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멘토링이 된 잔소리

[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공식 포스터

영화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공식 포스터

많은 미디어가 멘토와 꼰대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한다.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며 멘토냐 꼰대냐를 두고 공방을 벌이기도 한다. 80세 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을 정의하자면, 꼰대를 가장한 멘토다. 극은 까칠한 노인의 잔소리가 힐링이 되는 신선함을 선사한다.

영화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원제 The Last Word)’은 완벽한 엔딩(죽음)을 위해 네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그것을 좇으라고 권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영화는 은퇴한 광고 에이전시의 보스 해리엇(셜리 맥클레인)과 사망기사 전문기자 앤(아만다 사이프리드), 문제적 소녀 브렌다(앤쥴 리 딕슨)가 세대를 초월해 최고의 파트너로 거듭나는 모습을 담아낸다.

칼 같은 성격의 해리엇은 자신의 사망기사를 미리 확인하기 위해 앤을 고용하지만, 앤은 해리엇의 지인들로부터 그에 관한 악담만 듣는다. 해리엇은 완벽한 사망기사를 위해 ‘가족들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친구와 동료들의 칭찬을 받아야 한다’ ‘아주 우연히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끼쳐야 한다’ ‘나만의 와일드카드를 가져야 한다’ 등 네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 두 사람은 완벽한 엔딩을 위해 분투한다.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조건에 부합하는 어린 소녀 브렌다까지 엽기적인 프로젝트에 가세한다.

해리엇은 여성 상사를 인정하지 못 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신념과 능력으로 회사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부고 기사까지 직접 통제해야 직성이 풀리는 완벽주의자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그의 대사는 간혹 ‘막말’처럼 들린다. 많은 사람들과 갈등을 빚은 이유이자 현재 외로운 삶을 사는 까칠한 마녀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들어보면 그의 말은 어딘지 공감이 되고 통쾌하다. 해리엇은 자신의 꿈을 숨긴 앤에게 “위험을 감수하라”고 말한다. 그것이 잔소리가 아니라 조언으로 들리는 것은 그가 위험을 감수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나약하고 힘없는’ 사람이라고 취급받을지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해내고야 마는 열정까지 몸소 보여준다.

흥 많은 소녀 브렌다와 자신의 꿈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행복한 척하는 앤, 직설적인 해리엇의 모습은 어쩐지 한 인간의 다양한 내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기에 불협화음을 쌓던 이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성장하는 모습은 공감과 동시에 짜릿한 쾌감을 안긴다.

자극적인 요소는 없다. 스토리의 전개 방식도 다소 뻔하다. 그럼에도 상영시간 108분을 가득 채우는 해리엇 특유의 조롱과 해학, 세대를 초월한 여배우들의 호흡은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웃음과 감동 외에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며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꼰대처럼 보이는 해리엇이 멘토가 된 이유다. 오는 1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스틸

영화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스틸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