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눈지’ 정태영 연출 “실컷 웃어본 게 언제인가요?” (인터뷰)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사진=정태영 연출 /

사진=정태영 연출 /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가 올해로 세 번째 관객과 만났다. 지난해에 이어 정태영 연출의 진두지휘 아래 지난달 20일 개막했다. 이 연극은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미타니 코키식 유머로 비튼 작품이다. 미타니 코키 작가의 탄탄한 시나리오에 배우들의 역량이 중심이 된다. 다시 한번 정 연출의 손을 거쳐, 한층 더 웅장하고 유쾌하게 탄생했다. 재연과 달리 출연 배우들이 모두 달라져 정태영 연출은 마치 새로운 공연을 올린 기분을 느꼈다. 극장도 바뀌었고 음악도 첨가하는 등 변화를 줬으나 단 한 가지, 작품이 추구하는 중요한 지점은 놓치지 않았다. ‘아무 생각 없이 관객들을 웃게 하는 것’이다. 주변 눈치를 살피지 않고 대놓고 실컷 웃어본 것이 언제인가, 정태영 연출은 관객들이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도록 판을 벌였다.

10.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가 성공적으로 개막했으니, 한숨 돌렸겠다.
정태영 : 한숨 돌렸다.(웃음) 지난해는 소극장에서 했고, 워낙 배우들의 타이밍이 맞아야 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연습할 때 집중했다. 또 각 역할마다 배우들이 더블 캐스팅으로, 페어가 많다. 게다가 지난해와 달리 모든 배우들이 바뀌어서 초연 같은 느낌이었다.

10. 새로운 캐스트를 꾸린 건 의도한 건가.
정태영 : 새로운 느낌, 또 그런 기분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10. 초연 때보다 신경을 더 많이 쓴 부분은 어디인가.
정태영 : 초연 때와 달리 이번 극장은 중형에 와이드 형태다. 구성원들의 움직임이 한층 자유롭다. 움직임에 있어서 배우들의 개성을 살리면서 해보려고 했다. 다행히 배우들이 잘 적응해줘서 수월했다. 또 연극이지만 음악이 많이 들어간다. 연극만 했던 배우들은 귀를 열어야 하고 움직임도 많아서 처음엔 생소해 했지만, 서서히 적응하더라. 반면 뮤지컬을 경험했던 배우들은 수월했을 거다.

10. 미타니 코기의 원작과 99% 같다고.
정태영 : 대본에 있어서는 고친 부분이 따로 없다. 다만 역동성과 배우들의 역량, 에너지를 크게 하는 부분 등 우리나라 관객들이 좋아하는 쪽으로 바꿨다. 음악적인 부분은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넘버를 갖고 와서 웅장함을 살렸다. 일본에서는 무대 위 연주자들이 등장해 타악 연주를 하더라. 효과음 정도였는데, 다른 부분이라면 확실히 우린 음악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10. 공연을 올리고 그러한 변화가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나.
정태영 : 그렇다. 공연을 많이 접하지 않은 관객들도 즐거워한다. 작품의 의도랄지, 원작자인 미타니 코키도 말했듯 ‘감동과는 상관없이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처럼 모두가 그렇게 준비했다. 철저히 관객들이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배우들에게도 대사 하나하나를 깊이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10. ‘웃음의 대학’에 이어 이번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까지. 미타니 코키 작품과 인연이 깊다.
정태영 : 이번 작품은 명작을 뒤튼 건데, 연출로서는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지?’가 대본을 본 첫 감상이다. 최근 ‘창조’란 단어가 화두인데, 그의 창의적인 발상에 깜짝 놀랐다.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10. 원작이 탄탄하더라도, 해외 작품을 각색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정태영 : 원작을 충분히 지키면서 우리의 웃음은 어디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 그게 연습실에서의 목표였다. 우리 관객은 일본 사람이 아니니까, 분명 우리 식의 웃음이 필요했다. 남성 관객들이 크게 웃는 소리에 배우들이 놀랐다고 하더라. 남성 관객들이 많은 게 행복하다.(웃음)

10. 흐름이 빠른 데다 타이밍이 중요한 코믹극이다. 배우들의 부담도 상당할 것 같다.
정태영 : 연습을 두 달하고 공연을 올리면서 서서히 감을 잡더라. 박하나, 정민, 장지우, 김진우는 모두 뮤지컬 ‘그리스’에서 만났던 배우들이다. 또 윤서현은 극단 학전에서 만난 오래된 인연인데, 작품으로 다시 만나게 돼 더 행복했라. 스테파니는 가수 출신이긴 하지만 발레를 전공했고 몸을 굉장히 잘 쓰는 배우이다. 그래서 안무처럼 해보라고 권유를 했고, 도움도 받았다. 모든 배우들이 각기 다른 개성을 갖고 있어서 어떤 페어가 만나느냐에 따라서 작품이 새롭게 느껴질 거다.

