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뭐 들으세요?]검정치마부터 루시아까지, 인디 대부·대모의 앨범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올 초여름은 특히나 풍성하고 반가운 계절이었다. 인디계의 대부, 대모들이 알맹이가 꽉 찬 앨범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한국 인디신의 한 축을 구성하는 뮤지션들의 신보를 엄선했다.

검정치마 'Team Baby' / 사진제공=하이그라운드

검정치마 ‘TEAM BABY’ / 사진제공=하이그라운드

◆ 정규 앨범 : 검정치마, ‘TEAM BABY’

‘TEAM BABY’는 검정치마가 8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 앨범이다. 그간 어떤 식으로든 사랑을, 관계를, 감정의 부유를 노래해오던 검정치마가 정규 3집에서는 대놓고 ‘사랑’을 다뤘다. 어쩌면 검정치마만의 정공법이다.

조휴일은 이 앨범에서 보고 있어도 보고 싶어지는 그리움을 노래했다고 밝히며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당신과, 그런 당신의 편에 서 있는 사람을 위한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사랑에 관해 얘기하기 위해 앨범 재킷에 실제 그의 부모님 웨딩 사진을 담은 데서부터 재치가 돋보인다.

10곡으로 구성된 트랙리스트에도 음악적 재치와 조휴일 특유의 감각이 넘실댄다. 가사의 담백한 맛 또한 여전하다.

짙은 'UNI-VERSE' / 사진제공=필뮤직

짙은 ‘UNI-VERSE’ / 사진제공=필뮤직

◆ 정규 앨범 : 짙은, ‘UNI-VERSE’

9년 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정규 1집으로 한국 모던록의 뉴 웨이브라는 찬사를 받았던 짙은이 정규 2집을 냈다. 매 앨범마다 특정한 이미지를 주제로 노래해 온 짙은이 정규 2집에서 선택한 건 우주다. 짙은은 ‘만약 우주에 홀로 떨어져있다면’이라는 물음에서 이 앨범이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UNI-VERSE’에는 법칙과 중력과 시간도 없는 곳에서 발버둥치는 한 인간의 고독이 담겼다. 외로움과 외로움에서 파생한 복합적 정서가 성용욱의 절절한 목소리로 11곡에 걸쳐 흐른다. 일상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우주에서 들려오는 외침들은 오히려 내면에 와 꽂힌다. 성용욱의 힘이 다시 한번 입증되는 순간이다.

앨범엔 그 흔한 ‘Inst’도 없다. 짙은의 원년 멤버 윤형로가 프로듀서로 참여해 짙은의 팬들에겐 더욱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

루시아(심규선) '환상소곡집 op.1' / 사진제공=헤아릴규

루시아(심규선) ‘환상소곡집 op.1’ / 사진제공=헤아릴규

◆ 미니 앨범 : 루시아(심규선), ‘환상소곡집 op.1’

‘환상소곡집’이라는 테마가 루시아보다 더 잘 어울리는 뮤지션이 있을까.

루시아는 이번 미니 앨범에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했다. 시적 가사를 입힌 운율을 특유의 창법으로 노래해 여운이 짙은 환상곡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오필리아’, ‘달과 6펜스’, ‘느와르’ 등이 그 예다.

이번에는 미발매된 여섯 곡의 환상곡을 소곡집 형태로 묶어냈다. 역동적인 스펙트럼의 타이틀 곡 ‘촛농의 노래’나 파리의 밤거리가 떠오르는 ‘요람의 노래’를 듣다 보면 잠시 현실을 떠난 듯한 기분을 만끽하게 된다. 루시아가 만들어내는 환영, 또는 환상으로의 초대에 즐겁게 응해보시길.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