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 봉준호 감독 “논란, 각오했다..어떤 해석도 가능” (인터뷰)

[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옥자' 봉준호 감독 / 사진=NEW 제공

‘옥자’ 봉준호 감독 / 사진=NEW 제공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가 29일 베일을 벗었다.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5000만 달러(약 570억원)를 투자하고, 제 70회 칸 국제영화제에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옥자’는 그야말로 온갖 이슈들을 몰고 다니며 ‘뜨거운 감자’로 칸과 국내를 달궜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작품인 만큼 ‘옥자’가 기존 영화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프랑스 극장협회(FNCF)는 ‘옥자’의 경쟁 부문 진출을 반대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멀티플렉스에서는 개봉조차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옥자’가 대중들을 맞이하고 있다. 반응은 뜨겁다. ‘옥자’를 보기 위해 관객들은 자주 들르지 않았던 단관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봉준호 감독은 고가도로에서 떠오른 하나의 이미지로 ‘옥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무려 4년이 걸렸다. 그렇게 위용을 드러낸 ‘옥자’는 “역시 봉준호 감독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장식 축산 시스템과 채식 등 다양한 이야기와 담론을 만들었다. 봉준호 감독은 “어떠한 해석도 가능하다”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10. 영화가 드디어 개봉한다. 기분이 어떤가?
봉준호 감독(이하 봉준호) : 오늘(27일) 아침에 일어나면서 ‘영화가 아직도 개봉을 안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개봉을 하는 느낌이다. 한국을 포함해서 프랑스, 미국, 일본까지 총 7번의 기자회견을 했다. 너무 많은 이야기와 논쟁이 오갔다. 관객들의 반응이 정말로 궁금하다.

10. ‘옥자’는 어떻게 탄생한 것인가?
봉준호 : 2010년인가, 2011년 초였나. 이수교차로를 지나갈 때였다. 그날 안개가 자욱했는데, 고가도로 밑에 꽉 낄 정도로 큰 돼지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굉장히 시무룩한 얼굴이었는데, 뭐가 힘들까? 왜 도시 한복판에 와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1년에 산골소녀가 산삼 팔러가는 이야기를 찍어보려고 써놓은 시놉시스가 있었다. 슈퍼산삼을 발견해서 그걸 대도시에 팔러가는 내용이다.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처럼 시골 사람이 대도시에 가서 벌어지는 이야기의 원형을 가졌다. 그 돼지 이미지와 산삼소녀의 이야기가 결합해 ‘옥자’가 출발했다.

10. 공동 각본가인 존 론슨과는 어떻게 분업을 했는가.
봉준호 : 초고는 내가 썼고, 존 론슨이 모든 영어 대사의 캐릭터를 맡았다. 신의 순서와 구조는 이미 짜여 있었고, 그걸 바탕으로 영어 캐릭터들의 대사를 리라이팅(Rewriting)하거나 아이디어를 불어 넣었다. ‘옥자’의 영어 대사는 상당히 많다. 분량의 70% 정도 되는데, 주로 대사를 썼다. 알고 보니 존 론슨은 시나리오 작가 이전에 영국 매체에서 기자 생활을 했더라. 르포 작가로도 유명하다. ‘사이코패스 테스트’라는 책에서는 거대 기업에 관한 이야기를, ‘그들: 극단주의자들과 함께한 모험’에서는 테러리스트에 관한 활동이 나온다. 모두 ‘옥자’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그가 책을 썼던 것은 몰랐다. 그가 쓴 영화 ‘프랭크’가 재미있었다. 이상한 블랙 유머가 나온다. 웃기면서도 어둡고 슬프다. 복합적인 정서와 느낌이 좋아서 연락을 했는데, 저널리스트 출신이고 단행본으로도 널리 알려진 사람이더라. ‘이럴 수가!’라는 느낌이었다. 좋았다.(웃음)

'옥자' 봉준호 감독 / 사진=NEW 제공

‘옥자’ 봉준호 감독 / 사진=NEW 제공

10. ‘괴물’, ‘설국열차’에 이어 ‘옥자’에서도 소녀가 나온다.
봉준호 :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마더’에서도 쌀떡 소녀라고 불행한 상황에 처해있는 여고생이 나온다. 그 전 영화에서는 교복 입은 소녀들이 계속 죽었다. 반대로 ‘설국열차’에서는 소녀만 살고 다 죽었다. ‘옥자’에서는 소녀가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라 옥자를 구하려고 사투를 벌이는 존재다. 해외에서 기자회견을 했을 때 ‘왜 소년이 아닌 소녀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처음부터 소년을 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강인한 소녀, 뛰어다니는 소녀, 제지할 수 없는 소녀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안서현이 그 소녀의 이미지와 잘 맞았다. 눈빛이나 모습이 단단했다.

10. 옥자도 암컷이다. 의도했던 것인가?
봉준호 : 소녀와 소녀 돼지를 통해 가족으로 치면 자매, 여학생이라면 소울메이트의 느낌을 주고 싶었다. 깊은 영혼을 나눈 관계를 원했다.

