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진 “내 삶에 희망이 생겼다는 데 큰 감동을 느낀다”

주병진 “내 삶에 희망이 생겼다는 데 큰 감동을 느낀다”

“주병진 외에 자기 이름을 걸고 토크쇼를 진행할 수 있는 깜냥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MBC 를 기획한 권석 CP의 말이다. 주병진은 12년 동안 방송을 쉬었지만, 여전히 지상파의 평일 황금 시간대에 자기 이름을 거는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진행자다. 지금 주병진이 12년 만에 복귀해서 만들고자 하는 토크쇼는 어떤 프로그램일까. 주병진이 일산 MBC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12년만의 방송 복귀에 대한 감회와 프로그램의 방향에 대해 말했다.

첫 녹화를 이미 마쳤는데, 어땠나.
주병진: 정신없었다. 한창 방송하던 시절의 느낌을 떠올리려고 노력했지만, 두렵기까지 했다. 그런데 방청객들을 보고, 또 성우가 내 소개를 하는 것을 들으며, 무대에 나가기 직전에 정신을 수습 할 수 있었다. ‘아, 다시 왔다’, ‘고향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좀 발동이 늦게 걸리는 편이라 3~4주 정도 지나면 예전의 흐름을 70~80% 정도는 되찾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가져본다.

“이제는 꿈을 꿀 수 있어서 행복하다”
주병진 “내 삶에 희망이 생겼다는 데 큰 감동을 느낀다” 첫 녹화에 대해서 스스로 평가를 해본다면?
주병진: 요즘 의술이나 과학의 발달로 냉동인간이 일부 실행되고 있다고 하더라. 나도 그런 것 같다. 12년 동안 냉동인간이 되어 있다가 이제 해동이 되어 세상에 나왔는데, 세상이 다 바뀌어버린 거다. 나도 몸의 각 부위에 아직 얼음이 남아 있어 서걱거린다. 조금 더 두고 봐야 하지 않을까.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나 스스로 나에게 점수를 매길 날이 빠르게 올 거다.

12년만의 복귀에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주병진: 12년이라는 세월이 내게는 멈춰진 세월이다. 무대에 서고 나서, 마치 12년 전에 헤어진 첫 사랑을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내 삶에 있어서 희망이, 목표가 생겼다는 데 큰 감동을 느끼고 있다. 그 동안은 미래가 없는, 막막한 세월, 멈춰버린 시간이었다고 느꼈는데 이제는 꿈을 꿀 수 있어서 행복하다.

방송에 복귀를 한 후 일상에서의 기분도 달라졌을 것 같다.
주병진: TV도 보지 않으려 했고, 사람과 만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혼자 여행을 많이 다녔다. 그래서 세월이 얼마만큼 흘렀는지 감지조차 못했다. 꿈도 없었다. 정적, 적막, 그리고 정지되어 있었다. 그것이 얼굴로 표현이 됐었다. 죽지 않으려고 매일 운동을 하는데, 이번에 같이 운동 하는 분들이 내게 “요새 몸이 좋아졌다. 얼굴도 밝아졌다. 무슨 일이 있냐?” 하는 거다. 그 말을 듣고 ‘어쩌면 살 수도 있겠다. 살아도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얼굴에 온기가 느껴지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오랜만의 복귀인 만큼 큰 결심을 해야 했을 것 같다.
주병진: 냉동 상태로 있으면서 단 한가지밖에는 생각하지 않았다. ‘빨리 얼음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렇게 사는 것 같지도 않은 산송장인 상태에서 어떻게 난 내 삶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그 생각 하나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처음에는 사업을 통해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면 넘어설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또 모든 것을 다 부정하고 해외로 나가 도피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실제로 이민 수속을 밟다가 집에 어머니가 계시다는 것을 가슴으로 깨닫고 이것도 불효라는 생각이 들어 그만뒀다. 생을 끊는 것도 생각했었다. 결국 남은 것은 내가 이렇게 된 당시의 여러 이유 중 하나인 매스 미디어를 통해 냉동 상태에서 빠져 나가는 방법이었다.

“최고의 MC와 맞대결이라면 시청률이 아닌 잣대로 평가되어야 한다”
주병진 “내 삶에 희망이 생겼다는 데 큰 감동을 느낀다” 12년 동안 많은 토크쇼가 명멸했다. 새로운 토크쇼의 형태를 보여줄 수 있을까.
주병진: 그동안 여러 다양한 형태의 토크쇼가 많이 있었다. 그런 가운데 정통 토크쇼라는 형태는 사라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은 변칙 스타일의 토크쇼가 정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는 단순히 옛날 것을 보여드린다는 게 아니라 ‘이런 장르는 불변한다’, ‘이것이 정통 토크쇼다’ 하는 것이다. 그것을 보여드리는 것만으로도 이 시대에는 새로운 게 아닐까. 조금 더 예의를 갖춘 토크쇼, 좀 더 자극적이지 않은 토크쇼로 시청률과 싸움만 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시청률 부담이 없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주병진: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 녹화 편집 하는 작가나 스태프들에게 ‘어때? 봤어? 주병진 죽었다 소리 안 나올까?’ 하고 자꾸 물어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KBS 와 맞대결을 한다는 말이 많았다. 당대 최고의 MC와 대등하게 비교된다는 것이 10년 넘게 쉬었던 사람에겐 영광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서로 콘셉트가 다른데, 축구와 야구 중 어떤 것이 이길까 하고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결국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시청률이라고 많은 분들이 생각하고 있는데 그 시청률 때문에 요즘 방송은 본질이 퇴색되고 있는 게 아닐까.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것으로 시청률을 쫓다보면 방송 본연의 자세에서 벗어나는 일이 일어난다, 만약 당대 최고의 MC와 내가 맞대결을 한다면 그 맞대결은 다른 잣대로 평가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다른 잣대라면 무엇이 있을까. 결국 그것이 의 정체성일 것 같다.
주병진: 연예인들의 신변잡기에 대해서 많은 시청자들이 호기심과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을 전해주는 프로그램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 프로그램은 그 사람 내면에 있는 인간적이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려 한다. 한회, 한회 녹화를 거듭해 가면서 그 방법들에 대해 여러 가지 개발을 할 거다. 그런 부분들을 평가해주셨으면 좋겠다.

