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페셜>, 드라마의 기본을 알려준 인큐베이터

<드라마 스페셜>, 드라마의 기본을 알려준 인큐베이터 ‘아내가 사라졌다’ 일 KBS2 밤 11시 30분
부부싸움 다음날 아내는 사라졌고, 동네에 길고양이들이 많아졌으며, 집집마다 귀중품이 사라지고, 위층 남자는 수상하다. 단막극 시리즈 2번째 시즌 마지막 작품인 ‘아내가 사라졌다’에는 몇 가지 복선이 깔린다. 소심하고 게으른 가장 인호(조희봉)는 이들 복선 때문에 아내 수진(이세은)이 위층 남자에게 납치됐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그 모든 퍼즐 조각들이 짜 맞춰지면서 오해는 풀리고 아내도 찾고 귀중품 역시 주인들 품에 돌아간다. 그 과정이 기막히게 참신한 것은 아니다. 수상한 603호 남자(김준배)에 대한 사람들의 의심이 오해라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고, 모든 복선들이 결국에는 사라진 아내를 중심으로 풀려나갈 것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예상, 반짝거리는 속옷이 없어졌더라는 반상회에서의 짧은 대사 하나도 허투루 쓰이지 않고 독자를 납득시킬 결말을 위한 장치로 쓰일 거라는 믿음이야말로 지금 단막극이 꼭 있어야 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작가 온다 리쿠가 말했던 ‘모든 것이 제자리에 들어맞았다는 쾌감’은 잘 만든 이야기의 필수요소다. 그리고 수많은 우연과 무리수가 남발하는 최근의 드라마들 속에서 이것은 찾아보기 힘든 미덕이다. 하지만 스타 캐스팅도, 볼거리도 부족한 단막극이 승부할 수 있는 것은, 1시간 안에 낭비 없이 꽉꽉 채워 넣은 기승전결의 흐름이고 이야기의 힘이다. 좋은 이야기가 꼭 좋은 드라마가 될 수는 없지만 별로인 이야기가 좋은 드라마가 될 수는 없다. 재밌는 이야기란 그토록 중요하다. 단막극 촬영을 통한 드라마 인력의 인큐베이팅이라는 대의가 아니더라도, 지난 몇 달 동안 일요일 밤 11시 30분이 소중했던 이유다.

글. 위근우 기자 eight@