우선 2009년 초연보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연출을 비롯해 배우들이 애를 썼다. 연습실에서 살면서 배우들과는 더 돈독해졌다. 힘들었지만 분위기가 흐트러지고 어둡지는 않았다. 다만 안무 연습을 시작하고 나니 보통이 아닌 거지. 하하.

10. 항상 기분이 업(UP)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도 힘들었겠다.  
조권 : 배우는 계속해서 최면을 걸어야 한다. 극 초반에는 캐릭터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고뇌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작품 역시 변화를 주기 위해 대사를 바꾸고 패러디 장면도 넣었다. 그렇지만 ‘이블데드’의 본질은 건드리면 안되기 때문에 스캇이란 인물을 분석하면서 정체성을 그대로 둔 채 어떤 양념을 뿌릴까에 대해 고민했다. 같은 역할을 맡은 우찬에게 많이 의지했다.

10. 같은 역할이라 도움도, 자극도 받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조권 : 우찬을 의지하면서 ‘이블데드’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스캇의 오리지널 캐릭터를 보면 남성적이고 허세로 가득한 인물인데, 그 안에서 조권만이 할 수 있는 걸 만들어야 했다. 그게 초반엔 서툴고 어색해서 어려웠다.

10. 스캇은 등장과 동시에 관객들의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막중한 역할이라. 조권이 등장하는 순간 객석의 웃음은 터진다.(웃음) 
조권 : 맞다. 분위기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이다. 배우들이 저마다 웃음을 주는 부분이 있지만 스캇은 그들의 웃음마저도 이끌어야 한다. 또 휴식시간 이후 2막부터는 그룹의 리더처럼 안무를 소화하고 커튼콜 때에도 관객들의 시선을 빼앗아야 하니까 육체적으론 힘들다. 피를 뿌릴 수 있는 스플래터(Splatter) 석에 앉은 관객들은 더 열광적으로 반응하는데, 배우들도 덩달아 즐길 수 있다. 공연이 끝난 뒤 카타르시스(Katharsis)가 있다.

조권 / 사진제공=(주)쇼보트

조권 / 사진제공=(주)쇼보트

10. 객석은 정말 즐거운데 무대 뒤에선 정신이 없겠다. 뿌릴 피주머니도 준비해야 하니.   
조권 : 무대 뒤는 객석과 반대로 정말 덥다. 가면을 쓰기 때문에 안면 근육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힘들다. 그 답답함을 안고 연기를 한다. 바닥도 미끄러워서 조심한다. 제작진의 고생도 만만찮다.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무대 뒤는 슬프다.(웃음)

10. 소극장인 데다 좀비물이 관객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궁금해서 이번 작품을 선택했다고 했다. 제대로 스킨십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조권 : 공연을 할 때는 어떤 작품이든 설렌다. 소극장은 대극장과 달리 관객과 더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마주치고 호흡을 할 수 있는데, ‘이블데드’는 객석에 난입해서 피까지 뿌리지 않나. 재미는 물론이고 얻는 것도 많아서 작품을 잘 선택한 것 같다. 관객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10. 2막 안무 장면에서 조권만의 스캇을 완성한 것 같다.
조권 : 다소 파격적인 의상은 연출의 제안이었는데  “저를 신뢰하는군요”라고 답하고 흔쾌히 했다. 이왕 할 거면 파격적으로, 더 관객들을 놀라게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퍼포먼스로 말이다. 같은 역이지만 우찬과 의상이 다르니, 조권만의 모습 맞다.(웃음)

10. 2막은 마치 다른 극처럼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아까 말한 것처럼 리더가 돼 안무를 이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조권의 모습이 나온다. 깝권! 
조권 : 계단에서 대기하고 있을 땐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무대에 오른다. 춤을 열정적으로 출 때 속이 울렁거리는 묘한 기분이 있는데, 말로 표현하긴 좀 힘들다. 배우들은 모두 공감하는데 이상한 느낌이다. 모두가 그 장면에서 쓰러질 정도로 열정을 쏟으며 희열을 느낀다. 이렇게 재미있는 걸 내일 또 느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관객들에게 돈 아깝지 않은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다.