KBS 도 같은 기치를 내걸었지만, 시청률 등의 이유로 조기 종영 됐다.
주병진: 시청률 때문에 좋은 프로그램들이 짧은 생을 살고 사라진다는 것이 안타깝고, 화가 난다. 그러다가 프로그램들이 모두 자극적이고, 국민 정서에 악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만 남으면 시청자들이 왜곡된 가치를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각 방송사의 정책 결정자들이 생각의 전환을 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

시청률 뿐 만 아니라 요새는 SNS 등 인터넷을 통해 시청자 반응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
주병진: SNS로 많은 연예인들이나 개인들이 그것으로 인해 많은 정신적인 충격이나 타격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생명까지도 영향을 받았던 적이 있다. SNS 등에서 표출하는 그 마음들이 자기 마음의 100%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의견, 저런 의견, 혹은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마음을 표출함으로써 쾌감이나 카타르시스를 느껴서 많은 사람들이 SNS를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 분명히 살아 있는 의견이기 때문에 충실히 참고할 것이며, 반영하겠지만 어떻게 휘둘리지 않고 참고만 할 수 있는지,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콘트롤할 지 걱정 하고 있다.

“게스트와 단둘이 이야기할 때와 방청객이 있을 때는 다르다”
주병진 “내 삶에 희망이 생겼다는 데 큰 감동을 느낀다”
첫 게스트가 박찬호 선수다. 앞으로 어떤 게스트를 초청하고 싶나.
주병진: 각 방송사에서, 각 매체에서, 각 프로그램에서 모시고자 했는데 안 나온 분들이 있다. (웃음) 그런 분들을 모시고 싶다. 외부에 노출을 꺼리는 재계의 명사나, 정치인들도 초청하고 싶다. 일반인들도 만나보고 싶다. 일반인들 중에서도 우리에게 뜨거운 이야기를 전해주실 분들이 상당히 많다. 어느 계통에 있는 분들이건, 에 나오는 순간 명사가 될 거다. 더욱 더 큰 인물이, 더욱 더 존경받는 인물이 될 수 있다. 오해가 있었던 분들은 오해가 풀릴 거다.

12년 전과는 세월이 흐른 만큼 게스트를 대할 때 좀 더 다른 태도나 자세가 가능할 것 같다.
주병진: 예전에는 나이든 정치인을 모시면 그 분의 위치나 나이에 대한 위압감을 많이 느꼈다. 경험도 일천하고 지식도 부족한 입장에서 버거운 진행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요즘의 젊은 친구들이 나온다면 그들의 나이도 모르고, 그들의 이름도 모를 거고, 그들이 어떤 활약을 했는지도 자세히 모를 거다. 그런 것들이 오히려 부담스럽다. 그들과 내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니까 그것조차 누가 되지는 않을까 그런 걱정도 있다.

정치인을 초청한다면 정치적 균형에 대한 부담도 있을 것 같다.
주병진: 정치인을 모실 때 그게 참 곤란한 문제다. 나라가 두 개로 갈려 있는 것 같다. 이 나라 가서 저분 모시고, 저 나라 가서 저 분 모시고 그럴 수도 없고. (웃음) 나는 그냥 중간 나라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참으로 난제다. 제작진과 함께 중지를 모아 헤쳐 나갈 생각이다.

그런 부담들을 딛고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SBS 과는 어떻게 다를까.
주병진: 그때는 ‘시사 토크쇼’라는 서브 타이틀이 있었다. 정통 토크쇼가 무엇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방송 선진국들에서 하는 토크쇼들이 대개 형태가 비슷비슷하다, 한 사람들의 진행자가 각 분야의 많은 분들을 모시고,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깊이 빠져드는 게 정통 토크쇼가 아닌가 싶다. 그룹 MC, 이야기 외적의 요소나 악세서리들이 다양하게 치장되고, 별도의 장치로 이야기를 희화화시키는 것들이 변형 스타일이라면 이야기를 듣는 자세부터 질문의 내용, 심지어 세트에 이르기까지 좀 더 예의를 갖추는 것을 정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토크 콘서트’라는 제목을 지을 만큼 청중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데, 어떻게 청중과 소통할 것인가.
주병진: 방청객이 300분이 넘는데, 진행자 입장에서는 게스트와 단둘이 이야기할 때와 방청객이 10분 계실 때,100분 계실 때, 300분 계실 때가 다 다르다. 똑같은 주제를 갖고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결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나온다. 게스트와 단둘이 있을 때는 우리들끼리 분위기가 좋으면 한쪽 장단만 맞추게 된다. 청중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반응이 바로 온다. 그 반응을 무시할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시선으로, 무거운 공기로 질타를 하기 때문이다. 방청객들이 바로 앞에 계시기 때문에 그것으로 인해서 프로그램이 좀 더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고, 정통으로 흘러가고,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우리가 내세우는 소통이다.

사진제공. MBC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