10. 최근 연극 ‘나의사랑 나의신부’도 올렸다. 두 연극이 온도차가 심한데 오가며 고충은 없었나.
정태영 : 여행하는 기분이다.(웃음) 할 수 있는, 게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10. 웅장한 음악의 영향인지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를 코믹극이라고 알고 갔음에도 초반 웃음이 터질 때, ‘웃어도 되나’ 싶었다.(웃음) 지금 들어보니 의도한 것이라고 봐도 되겠다.
정태영 : 기대 이상이라는 평이 많더라. 그것으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아무 생각 없이 웃는 것, 극장을 나가면서도 그 웃음의 여운으로 즐거웠으면 좋겠다. 다른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10. 영화는 물론, 연극이라면 더욱더 관객들은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찾으려고 한다. 일종의 강박인 것도 같다.
정태영 : 연출의 입장에선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종종 연출과의 대화를 진행하는데 ‘나는 이렇게 느꼈는데 연출의 의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관객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게 맞다. 그래서 연출의 의도를 밝히는 건 늘 조심스럽다. 서로의 생각을 말하면서 대화를 하는 건 즐겁지만, 연출의 의도를 관객에게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를 하면서는 배우들에게도 요청했다. 미타니 코키의 작품을 두 번째 해보니까, 장점은 하나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당혹스러운 상황을 만들어놓고 관객에게 보여준다. 그게 재미있는 거다. 배우들도 당황스러움을 당황스럽게 연기를 해야 하는데, 모든 것을 알고 가는 것 같으면 재미가 없지 않나. 말로서 순간적으로 웃기는 건 짧다. 상황이 웃기면 웃음이 후반부로 갈수록 더 커진다. 그게 바로 미타니 코키를 희극의 천재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때문에 배우들이 균형감을 지키되, 지나치게 깊이 들어가지 않았으면 했다.

10. 창작과 각색 작품을 넘나들고 있다. 다른 점이 있을까.
정태영 : 뮤지컬로 보면 검증된 음악, 텍스트가 있다는 건 설계도면이 있는 거다. 설계도가 있는 집을 못 지으면 안 되는 거지.(웃음) 반면 설계도가 없는 창작 작업은 지었다, 부셨다를 반복하면서 끊임없이 고민한다.

10. 어떤 지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
정태영 : 쓰고 연출할 때는 대본이 가장 중요하다. 대본을 통해서 작품의 규모 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건 협업이다.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조율하며 완성되는 것이 하나의 작품이다.

10. 어떤 이유에서든 다시 올리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정태영 : 뮤지컬 ‘그리스’도 다시 해보고 싶고, 그 작품은 음악이 굉장히 좋았다. 관객도, 배우도 즐거워했던 작품이었다. ‘해를 품은 달’도 여러모로 아쉬워서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해보고 싶다.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포스터 / 사진제공=티앤비컴퍼니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포스터 / 사진제공=티앤비컴퍼니

10.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에는 걸그룹 출신 스테파니가 나오고, 그간 연출을 맡은 작품을 보면 아이돌 그룹이 꽤 출연했다.
정태영 : 아이돌들이 정말 열심히 한다. 사실 그 자리까지 가는 이들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 운으로만 되는 게 아니지 않나. 매체가 다른 무대이긴 하지만 항상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잘 해야 한다는 마음이 몸에 밴 ‘프로’들이다.

10. 배우가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찾아주는 것이 연출의 능력이기도 하지 않나. 그럴 때 서로가 쾌감을 느끼고.
정태영 : 열심히 연습을 하고 우리끼리 충돌하고, 또 그 부분이 정리되면 관객과 충돌하면서 완성되는 식이다. 불꽃 튀는 충돌은 좋은 것이고, 건겅한 거다. 드라마나 영화처럼 쉬었다 갈 수 없으니까, 연습할 때 배우들에게 항상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는 내부가 예쁘 지 않으면 관객들에게도 다 드러난다는 것이다.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으면 작품도 좋아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배우들이 서로 정말 아낀다.

10.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의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태영 : 최근 크게 웃어 본 적 있으신가요? 이 공연장에 오면 실컷 웃고 가실 겁니다. 청년기 이후 내려놓고 웃어 본 적이 없는데, 1시간 반 동안 웃고 난 뒤 활력 있는 다음 날을 기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