10. 객석 반응에 따라 힘이 빠질 때도 있지 않나.  다섯 번째 작품이니까 관객들의 반응에 대처하는 노하우도 쌓였을 것 같다. 
조권 : 반응이 좀 미지근하다고 느끼면 대기실에선 힘들다. 그래도 무대에 올라가면 모든 걸 보여드려야 하니까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관객들의 호응이 적으면 더 과장하는 식이다. 표정도 더 일그러뜨리고, 엽기적으로 말이다.

10. 사실 전작 ‘체스’에서 진중하고 무거운 모습을 보여줘서 다음 작품도 비슷한 분위기를 선택할 줄 알았다.  
조권 :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와 ‘프리실라’는 조권이 잘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어떻게 보면 틀에 갇혔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자극도 받았다. 예상 가능한 역할만이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렇게 ‘체스’를 했는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오르면서 조권의 다른 면을 보여드렸다. ‘넘버 소화 잘하더라’라는 말만 들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 작품은 엄청난 도전이었다. 미성에 하이톤 음색인 내가 한마디로 전쟁을 치렀다. 그땐 뭐든 하나만 살아 남자란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10. 인생의 전환점은 언제라고 생각하나.
조권 : 지금 생각해보면 한창 ‘깝권’이란 애칭으로 활동할 때다. 모든 사람들이 알아봤고 바쁘게 지냈다. 그땐 행복이란 감정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무엇보다 ‘깝(깝죽거리다)’을 긍정적인 이미지로 만들었다고, 당시의 내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끼를 펼칠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사람들의 말에 속상하고 상처받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젠 그냥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됐다.

10. ‘깝권’ 시절을 꼽을 줄 몰랐다.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조권 : 오히려 지금은 대중들의 반응을 보면서 또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 좌우명이 ‘킵 고잉(KEEP GOING)’이다. 그래도 계속 나아가는 것.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란 곡도 좋아하는데, 태어난 대로 살면서 계속 나아갈 거다.(웃음) 몇 달 지나면 30대다.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블데드’는 물론이고 선택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조권은 조권이다’란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이자 바람이다.

10. 여유로움이 행복지수도 높게 만든 모양이다.
조권 : 나이를 먹으며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 생각하고 또 정리하면서 예전보다 마음이 평온해졌다. 근육통같은 육체적인 거 말곤 다 좋다.(웃음)

10. 평소 운동을 자주 한다고 알려졌지만 ‘이블데드’는 안무부터 의상까지 남다르니까 더 철저하게 관리를 해야겠다.
조권 : 항상 운동은 한다. 약간 중독인지도 모르겠다.(웃음) 공연이 있는 날도 준비운동 개념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필라테스로 몸을 푼다. 연습생 때부터 해왔던 것이기 때문에 운동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뭔가 보람도 덜하다.

10. 에너지를 쏟고 나면 다시 채워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조권 : 공연이 끝나면 반신욕하는 정도? 우선 그런 걸로 풀고 쉬는 날도 밀렸던 일들을 하면서 바쁘게 보낸다. 최근엔 카페를 열어서 공연이 없는 날은 주로 그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10.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 속에 집에 돌아오면 허탈하고 공허한 기분이 든다고들 하던데. 그래서 더 바쁘게 보내는 것일 수도 있겠다.
조권 :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뜨거운 사랑을 받다가 집에 오면 혼자인데 당연히 마음이 허할 수밖에 없다. 야식을 먹거나 심야 영화를 보러가기도 한다. 강아지를 키우는데, 공연 마치고 와서 산책도 시킨다. 쉬는날은 일어나자마자 일정을 정리해서 바쁘게 돌아다닌다. 아프지 않고서야 소파에서 1시간 이상 앉아있지 못하는 성격이다.(웃음)

10. 올해도 반이 지나갔다. 하반기는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
조권 : 습관이 된 것처럼 1년에 한 작품씩 뮤지컬을 하고 있다. 이젠 안하면 안되겠더라. 연초에 하고 싶은 작품을 찾아보고 오디션도 알아보는데 올해는 ‘이블데드’로 9월까지 무대에 오른다. 사업엔 관심도 없었는데 20대의 마지막에 애견을 동반할 수 있는 예쁜 카페를 열어보고 싶었다. 그 사업도 올해 시작했다. ‘이블데드’를 마치면 솔로 음반도 구상해볼 생각이다. 스물 아홉 조권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거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