10. 안서현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했다. 어떤 배우였는가?
봉준호 : 극 중 미자가 트럭에 올라탄다. 과장되고 만화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데 그걸 믿게 만드는 위력과 에너지가 있다. 믿음직한 친구다. 준비가 돼있었다. 시나리오를 주고 자신의 생각을 말해보라고 했는데 굉장히 정확하게 본질적인 걸 간파했다. 간단하게 자신의 언어로 표현했다. 한국 영화 기준으로는 ‘옥자’가 스케일도 크고 틸다 스윈튼이나 제이크 질렌할 등이 나오지만 흥분은 하면 안 됐다. 안서현은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자기 앞에 제이크 질렌할이 지나가도 눈빛 한 번을 안 줬다. 중심이 잡혀있었다. 너무 잘하려고 한다거나, 이 작품이 자신의 전환점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는 작품 중에 하나라고 여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그 상태였다.(웃음) 자신의 일상이 튼튼하게 있는 친구다. 오빠랑 노는 거 좋아하고 친구들도 많더라.

10. 거대한 옥자가 낮은 지하상가를 질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봉준호 : 회현 지하상가에서 찍었다. 한국에서 천장이 가장 낮은 지하상가다. 그래서 택했다. 상인조합이 허락을 해줘서 밤새도록 찍었다. 옥자는 산속에서 푸른 하늘을 보고 자랐는데, 지하상가에서는 하늘이 없지 않나. 대비를 주고 싶었다. 다리우스 콘지 촬영 감독이 ‘파리에는 이런 게 없다’면서 굉장히 좋아했다.(웃음) 조명을 최대한 밝게 찍자고 했다. 그 상태에서 옥자가 미친 듯이 뛰면서 유리창에 부딪히고 가게 하나를 완전히 부수기도 했다.

'옥자' 예고편 / 사진=넷플릭스 제공

‘옥자’ 예고편 / 사진=넷플릭스 제공

10. 영화에서 음악의 매력을 빼놓을 수 없다.
봉준호 : 정재일 음악감독에게 많이 부탁했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결이 워낙 다양하다. 평화롭다가도 액션이 나오고 마지막에는 공포에 가깝다. 억지로 하나의 음악적 톤으로 욱여넣으려고 하지 않았다. 카멜레온처럼 변화를 주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음악도 다채로운 결이 나왔다. 내 영화중에 삽입곡이 가장 많다.

10. 옥자의 강제 교배는 분명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봉준호 : 슈퍼돼지가 아니더라도 실제 돼지들은 개들 중에 가장 똑똑하다는 진돗개보다 아이큐가 높다. 예민하고 섬세하다. 인간들이 축산업 관점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돼지들이 원하지 않을 때 강제로 교배를 시킬 때도 있다. 그걸 목격했던 사람의 얘기를 들어봤는데, 암퇘지 입장에서 봤을 때 그건 폭력이다. 영화를 보고 한 번 즈음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10. 결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봉준호 : 어둡고 씁쓸하다는 말을 들었다. 옥자가 겪는 일들이 굉장히 세다. 어떤 한 장면이 잔상처럼 떠나지 않는다고 토로한 서양인도 있었다. 한국 관객들은 내가 영화를 찍으면 뭔가 어두울 거라고 생각해서 상대적으로 밝게 느끼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기대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인 거 같다. 화살이 같은 지점에도 꽂혀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어떠한 해석도 가능하다.

'옥자' 포스터

‘옥자’ 포스터

10. ‘옥자’는 멀티 플렉스에서 볼 수 없다. 대신 ‘옥자’를 보기 위해 단관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봉준호 : 옛 극장 되살리기 운동을 하려고 한 건 절대 아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됐다. 재밌는 상황인거 같다. 인천 애관극장은 정말 오래 됐더라. 이럴 때 한 번 가보자는 생각이 있다. 주말마다 극장에 가서 GV를 할까도 생각해봤다. 반면에 ‘옥자’가 계속 (단관 극장에) 걸려 있으면 다양성 영화들이 힘들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다. 그건 배급사에서 잘 조절하려고 하는 거 같다. 복잡다단한 상황인데 이런 걸 예측하거나 의도를 했던 것은 아니다. 각 도시마다 최소한도라도 스크린에서 보일 수 있는 기회는 있어서 다행이다. 스트리밍 업체랑 영화를 하면서 지금의 상황을 각오하기도 했다.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스크린 병행을 하고 싶어서 넷플릭스 측과도 협의를 했다. 나는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고 있다.

10. 한국영화로 돌아온다. 차기작 ‘기생충’을 설명해 달라.
봉준호 : ‘마더’ 사이즈 정도의 영화다. 100% 한국어, 한국 배우, 한국 스태프로 이뤄졌다. 송강호 선배가 할 가능성이 있다. 서로 논의 중이다. 마음에 드셔야 할 거 같다. 가족 드라마다. 지금까지 나온 건 이 정도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